챗GPT 생성 이미지.[출처=오픈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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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산 가치를 매입가가 아닌 시가로 평가해 장부에 반영 중인 보험사들이 알짜 장기투자 기회를 찾아다니고 있다. 이에 새 정부가 추진하는 인공지능(AI), 에너지 분야 등에서 생산적 금융은 실물경제의 생산성 향상을 촉진할 대표적인 장기투자 기회라는 의견이 제기됐다. 여기엔 정부와 보험사 간의 긴밀한 협조가 필요하다.

보험산업이 K-ICS(보험사의 재무 건전성을 평가하는 새로운 지급여력제도)의 정량과 정성평가를 개선하고 IFRS9 공시를 활용하는 동안 정부 및 금융당국은 보험사가 자본 안정성과 수익성을 높이면서도 실물경제에 이바지할 수 있도록 장기투자 유인을 제시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30일 보험연구원이 발간한 '생산적 금융과 보험회사의 장기투자 도전 과제(김해식 선임연구위원)'는 자산과 부채가 모두 시가(時價)로 평가되는 환경에서 보험회사는 자산과 부채의 금리 민감도 차이를 줄여 자본을 안정적으로 관리하면서도 수익성을 높여야 하는 도전에 직면했다고 분석했다.

연구원은 시가평가 시 자산과 부채의 가치 변동이 상쇄되도록 하여 자본의 변동을 줄이고, 같은 금리 변화에도 만기가 길수록 가치 변동 폭이 커지므로 만기가 긴 보험부채에 대응하는 자산의 상대적으로 짧은 만기를 확대하는 등의 자산과 부채 간 금리 민감도 차이 축소가 보험 경영과 감독의 중요한 목표가 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최근 금융당국은 보험부채 시가평가의 할인율 현실화 방안과 더불어 자산과 부채의 금리 민감도 차이를 줄이는 자산-부채 관리(ALM) 강화 방안에 주목하고 있는 상황에서 보험사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 금리 민감도 차이의 축소, 특히 자산의 금리 민감도를 높여 시장 변동성에 기민하게 대응하는 것이 만만찮다는 입장이다.

챗GPT 생성 이미지.[출처=오픈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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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보험사는 부채의 만기를 줄이는 방안에는 시가평가 시행 전부터 자본 부담이 크거나 보험마진(CSM) 비중이 낮은 장기보험의 공급이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를 해왔다. 또한 제한적인 장기투자 환경에서 보험마진이 적은 연금보험의 공급 위축은 그 우려가 현실화된 사례로 볼 수 있다는 게 연구원의 지적이다.

연구원은 자산 만기를 늘리는 것이 더 현실적인 방안이라고 제시했다. 장기투자물이 다양하지 않은 국내 자산시장 특성상 보험사는 장기국채 투자에 집중했고 이는 부채 시가평가 할인율의 기준이 되는 국채 수익률곡선을 더욱 평탄하게 만들어 장기국채 투자가 오히려 부채 가치를 늘리고 자본을 압박하는 딜레마를 초래해다는 게 연구원의 주장이다.

보험사는 국채 투자의 대안으로 해외 장기투자, 특히 수익률이 높은 대체투자를 늘려왔으나, 원화 표시 부채와 외화 표시 자산 간 통화 불일치에 따른 환위험 헤지 비용의 증가는 수익률 하락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환헤지가 필요 없는 외화보험(외화 표시 부채)의 판매 규모는 미미한 수준인 상황에서 다양한 인프라 투자를 기획하고 있는 새 정부 국정과제는 보험회사가 생산적 금융에 기여하면서도 수익성 있는 장기투자를 확대할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는 게 연구원의 시각이다. 이는 보험마진이 적은 연금 등 장기 저축 상품의 공급을 활성화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도 보고 있다.

현재 이재명 정부는 AI 고속도로 구축, 미래 모빌리티와 K-AI시티 실현, 에너지 고속도로 구축 등 다양한 인프라 투자를 기획하고 있다. 이에 연구원은 실물경제의 생산성 향상을 촉진하는 금융, 즉 생산적 금융에 주목했다고 설명했다.

