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요 석유화학 공장이 밀집된 여수 산업단지 전경. [출처=여수시]
국내 주요 석유화학 공장이 밀집된 여수 산업단지 전경. [출처=여수시]

중국발(發) 설비 증설로 공급과잉이 심화되면서 침체에 빠진 석유화학 업계가 연말까지 사업 재편안을 내야 하지만, 한 달 넘도록 뚜렷한 진전이 없다.

정부는 10월 중 논의의 물꼬를 트겠다며 금융권과 공정위까지 앞세워 압박 수위를 끌어올리고 있다. 하지만 기업마다 이해관계가 엇갈리면서 협상은 여전히 난항을 겪고 있다.

지난 8월 20일 구조개편 협약 체결 이후에도 업계 논의가 진척되지 않자, 정부는 장관이 직접 지방 석화 산단을 방문하고, 참여 기업들에 구체적인 재편 계획서를 요구하는 등 강공을 이어가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기획재정부, 공정위 등 관계 부처와 함께 사업 재편 일정·규모·방법을 담은 계획서 제출을 주문했으며, 잠정안이라도 내놓으라며 압박을 강화했다.

김정관 산업부 장관은 울산 산단을 찾아 "계획 수립에 속도를 내달라"며 "정부도 맞춤형 지원책으로 이행을 돕겠다"고 강조했다. 이후 금융권도 가세했다. 은행연합회는 17개 은행과 정책금융기관, 금융위·금감원과 함께 ‘채권금융기관 자율협의회 운영협약’을 체결했다. 

이 자리에서 권대영 금융위 부위원장은 "아직 뚜렷한 감축 계획이 없다"며 "지금이 마지막 기회"라고 경고했다. 채권단이 단순한 '관찰자'에 머물 수 없다는 최후통첩 성격이다.

한편에서는 공정위도 석유화학 기업들과 만나 사업 재편을 위한 기업결합 심사를 신속하게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업계 내부에서는 추석 연휴 이후 논의가 속도를 낼 것으로 본다. 대산 산단에서는 롯데케미칼과 HD현대케미칼이 HD현대오일뱅크와 합병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이는 롯데케미칼 NCC를 HD현대케미칼로 통합하고, HD현대오일뱅크가 추가 출자하는 방식이다. HD현대케미칼이 애초 합작법인인 만큼 논의가 상대적으로 수월하다는 관측이다.

울산에서는 대한유화·SK지오센트릭·에쓰오일이 외부 컨설팅을 통해 재편 전략 자문에 착수했다.

연말까지 시설 감축 및 고부가 제품 전환 계획을 내놓겠다는 구상이다. 다만 SK지오센트릭과 대한유화의 NCC 통합 논의가 지연되고, 에쓰오일은 샤힌 프로젝트 완공을 앞둬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여수에서는 LG화학이 GS칼텍스에 NCC 매각 및 합작사 설립을 제안했지만, 이후 진전은 없는 상태다. 롯데케미칼과 여천NCC 통합안도 꾸준히 거론되지만, 한화솔루션과 DL케미칼 간 지분 갈등이 선결 과제다. 정부의 압박은 거세지만 업계의 셈법은 복잡하다. 연말까지 구체적인 재편안 도출이 쉽지 않다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의 압박이 거세지만 이해관계가 워낙 복잡해 단기간에 결론을 내기는 쉽지 않다"며 "다만 공급과잉 상황이 장기화되는 만큼 연말 전까지는 최소한의 윤곽을 제시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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