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2일 경기도 평택항에 컨테이너가 쌓여 있는 모습.[출처=연합뉴스]](https://cdn.ebn.co.kr/news/photo/202509/1680549_697854_3117.jpg)
글로벌 컨테이너 해운업계가 상반기 이후 운임 하락 국면에 접어든 가운데, 중국 국경절(골든위크) 물동량 조정과 내달부터 시행되는 미국 항만수수료라는 이중 변수에 직면하며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주요 글로벌 선사들은 감편(Blank Sailing)으로 공급을 줄이며 운임 방어에 나서는 반면, 중국 국적 선사들은 비용을 떠안으면서도 운임을 유지하겠다고 선언해 전략적 대응이 극명하게 갈리고 있다.
29일 노르웨이 해운 전문지 트레이드윈즈에 따르면 글로벌 선사 1위인 스위스 MSC는 아시아-미주와 아시아-유럽 주요 항로에서 국경절 연휴 기간 동안 총 11편의 항차를 취소했다. 이달 초 아시아-지중해와 북유럽 항로에서 6편을 줄인 데 이어 북미 항로에서도 5편을 추가로 결항하기로 했다.
덴마크 머스크도 아라비아만 항로에 투입 예정이던 8650TEU급 선박의 항차를 취소했으며, 제미나이 얼라이언스 파트너인 하팍로이드와 함께 "국경절 전후 시장 혼선을 최소화하고 예측 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결정"이라고 밝혔다.
해운업계는 통상 국경절 연휴에 따른 물량 감소를 감안해 선박 운영을 줄여왔지만, 올해는 수요 둔화와 운임 하락이 겹치며 조정 폭이 더욱 크다는 평가다.
덴마크 분석기관 씨인텔(Sea-Intelligence)은 올해 골든위크를 앞두고 미주 항로에서 14%, 아시아-유럽 항로에서 17%의 선복이 감축됐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미 서안 수요 급감으로 현재 감편만으로는 운임 하락세를 막기 어렵다는 전망이 나온다. 트레이드윈즈는 업계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미중 무역 갈등 속 수요 위축이 워낙 가팔라 추가 감편이 불가피할 수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지난 26일 기준 1114.52포인트까지 떨어지며 1년 9개월 만에 1200선을 밑돌았다.
반면 중국 선사들은 정반대 행보를 보이고 있다. 국영 선사 COSCO와 자회사 OOCL은 오는 10월 14일부터 부과될 미국 항만수수료에도 불구하고 운임을 유지하겠다고 발표했다. COSCO는 "항만수수료가 운영상 부담을 줄 수 있지만 안정적이고 신뢰할 수 있는 서비스를 지속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가 도입하는 이번 항만수수료는 중국 조선소에서 건조된 선박이 미국 항만에 기항할 경우 선주와 운영사에 단계적으로 부과된다. 첫해에는 100만270만 달러 수준에서 시작해 2028년까지 190만740만 달러로 확대될 전망이다.
알파라이너(Alphaliner)는 "현재까지 중국 선사들은 비용을 자체 부담하겠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지만 장기적으로 전략 지속 가능성은 불확실하다"고 지적했다. COSCO의 오션얼라이언스 파트너인 프랑스 CMA-CGM도 수수료 충격을 완화하기 위한 비상계획을 가동했다.
중국 선사들의 전략 배경에는 '밀어내기 수출'에 따른 물동량 확대가 있다. 트레이드윈즈에 따르면 8월 상하이와 닝보 항만의 컨테이너 처리량은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올해 1~7월 기준 중국 전체 항만 물동량은 전년 대비 5.9% 증가했다.
단기적으로는 물량 확대가 비용 부담을 상쇄할 수 있으나, 장기적으로 항만수수료 확대가 불가피해 결국 운임 인상 압박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해운업계는 이번 상황을 단순한 성수기 조정이 아닌 구조적 변동으로 본다. 미중 통상 갈등과 글로벌 수요 둔화가 맞물리면서 치킨게임 양상으로 치달을 수 있다는 경고다.
단기적으로는 중국 항만의 물량 증가가 완충 역할을 하겠지만, 장기적으로는 운임 변동성과 수익성 악화라는 파고를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