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각 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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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가 예년보다 빨리 인사 시즌에 돌입하고 있다. 글로벌 경기 둔화, 미·중 관세 전쟁, 통상 압박 등 대내외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서둘러 조직을 정비하기 위함이다. 

이미 한화와 신세계가 임원 인사를 조기 단행한데 이어, HD현대가 이 흐름에 동참했다. 삼성·SK 등도 예년보다 앞당긴 11월 연말 인사를 시작할 가능성이 있다.

20일 재계에 따르면 최근 HD현대는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의 장남이자 현대가(家) 3세인 정기선 수석부회장을 '회장'으로 승진시키는 사장단 인사를 단행했다.

통상 HD현대 사장단 인사가 매년 11월 중하순에 단행했던 것으로 고려하면 올해는 한 달 넘게 빨라진 셈이다. 또 주요 계열사 대표이사 사장이 모두 바뀌고, 회장에 이어 부회장직에 2명이 승진하는 등 인사 폭도 커지는 모양새다.

일각에서는 삼성·SK·LG 등 4대 그룹에서도 이러한 흐름이 적용될 것으로 보고 있다. 올해 인사는 시기를 앞당기고 폭을 넓히는 방향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4대 그룹 가운데 SK그룹이 가장 먼저 인사 시즌에 들어갈 것으로 점쳐진다. 올해는 이르면 이달 말이나 늦으면 내달 초께 주요 계열사 대표·임원 인사를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이에 다음 달 6∼8일 열리는 CEO 세미나는 새 경영진이 참여하는 첫 공식 일정으로, 내년 경영 방향과 핵심 과제를 결정짓는 분기점이 될 전망이다. 최창원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은 새로운 진용을 짠 후, 이 자리에서 내년도 사업 계획을 논의할 뜻을 가지고 있다는 전언이다.

실제 최 의장은 지난달 울산전시컨벤션센터(UECO)에서 열린 '울산포럼'에서 직접 "인사 시기는 유동적"이라고 언급하며 "인사 시기는 빨라질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고 전한 바 있다. 재계는 최 의장의 발언을 SK그룹이 내부적으로 조기 인사를 추진할 가능성을 내비친 신호로 해석하고 있다.

한화그룹은 올 8월 말 이미 네 곳의 계열사 대표를 교체하며 일찌감치 인사를 마쳤다. 한화/글로벌, 한화엔진, 한화파워시스템, 한화호텔앤리조트 등이다. 여승주 부회장이 그룹의 2인자로 자리매김한 이후, 한화는 '원포인트' 중심의 실용적 인사로 조직의 안정성을 높이는 전략을 택했다.

앞서 사장단 인사 또한 핵심 라인 중심으로 인력을 배치, 불필요한 혼란을 최소화하려는 전략이 중심이 됐다. 여 부회장의 역할 강화 역시 기존 체제를 보강하고 경영 안정성을 높이는 흐름을 가져가고 있다.

신세계 그룹 역시 지난 9월 조기 인사를 했다. 신세계인터내셔널, SSG닷컴, 신세계디에프, 지마켓 등에 계열사에 새로운 대표를 임명했다. 

삼성전자는 통상 12월 초 사장단 인사를 진행해 오다, 최근 11월 말로 인사 시기를 앞당긴 바 있다. 올해도 비슷한 시기에 결과를 발표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지만, 이보다 이른 11월 중순에 인사가 나올 수 있다는 예측도 나온다.

그룹 내에서는 노태문 삼성전자 DX부문 사장의 부회장 승진 가능성을 염두해 두고 있다. 아울러 최근 반도체 사업의 회복 속에 전영현 부회장과 송재혁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 최고기술책임자(CTO) 사장, 한진만 파운드리사업부장 사장 등이 유임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LG그룹은 계열사 사업보고회 이후인 11월 말 조직 개편과 임원 인사가 유력하게 점쳐진다. 대외 불확실성을 반영하고, 트럼프 정부와의 접점을 모색하는 등 내실 강화에 중점을 둘 것으로 보인다.

LG화학 등 주요계열사의 위기로 구광모 LG그룹 대표가 올해 열린 두 차례 회의에서 계열사의 '구조적 경쟁력 강화'를 주문한 만큼, 인사폭이 작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재계 관계자는 "올해는 글로벌 불확실성이 예년보다 훨씬 크기 때문에 주요 그룹들이 조직을 조기에 재정비하는 건 자연스러운 흐름일 것"이라며 "경기 둔화와 통상 변수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려는 움직임으로, 각 그룹의 리더십 교체기와 맞물려 새로운 성장동력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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