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이 지난달 필라델피아 한화 필리조선소에서 열린 미국 해양청 발주 국가안보 다목적선 '스테이트 오브 메인'호 명명식에서 환영사를 하고 있다. [출처=한화그룹]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이 지난달 필라델피아 한화 필리조선소에서 열린 미국 해양청 발주 국가안보 다목적선 '스테이트 오브 메인'호 명명식에서 환영사를 하고 있다. [출처=한화그룹]

정기선 HD현대 수석부회장이 회장으로 승진, 그룹 경영의 '3세 체제'가 본격화됐다.

이에 재계의 시선은 자연스럽게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에게로 향하고 있다. 두 사람은 각각 그룹의 장남이자 오너 3세로서 '차세대 총수'로 불린다는 공통점이 있기 때문이다.

17일 재계에 따르면 HD현대는 정 수석부회장을 회장으로 승진시키는 사장단 인사를 단행했다. 

이로써 2021년 사장 승진으로 경영 전면에 나선 지 5년 만에 그룹의 지휘봉을 완전히 손에 쥐게 됐다. 권오갑 회장은 명예회장으로 물러나며 경영 일선에서 완전히 퇴진했다.

정 회장은 조선, 건설기계, 에너지 등 그룹의 3대 축을 총괄하며 HD현대를 '중공업 그룹'에서 '테크놀로지 그룹'으로 탈바꿈시켰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는 HD현대일렉트릭, 에너지솔루션, 마린솔루션 등 신사업 포트폴리오를 적극 확장하며 그룹의 체질 개선을 주도해왔다.

정 수석부회장의 회장 승진 소식이 전해지자, 한화그룹에도 재계 시선이 모아진다. 정 회장과 오랜 친구이자 '경쟁적 동지'로 불리는 김동관 부회장의 거취에 관심이 쏠리고 있는 것이다.

'어릴 적 친구에서 재계 라이벌로' 두 사람의 인연은 부친 세대부터 이어져왔다. 장충초등학교 동창인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과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이 꾸준히 친분을 이어가면서 두 집안의 장남들도 자연스럽게 교류했다고 한다.

정 회장은 지난 2016년 김승연 회장의 모친 강태영 여사 별세 당시 빈소를 찾아 "동관이와 친구라서 왔다"고 말하며 돈독한 관계를 공개적으로 드러낸 바 있다.

한화그룹이 한화오션 인수를 계기로 조선업에 뛰어들면서 두 그룹이 산업적으로는 경쟁 구도에 놓였지만, 개인적으로는 여전히 막역한 사이라고 재계 관계자들은 전한다.

■'부회장→회장' 수순 밟은 정기선, 한화는 '아직' 

김 부회장은 2022년 8월, 정 회장은 2023년 말 부회장직에 올랐다. 이후 정 회장은 수석부회장을 거쳐 2년 만에 회장 자리에 올랐다. 이에 따라 한화의 김 부회장 승진 가능성에도 이목이 집중되고 있지만, 한화그룹은 "당장 검토 중인 계획은 없다"는 입장이다.

그 배경에는 여전히 건재한 김승연 회장이 있다. 김 회장은 미등기임원이지만 ㈜한화,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화솔루션, 한화시스템 등 주요 계열사의 회장 직함을 유지하며 그룹 전반을 총괄하고 있다.

한때 건강 문제로 외부 활동을 중단했지만, 지난해부터는 활발한 현장 경영에 복귀했다. 김 회장은 지난 6월 올해 첫 현장경영 행보로 한화토탈에너지스 대산공장을 방문, 임직원 격려와 함께 주요 생산설비를 점검하기도 했다.

비록 공식적인 회장 승진은 미정이지만, 김 부회장이 그룹의 차기 총수로 굳혀졌다는 점에는 이견이 없다. 

실제 한화그룹은 지난 3월 김 회장의 ㈜한화 지분 22.65%의 절반인 11.32%를 세 아들에게 증여한다고 직접 발표했다. 이로써 김 회장의 지분율은 22.15%에서 11.33%로 낮아졌고, 김동관 부회장은 4.91%에서 9.77%로 늘었다. 김동원 한화생명 사장과 김동선 한화갤러리아 부사장도 각각 2.14%에서 5.37%로 증가했다.

다만 김 회장이 여전히 최대주주이자 상징적 존재인 만큼, 김 부회장의 회장직 승계 시점은 좀 더 시간을 두고 조율될 전망이다.

한편 김 부회장은 한국과 미국의 통상 협상에서 중요한 지렛대 역할도 했다. '마스가(MASGA, 미국 조선업을 더 위대하게) 프로젝트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은 그는 지난 7월 말 미국과의 통상 협상을 위해 구성된 한국 대표단에 합류해 정부를 지원하며 재계의 주목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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