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8일 대전 유성구 국가정보자원관리원 화재로 인해 불에 탄 리튬이온 배터리가 소화수조에 담겨 있다. [출처=연합뉴스]
지난달 28일 대전 유성구 국가정보자원관리원 화재로 인해 불에 탄 리튬이온 배터리가 소화수조에 담겨 있다. [출처=연합뉴스]

지난 9월 발생한 국가정보자원관리원 화재의 원인 규명이 본격화되면서 발화점으로 지목된 무정전전원장치(UPS)에 사용된 파우치형 리튬이온 배터리의 안전성이 다시 도마에 올랐다.

9일 배터리 업계는 이번 사고가 단순한 설비 결함을 넘어, 배터리 구조적 특성의 한계를 드러낸 사건으로 보고 있다. 공교롭게도 2022년 카카오 데이터센터 화재에서도 동일한 형태의 파우치형 배터리가 불에 타면서, 각형 중심의 기술 전환이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국정자원관리원 UPS 화재는 2014년 납품된 파우치형 NCM(니켈·코발트·망간) 리튬이온 배터리에서 시작된 것으로 추정된다.

업계는 전원 차단이 완전히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해체 작업이 진행되며 발화가 일어났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이번에 불이 난 배터리 모델은 기존 화재 이력이 없었지만 카카오 데이터센터 화재 배터리와 동일한 파우치형 구조라는 점이 주목받고 있다.

파우치형은 얇은 필름 소재로 패키징돼 충격에 취약하며 내부 가스 팽창으로 인한 '스웰링' 현상이 쉽게 발생하는 구조적 한계를 지닌다.

이에 비해 각형 배터리는 금속 케이스로 설계돼, 열·압력 상승 시 가스를 방출하는 벤트(vent)와 회로 차단 퓨즈 등 화재 방지 기술을 내장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최근 전기차·에너지저장장치(ESS) 시장에서 각형 배터리 비중이 급속히 늘고 있다.

SNE리서치에 따르면 전기차 탑재 배터리 중 각형 비중은 2021년 59%에서 지난해 77%로 확대됐으며, 파우치형은 같은 기간 25%에서 13%로 감소했다. 특히 ESS 시장의 각형 비중은 전체의 90%를 넘는 것으로 조사됐다.

최근 잇따른 화재 사고 이후 국내 배터리 3사는 열폭주(thermal runaway)와 열전이(thermal propagation) 방지를 위한 기술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열폭주는 배터리 내부 과열로 전해질이 연소하며 가스가 발생하는 현상이고 열전이는 이 열이 인접 셀로 번지는 과정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배터리관리시스템(BMS) 고도화를 통해 안전성을 높이고 있다. 전압·전류·온도를 실시간 감시하는 BMS에 AI 분석 기능을 결합해, 결함을 조기에 감지하고 화재 가능성을 차단한다.

또 클라우드 기반 'B.around' 브랜드를 통해 셀별 상태를 실시간 모니터링하며, 노후화로 인한 위험을 사전에 탐지한다.

SK온은 셀 내부 구조를 개선해 열 차단막과 냉각 플레이트를 적용했다. SK엔무브와 공동 개발한 액침 냉각(immersion cooling) 기술을 통해 절연 냉각액을 배터리 팩 내부에 순환시켜 발열을 효과적으로 억제하고 있다.

이 기술은 공랭식이나 수랭식보다 냉각 효율이 높아 ESS나 대형 저장장치에 적용 가능성이 크다.

삼성SDI는 자체 'No-TP(No Thermal Propagation)' 기술로 열 확산을 차단하는 한편, ESS 제품 ‘삼성배터리박스(SBB)’에는 함침식 소화기술(EDI)을 도입했다.

이는 배터리 내부 온도가 상승할 경우, 모듈 내 파이프를 통해 소화약제를 직접 분사하는 방식이다.

업계는 이번 화재를 계기로 리튬이온 배터리의 구조적 한계를 보완한 전고체 배터리 상용화가 앞당겨질 것으로 보고 있다.

전고체 배터리는 가연성 액체 전해질을 불연성 고체 전해질로 대체해 발화 가능성을 크게 줄인 차세대 기술이다.

국내 3사는 각각 상용화 목표를 세우고 있다. 삼성SDI는 2027년, SK온은 2029년, LG에너지솔루션은 2030년을 목표로 전고체 배터리 양산 체제 구축에 나섰다.

업계 관계자는 "파우치형은 가볍고 설계 자유도가 높지만, 이번 화재 사례처럼 화재 대응에 취약한 면이 있다"며 "데이터센터와 ESS 등 대형 전력 인프라 확산으로 각형·전고체 중심의 기술 전환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이비엔(EBN)뉴스센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