금융위원회[출쳐=연합]
금융위원회[출쳐=연합]

정부가 추진하던 금융당국 조직 개편이 철회되면서 중단됐던 금융정책이 다시 속도를 낼 전망이다. 금융당국은 첫 과제로 장기연체채권 채무조정 프로그램인 ‘배드뱅크(가칭)’ 출범을 본격화한다.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는 내달 1일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에서 장기연체채권 매입 협약식을 개최한다.

이억원 금융위원장과 조용병 은행연합회장을 비롯해 보험·여신·저축은행·대부업권을 대표하는 각 금융협회장단이 참석할 예정이다.

캠코가 주도하는 배드뱅크는 7년 이상 연체된 5000만원 이하 개인 채권을 매입해 조정·탕감하는 방식이다. 상환 능력이 없는 채무자는 전액 면제하고, 상환 능력이 있는 경우 최대 80%까지 감면한 뒤 10년간 분할 상환을 유도한다.

수혜 대상은 약 113만4000명으로, 이들이 보유한 채무 규모는 16조4000억원에 달한다. 정부는 1년 내 채무조정을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배드뱅크는 이재명 정부가 중점 추진해 온 금융 포용 정책으로, 당초 8월 출범이 목표였지만 금융당국 개편 논의 등으로 지연돼왔다.

이억원 위원장 역시 취임 이후 포용과 상생 금융을 강조해온 만큼 배드뱅크를 최우선 과제로 삼을 가능성이 크다.

속도감을 높이기 위해 당국은 금융권 출연금 분담비율부터 확정지을 방침이다. 

그간 총 8000억원의 채무조정 재원 중 금융권이 부담할 4000억원의 분담 비율을 두고 업권 간 이견이 지속됐다.

은행권이 약 3500억~3600억원을 부담하고, 나머지를 비은행권이 나눠 맡는 구조지만 업권별 이해관계가 엇갈리면서 합의가 지연됐다.

금융당국은 업계 자율에 맡겼던 분담 비율에 일정 가이드라인을 제시할 것으로 관측된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정부의 방향 제시 없이는 업권 간 합의가 쉽지 않다”며 “배드뱅크 추진 속도를 내려면 당국의 역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채권 매입도 순차적으로 진행된다. 우선 장기연체채권을 가장 많이 보유한 공공기관(8조8462억원)부터 매입이 시작되며, 이후 대부업(2조326억원), 카드사(1조6842억원), 은행(1조864억원), 보험(7648억원), 상호금융(5400억원), 저축은행(4654억원), 캐피털(2764억원) 순으로 이어진다.

채권 매입가는 차주의 연령, 연체 기간, 대출 잔액 등을 기준으로 10등급으로 세분화해 최저 0.92%, 최고 13.46%, 평균 5% 수준이 유력하다.

예를 들어 채무자의 원금이 1000만원일 경우 평균 매입가율을 적용하면 50만원에 매입하는 셈이다.

다만 업권별 이해관계가 여전히 남아 있어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 다른 관계자는 “각 금융업권이 모두 참여한 채로 배드뱅크는 출범하겠지만, 당국에서 제시하는 매입가율에 대한 불만이 있는 만큼 업체들의 참여까지 이끌어내려면 추가적인 논의가 있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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