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이재용·최태원·정의선·구광모·김동관, 美 골프 회동…관세·투자 논의 주목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주요 기업 총수들과 함께 한나절 동안 ‘골프 회동’을 진행했다. 글로벌 통상 현안이 산적한 가운데 열린 자리여서 관세와 대미 투자 관련 의견 교환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19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18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은 오전 9시께 플로리다주 팜비치의 마러라고 별장을 나와 인근 ‘트럼프 인터내셔널 골프클럽’으로 이동해 오후 5시께까지 라운딩을 즐겼다. 백악관 풀기자단은 “트럼프 대통령이 오전 9시15분 골프장에 도착했다”고 전했다.

이날 행사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 등 한국 주요 대기업 총수들이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소프트뱅크 손정의 회장이 이들을 초청했으며, 일본과 대만 주요 기업인들도 함께 자리했다.

한국 기업 총수 일행은 개인 차량 대신 검정 리무진 버스를 이용해 단체로 이동했으며, 트럼프 대통령 일행이 떠난 직후 골프장을 빠져나가 팜비치 섬의 5성급 호텔로 향했다. 손정의 회장은 이 호텔 로비에서 목격됐으며, 한국 측 수행원들의 모습도 포착됐다.

골프장은 이날 외부 접근이 철저히 통제됐다. 경찰이 도로를 차단하고 경호 인력을 배치했으며, 트럼프 대통령의 차량 행렬에는 성조기를 단 리무진 두 대가 동행했다. 현장에 있던 주민들에 따르면 각 조가 동시에 출발하는 ‘샷건’ 방식으로 경기가 진행된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이 실제로 한국 기업 총수들과 같은 조로 라운딩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재계 관계자들은 “총수들이 트럼프 대통령과 경기를 즐기며 다양한 주제로 대화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경기 전후나 식사 자리 등에서 투자·관세 등 현안을 논의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번 회동은 한국 정부의 경제·통상 라인이 미국을 방문해 무역협상을 진행 중인 시점과 맞물려 있다. 이달 말 한국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회의를 계기로 한미 정상회담이 예정돼 있어, 주요 경제 의제 조율의 비공식 접촉이 이뤄졌을 가능성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골프장 인근에서는 트럼프 대통령 지지자 수십 명이 깃발과 피켓을 들고 환호했다. 팜비치 일대에서는 반(反)트럼프 시위가 예정됐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동선 주변에서는 시위대가 보이지 않았다.

현지 언론은 트럼프 대통령이 재집권 후 팜비치 골프장에서 라운딩한 것이 이번이 11번째라고 전했다. 약 8시간에 걸친 이번 회동을 두고 일각에서는 “심도 있는 대화가 오갔을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마러라고 별장 일대에서는 경찰이 기자와 시민의 접근을 통제하며 “VIP들이 있다”며 경계태세를 유지한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