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그룹 회장. [출처=SK그룹]](https://cdn.ebn.co.kr/news/photo/202510/1682493_700042_1848.jpg)
자칫 재계에 '잔혹한 10월'이 될 뻔했던 순간이 지나갔다.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이 잇따른 사법 리스크에서 벗어나면서 장기 법정 공방의 그림자가 걷혔다.
17일 재계 및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은 16일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이혼소송 상고심에서 원심을 일부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
같은 날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 역시 7년 넘게 이어진 횡령·배임 혐의 사건에서 대부분 무죄 확정 판결을 받으며 재계 주요 총수들이 잇따라 사법리스크에서 벗어났다.
재계 안팎에서는 두 총수가 오랜 사법 리스크를 떨쳐내고 경영 현안 추진에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대법원은 전일 최 회장이 노 관장에게 재산분할로 1조3808억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한 2심을 파기했다. 파기환송심에서는 1심 수준인 665억 원 선에서 다시 판단될 가능성이 커졌다. 분할금이 크게 줄면 최 회장이 그룹 지배구조의 핵심인 ㈜SK 지분을 대량 매각할 필요가 없어지게 된다.
이에 재계에선 이번 판결로 최 회장이 그룹 지배구조를 둘러싼 최대 위기를 넘겼다는 반응이 나온다. 앞서 2심에서는 1심 결과 665억원이던 재산분할액이 20배가 넘는 1조3808억원으로 대폭 상향되면서 최 회장의 경영권이 위협받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 바 있다.
SK 그룹은 지주회사인 SK㈜가 다른 계열사를 지배하는 구조다. 최 회장은 지난 6월 말 기준 SK㈜ 지분을 17.9% 보유한 최대주주지만, 특수관계인을 포함해도 최 회장 측 SK㈜ 지분은 30% 정도로 추산돼 경영권 방어에 취약하다는 평가를 받았었다.
그러나 이번 판결로 최 회장은 계열사 지분 매각이나 거액의 대출 발생 등 최악의 상황을 피하면서 재산분할에 대한 판단을 다시 받아볼 수 있게 됐다.
특히 2017년 이혼 조정 이후 8년째 이어진 법적 불확실성이 완화되며, 그는 AI 반도체 투자와 그룹 리밸런싱(재편) 전략 등 주요 경영 과제에 집중할 여지가 넓어졌다는 분석이다. 다만 재심리 과정에서 최종 판단이 어떻게 바뀔지는 아직 남은 변수로 꼽힌다.
최 회장은 최근 SK텔레콤 해킹 사태 수습과 함께 인공지능(AI) 반도체 분야 대규모 투자, 그룹 포트폴리오 재편에 속도를 내고 있다.
그는 이날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대표와 함께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 초청으로 미국 플로리다주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열리는 글로벌 비즈니스모임에 참석하기 위해 출장에 올랐다.
이달 말 경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최고경영자(CEO) 서밋에서는 의장 자격으로 한국 재계를 대표할 예정이다.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 [출처=효성그룹]](https://cdn.ebn.co.kr/news/photo/202510/1682493_700043_1925.jpg)
조 회장의 경우 대법원은 횡령 혐의만 유죄로 판단한 원심 결정을 유지하며 검찰과 조 회장 양측의 상고를 모두 기각하며 "하급심 판단에 법리 오해가 없다"고 판단했다.
이번 확정판결로 조 회장은 2018년 1월 기소된 이후 7년9개월간 이어진 긴 재판 절차를 마무리하게 된 셈이다. 법원은 미술품 거래 관련 배임 등 대부분의 혐의는 무죄로 판단했고, 효성 자금 약 16억여원을 인건비 명목으로 부당 집행한 부분만 유죄로 인정했다.
재계는 이번 판결을 두고 "효성그룹의 중대한 사법리스크가 해소됐다"고 평가하는 분위기다. 조 회장이 실형을 피하게 되면서 그룹의 핵심 투자와 글로벌 사업 추진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조 회장은 현재 일본 도쿄에서 열린 한·미·일 경제대화 및 한경협 주관 교류 일정에 참석 중이다. 향후 글로벌 현안 대응과 해외 네트워크 강화에 집중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효성그룹 측은 "어려운 국내외 경제 환경 속에서도 국가경제에 기여할 수 있도록 글로벌 경영에 전념하겠다"고 전했다.
재계 관계자는 "두 총수가 사법 리스크를 털어낸 시점에서 재계 전체가 숨 고르기를 마치고 본격적인 경영 전략을 추진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된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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