그동안 보험사는 실물경제와는 괴리된 국채 등 안전자산 위주로 자산을 구성해 왔으나, 저금리 환경에서 수익률 하락에 고전하면서 수익성 있는 장기투자물이 부족한 국내 시장을 벗어나 해외의 장기 대체투자 비중을 늘려와서다. 생산적 금융은 수익성 있는 국내 장기자산을 찾는 보험사에 기회가 될 것이란 설명이다.

예컨대 생산적 금융의 연결 통로인 정책 펀드의 운용이 자금조달 구조를 계층화하고 일정 손실을 정부가 우선 부담하는 방식이라면, 보험사 등 장기투자자의 정책 펀드 참여 여건이 크게 개선될 것이라고 연구원은 진단했다.

다만 정책 펀드와 같은 장기투자물 공급이 확대되더라도, 현행 회계기준은 보험회사가 새 정부의 투자 프로젝트 참여를 주저하게 만들고 있는 상황은 아쉬운 점이다.

보험사의 지급능력 정보 제공이 목적인 자본규제 감독회계(K-ICS)와 경영 성과 정보 제공이 목적인 일반회계(IFRS9 금융자산·IFRS17 보험부채)가 보험부채에는 그 가치 변동을 자본에 곧바로 반영하는 것을 허용하고 있지만, 현금흐름이 불확실한 장기투자에는 제한을 두고 있다.

IFRS9에서 현금흐름이 불확실한 장기투자는 그 가치 변동을 자본이 아닌 당기손익에 반영해야 하며, 이는 당기손익의 변동을 초래하므로 경영 성과와 배당정책에 민감한 경영진은 장기투자를 주저하게 된다.

K-ICS는 모든 자산과 부채의 가치 변동이 자본 안에서 상쇄되도록 하여 장기투자를 촉진하고 있지만, 현금흐름이 안정적이지 않은 장기투자에는 높은 위험자본을 부과하여 장기투자의 수익성이 떨어진다.

문제는 정책 펀드가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제공하지 않는 사례가 많아 관련 장기투자가 IFRS9의 당기손익 반영이 불가피하고 K-ICS의 자본경감 요건을 충족하기 어려울 수 있다.

최근 회계기준원은 ‘만기가 없고 환매가 금지된 인프라펀드’는 채무형이 아닌 지분형 자산에 해당하므로 그 가치 변동을 자본에 반영할 수 있다는 해석을 제공한 바 있다.

이에 따라 보험산업은 K-ICS를 중심으로 생산적 금융을 촉진하고, 당기손익 변동에 따른 채무형 장기투자의 과도한 회피를 완화하려면 IFRS9 공시의 적극적 활용과 투자성과지표(KPI) 개선을 유도할 필요가 있다는 게 연구원의 제안이다.

또한 K-ICS는 가용자본을 늘려주거나 위험자본을 줄여주는 방식으로 보험회사의 장기투자를 촉진할 수 있다.

가용자본의 경우 연금 등 장기부채에 대응하여 장기자산을 보유하는 경우, 장기간 자산 보유에 따르는 비유동성 프리미엄을 보험부채의 시가평가 할인율에 가산해 주어 부채 부담을 줄이고 투자 여력을 확대하는 유럽연합과 영국의 보험부채 매칭조정(Matching Adjustment)이 대표적이며, K-ICS에도 관련 기준이 존재한다.

또한 K-ICS의 현행 적격 인프라 투자 요건 등을 정비하여 생산적 금융과 관련하여 보험사가 투자한 정책 펀드에 부과되는 위험자본을 낮춰 줄 수 있다.

정부와 당국의 역할도 필요하다. 연구원은 감독 당국도 K-ICS 정성평가를 통해 보험회사의 ALM 및 장기투자 관련 내부 성과지표 활용을 유도하고, 수익성의 단기 변동 효과를 완화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보험연구원은 "만기가 없고 환매가 불가능한 지분형 펀드는 만기가 있는 부채에 대응할 ALM 장기투자에는 해당하지 않지만, 보험사가 K-ICS 자본경감을 통하여 생산적 금융에 참여하는 수익성 있는 장기투자 모델이 가동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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