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K-FOOD 수출 품목의 국산원료비중. [출처=더불어민주당 임미애 의원실]
주요 K-FOOD 수출 품목의 국산원료비중. [출처=더불어민주당 임미애 의원실]

정부가 K-푸드 수출 확대를 강조하고 있지만, 정작 주요 수출 품목의 국산 원료 사용률은 극히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식품산업의 성장이 국내 농업 기반 강화로 이어지지 못하는 구조적 문제가 도마 위에 올랐다.

16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임미애 의원이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로부터 제출받은 ‘2024 식품산업 원료소비실태조사’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K-푸드 수출액은 99억8000만달러로, 9년 연속 증가세를 이어갔다. 이는 전년 대비 9% 늘어난 수치로 역대 최대다.

품목별로는 라면이 12억4850만달러로 31% 증가하며 1위를 차지했다. 이어 과자류(7억7040만달러, +17.4%), 음료(6억6270만달러, +15.8%), 소스류(3억9400만달러, +4.1%), 커피조제품(3억3500만달러, +2.7%), 인삼류(3억2450만달러, △2.0%), 쌀가공식품(2억9920만달러, +38.4%), 김치(1억6360만달러, +5.2%) 순이었다.

그러나 수출 실적과 달리 주요 품목의 국산 원료 사용률은 낮았다. 라면의 국산 원료 비중은 5%에 불과했고, 핵심 원료인 밀가루의 국산 비율은 0.3%에 그쳤다. 과자류(15.4%), 음료(38.8%), 소스류(19.4%), 커피조제품(0%) 등도 사정이 비슷했다. 반면 인삼류(100%), 김치(96.4%), 쌀가공식품(61.5%)만이 높은 국산 원료 비중을 보였다.

이처럼 대부분의 K-푸드 수출 제품이 수입산 원료에 의존하는 구조는 국내 농업의 소득 증대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비판을 낳고 있다. 특히 라면의 경우 연간 147만톤의 밀가루 중 약 26%인 38만5000톤이 사용되지만, 이 중 국산밀 비중은 극히 미미하다.

현재 국산밀 재고는 6만톤 이상으로, 연간 생산량(3만7000톤)의 두 배를 넘지만 소비처를 찾지 못한 채 창고에 쌓여 있다. 전문가들은 라면 제조에 쓰이는 밀가루의 10%만 국산으로 대체해도 재고 문제를 해소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현행 식품산업진흥법 제3조는 정부가 식품산업과 농업 간 연계를 강화하기 위한 시책을 수립·시행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임 의원은 “정부가 K-푸드 수출 홍보에만 치중할 게 아니라, 국내 농업과 식품산업이 함께 성장할 수 있는 구조적 연계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며 “농산물 생산기반이 무너지면 K-푸드의 지속가능한 성장도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지난해 국민 1인당 라면 소비량은 79개로 4~5일에 한 번꼴로 라면을 먹는 셈이다. 이는 베트남(81개)에 이어 세계 2위 수준이다. 국내 소비자들이 국산 신선식품을 선호하면서도 정작 가장 자주 먹는 식품이 수입 원료로 만들어지는 아이러니가 지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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