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르엘 재건축 단지 현장 [촬영=이승연 기자 ]
잠실르엘 재건축 단지 현장 [촬영=이승연 기자 ]

롯데건설이 하이엔드(최고급) 브랜드 '르엘'의 흥행을 발판으로 재무개선 속도를 높이고 있다. 잠실 등 핵심 사업지에서 굵직한 성과를 거두며 고급 주거 시장에서 입지를 강화화하고 있고, 흥행 실적이 누적되면서 점진적으로 개선돼 온 재무지표에도 한층 더 힘이 실리고 있다.

1일 업계에 따르면 잠실 르엘은 지난 9월 진행된 일반분양에서 216세대가 조기 완판됐다. 이미 특별공급과 1순위 청약에서 수백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하며 흥행을 예고했지만, 실제 계약 마감 속도는 시장의 기대를 넘어섰다는 평가다. 잠실 일대는 2·8·9호선과 GTX-B(예정)까지 더해진 트리플 역세권 입지에 롯데월드몰·석촌호수·서울아산병원 등 생활·의료·문화 인프라가 밀집돼 있어 희소성이 높다. 여기에 남향 위주의 배치와 특화 커뮤니티 시설 등 고급화 설계가 더해져 실수요자와 투자 수요 모두를 끌어모았다.

르엘의 영향력은 잠실에서 청담을 거쳐 전국으로 확산되는 흐름이다. 청담 재건축 사업에서도 브랜드 파워를 앞세워 조합원들의 선택을 이끌어냈고, 광주에서 공급된 '중앙공원 롯데캐슬 시그니처'는 청약 통장이 필요 없는 조건으로 실수요자들의 폭넓은 참여를 얻었다. 서울과 수도권뿐 아니라 지방 주요 도시에서도 긍정적 반응을 이끌어냈다는 점은 르엘 브랜드가 특정 지역에 국한되지 않고 전국적으로 통용되는 힘을 갖추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러한 확산세는 향후 예정된 이촌 리모델링, 신반포·대치 일대 추가 사업 등에서도 흥행 기대를 높이고 있다.

르엘의 성과는 단순한 브랜드 영향력 확대에 그치지 않고,  롯데건설 재무개선에 직접적인 도움이 될 전망이다. 분양사업은 계약금과 중도금을 통해 단기간에 수천억 원대 현금이 확보되는 구조다. 잠실과 청담 등 주요 단지에서 흥행이 이어지면서 롯데건설은 안정적인 자금 확보가 가능해졌고, 이는 차입금 상환과 금융비용 절감으로 직결된다.

잠실르엘 투시도.[출처= 롯데건설]
잠실르엘 투시도.[출처= 롯데건설]

롯데건설의 재무지표는 올해 들어 뚜렷한 개선 흐름을 보이고 있다. 2022년 레고랜드 사태 여파로 260%를 웃돌았던 부채비율은 올해 상반기 197.8%로 낮아지며 3년 만에 100%대에 복귀했다. 올해 1분기 말 205.8%에서 8%포인트 더 낮아진 것이다. PF 잔액 역시 꾸준히 줄어들고 있다. 2023년 말 4조8000억원을 넘었던 PF 대출은 올해 상반기 3조5000억원 수준으로 축소됐다. 특히 리스크가 큰 브릿지론 비중이 높아 부담이 컸지만, 순차적인 축소와 브랜드 흥행에 따른 현금 유입으로 관리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상환 부담이 컸던 단기 대출에도 숨통이 트일 전망이다. 올해 상반기 기준 PF 대출 가운데 1조2000억원가량이 연내 만기 도래한다. 하지만 르엘 선전으로 유입되는 현금이 이런 단기 유동성 리스크를 완화하는 역할을 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자산 매각과 자체 개발 등 병행 전략까지 고려하면, 롯데건설의 단기 차입 구조도 점차 안정세를 찾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결국 르엘의 흥행은 브랜드 경쟁력과 재무개선이라는 두 축을 동시에 강화하는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 단순한 아파트 분양 성과에 머물지 않고, 시장 신뢰와 현금흐름 개선으로 연결되면서 체질 개선 속도를 높이고 있다는 평가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르엘의 흥행은 단순히 브랜드 경쟁력 강화에 그치지 않고 실제 재무 안정에도 직결되는 성과"라며 "잠실과 청담에서 입증된 르엘의 힘이 앞으로도 롯데건설의 회복세를 가속화하는 가장 중요한 요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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