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한국증권금융(KSFC) 창립 70주년 국제컨퍼런스 1세션이 진행되고 있다. [출처= 최수진 기자]
29일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한국증권금융(KSFC) 창립 70주년 국제컨퍼런스 1세션이 진행되고 있다. [출처= 최수진 기자]

30일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한국증권금융(KSFC) 창립 70주년 국제컨퍼런스 1세션에서 국내외 금융 전문가들이 한목소리로 투자자 보호와 금융 안전망 강화를 강조했다. 특히 미국 제도를 벤치마크로 한 ‘한국형 페어펀드’ 도입이 주목을 받았다.

세션 좌장을 맡은 구정한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DLF, 사모펀드, 홍콩 H지수 ELS 사태는 모두 우리 투자자 보호 체계가 안고 있는 구조적 취약성을 드러냈다”며 “단순한 사후 보상이 아니라 제도 자체를 피해자 중심으로 설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영도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우리 제도의 진화를 설명하며 “고위험 상품에 대한 사전 규제, 분쟁조정제도 정비, 불공정거래 과징금 신설 등 많은 제도 개선이 있었지만, 여전히 피해자 구제는 충분치 않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현재 과징금과 벌금은 전액 국고로 귀속돼 피해자와 직접 연결되지 않는다”며 “미국처럼 페어펀드를 도입해 과징금을 피해 보상에 직접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정부가 이미 관련 법안을 국회에 제출한 만큼, 조속히 제도화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김 연구위원은 “제재 수입이 피해자 보상으로 이어지면 시장 참여자들의 신뢰가 크게 제고될 것”이라며 “이제는 피해자 관점에서 제도를 재설계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해외 전문가들은 각국의 경험을 공유하며 한국의 제도 개선 방향에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헤만트 샤르마 미국 증권투자자보호공사(SIPC) 부총괄 법률고문은 “투자자 신뢰 회복은 신속하고 실질적인 보상에서 나온다”고 말했다. 그는 “SIPC는 설립 이후 약 77만 명 투자자에게 1426억 달러를 회수·분배했고, 자격 있는 고객의 99%가 전액 보상을 받았다”며 “리먼브라더스와 메이도프 사건에서도 신속한 자산 반환이 가능했던 이유는 법적으로 강력한 안전망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한국도 새로운 위험, 특히 디지털 자산과 초대형 금융사 리스크에 대비한 체계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스기우라 노부히코 일본 주오대 교수는 “투자자 보호는 공시와 신뢰 확보가 핵심”이라며 “사전 규제와 사후 분쟁조정이 균형을 이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일본도 암호자산 투자 피해가 늘어나면서 제도 범위 확대를 논의 중이며, 한국도 고위험 상품 판매 시 교육·설명의무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그는 “디지털 자산과 관련해 아무리 내부적으로 법을 만들고 보호해도 제한적일 수밖에 없기 때문에 국제적인 협력이 필수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나 부드라자 영국 BNY 글로벌 규제전략 총괄은 “영국은 금융위기 이후 투자자 재산 분리 보관, 투명성 강화, 업계 자율규범인 머니마켓 코드 도입 등으로 신뢰 회복을 추진해왔다”며 “EU에서 시작된 MIFID II, SFTR 규제가 그림자금융(shadow banking)을 제도권으로 편입시켜 투자자 보호를 강화했다”고 강조했다.

또 “투자자 보호가 중요하지만 궁극적으로 시장의 성장을 저해해서는 안되기 때문에 조화를 이뤄야 투자자 신뢰가 굳건해진다”고 강조했다.

세션은 블록체인과 생성형 AI, 24시간 거래 환경 등 새로운 도전에 맞춰 투자자 보호 아키텍처를 업그레이드해야 한다는 결론으로 마무리됐다. 참석자들은 한국 자본시장이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극복하고 글로벌 신뢰를 얻기 위해서는 투자자 보호 체계의 대대적 혁신이 필수라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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