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창업자 이해진 이사회 의장이 지난 6월 5일(현지시간)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열린 네이버 벤처스 네트워킹 행사에서 발표를 진행했다. [출처=네이버]   
네이버 창업자 이해진 이사회 의장이 지난 6월 5일(현지시간)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열린 네이버 벤처스 네트워킹 행사에서 발표를 진행했다. [출처=네이버]   

네이버파이낸셜이 두나무의 자회사 편입을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이를 주도하고 있는 이해진 네이버 의장의 거취와 지분율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두나무의 자회사 편입을 마무리한 합병법인 네이버파이낸셜이 향후 네이버와 합병이나 지분 교환을 하면, 송치형 두나무 회장의 지분율이 이해진 의장보다 높아지면서 네이버의 지배권과 경영권을 일부 확보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다.

그러나 정보기술(IT)업계에서는 소유분산기업인 네이버의 특수성과 이 의장의 전격 이사회 복귀, 리더십을 감안하면 가능성이 희박할 것으로 보고 있다. 

두나무 편입 후 네이버와 지분 교환 시나리오…송치형 지분율>이해진    

1일 IT업계에 따르면 네이버의 자회사 네이버파이낸셜은 두나무를 완전 자회사로 편입하기 위한 포괄적 주식 교환을 추진하고 있다.

문제는 양사 모두 비상장사로 기업가치에 따른 합병비율이다. 증권가에서는 네이버파이낸셜의 기업가치를 4조~5조원, 두나무의 기업가치를 15조~16조원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른 네이버파이낸셜:두나무의 합병비율은 1:3 내지 1:4가 된다. 

네이버파이낸셜의 최대주주는 네이버로 69%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두나무는 최대주주인 송 회장이 25.5%의 지분을 갖고 있다. 

만약, 합병비율 1:4로 합병법인 네이버파이낸셜(이하 합병법인)이 탄생하면 송 회장의 지분율은 20.4%가 되고 합병법인의 최대주주가 된다. 네이버의 지분율은 13.8%로 떨어지고 지배력을 상실하게 된다. 물론 이는 단순 계산한 것으로 네이버가 네이버파이낸셜의 유상증자를 진행하거나 구주(이미 발행된 주식)를 사들이면 지분율은 달라진다. 

증권가에서는 합병법인이 출범하면 네이버가 합병법인과 합병하거나 지분을 교환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 경우 송 회장이 네이버의 최대주주로 등극하는 것도 가능하다.  

조태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 9월 26일 종가 기준 네이버 시가총액은 40조원으로 네이버 지분 10%의 가치는 4조원이며, 합병법인의 기업가치 20조원의 20%도 4조원이 된다"며 "송 회장이 보유한 합병법인 지분(20%)와 네이버 지분(10%)을 스왑하는 것이 교환 비율상으로는 합리적"이라고 설명했다. 

네이버와 합병법인의 지분을 교환하면 송 회장이 네이버 지분 10%를 보유하고 최대주주로 올라서게 된다. 현재 네이버의 최대주주는 국민연금으로 8.98%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다음으로 블랙록 펀드 6.05%, 이해진 의장 3.7%다. 이렇게 된다면 송 회장이 네이버에 대한 지배력과 경영권을 확보할 수 있다. 

네이버, 소유분산기업…"경영권, 이 의장 의지가 제일 중요"

그러나 IT업계에서는 송 회장의 네이버 경영권 확보는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네이버가 소유와 경영이 분리된 소유분산기업이란 것을 감안해야 한다는 것이다. 창업자인 이 의장도 5%도 안되는 소수 지분을 갖고 네이버를 계속 경영하고 있다. 경영 리더십이 지분율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는 얘기다.  

또한 이 의장은 올해 3월 8년 만에 이사회 의장으로 전격 복귀했다. 인공지능(AI) 산업 등 대내외 환경이 급변하고 있는 시기에 빠른 의사결정과 신뢰도 높은 리더십으로 네이버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다. 

이 의장은 '인터넷 대혁명'이 시작되던 1999년 네이버를 창업했다. 갖은 부침을 겪으며 네이버를 국내 1위 포털이자 선두권의 이커머스업체로 올려 놓았다. 모바일 전환 시기에도 네이버의 모바일 시스템·패러다임 전환을 성공적으로 이끌었다는 평을 받는다.   

복귀 이후 이 의장은 '소버린(주권) AI' 철학을 강조하며 네이버의 AI 사업과 각종 인수·합병(M&A)을 주도하고 있다. 이번 두나무의 자회사 편입도 이 의장의 의사가 강력하게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네이버 관계자는 "이 의장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다는 말을 한 적도 없고, 이 의장이 복귀한 것은 네이버의 성장과 변혁을 이끌기 위한 것인데 현재 상황에서 후계 구도를 논한다는 것 자체가 섣부르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이 의장이 네이버를 이끌고 있는 것은 지분율에 근거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네이버를 경영하기 위해서는 직원들이 따를 만한 리더십과 역량이 있어야 한다"며 "향후 경영 구도가 어떻게 될지는 이 의장의 의지가 제일 중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비상장사지만 두나무도 주주가 있는 회사다 보니 협업을 위해 준비할 게 많다"며 "협업 방식에 따라 주주 설득이나 현금 준비 등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 당국의 규제와 심사 문제도 있기 때문에 두나무와의 협업 완료는 꽤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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