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카드사들이 여신전문채권(여전채)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해외 자금조달에 속도를 내고 있다. 금리 부담을 완화하고 조달 리스크를 분산하기 위한 전략적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카드는 홍콩·대만·일본 등 주요 글로벌 은행을 대주단으로 구성해 4억달러 규모의 지속가능 연계 신디케이트 론을 조달했다. 3년 만기 단일 구조로 발행된 이번 대출은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성과와 연계해 금리를 조정하는 방식이다.
KB국민카드 관계자는 “글로벌 투자자들과의 꾸준한 소통으로 신뢰를 구축한 결과”라며 “향후 안정적 해외 조달의 기반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신한카드는 지난달 해외 자산유동화증권(ABS)을 통해 4억달러를 확보했다. 신용카드 이용대금 채권을 기초자산으로 한 이번 발행은 무디스(Moody’s)로부터 최고 등급인 ‘Aaa’를 획득했다. 확보한 자금은 저신용자·저소득층 등 금융 취약계층 지원에 활용될 예정이다.
앞서 신한카드는 6월에도 3억달러 규모 신디케이트 론을 조달하며, 올해 들어서만 총 7억달러를 해외에서 확보했다.
롯데카드도 지난 3월 3억달러 규모의 ESG 기반 해외 ABS를 발행한 바 있다.
이처럼 카드사들이 연이어 해외 시장에 나서는 이유는 조달 비용 절감과 금리, 시장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서다.
우선 ABS는 신용등급 외에도 카드대금·할부금 등 기초자산의 안정성을 평가받아 은행채보다 낮은 금리로 조달할 수 있어 비용 효율성이 높다는 점에서 선호된다. 신디케이트 론은 대규모 자금을 분산적으로 조달하는 것보다 비용이 저렴한 장점이 있다.
또 다른 이유로는 리스크 분산이 지목된다. 카드사는 예금 등 수신 기능이 없어 여전채 발행으로 영업자금을 마련하는 구조인데, 특정 조달 수단에 편중될 경우 외부 충격에 취약하다. 현재 카드사 자금을 조달하는 데 여전채가 차지하는 비중이 평균 60%정도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여전채 시장은 외부 변수에 따라 급격히 출렁이는 만큼, 다양한 조달 채널을 통해 안정적인 운용 기반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일례로 지난 2022년 레고랜드 사태 이후 불안감이 채권시장을 강타했고, 여전채를 발행하는 카드사들은 울며 겨자먹기로 높은 금리를 책정해야했다.
다행히 3~4년 만기가 올 하반기 도래하고 있고, 최근 기준금리 인하 등 조달환경이 개선되면서 카드사들은 낮은 금리로 차환 발행이 가능해졌다.
전업카드사 8곳(삼성·신한·KB국민·현대·롯데·하나·우리·비씨)의 하반기 만기도래 카드채 규모는 9조9850억원으로, 대부분 2022~2023년 고금리 시기에 발행된 물량이다. 현재 3% 안팎의 금리로 차환이 이뤄질 경우 이자비용 절감 효과가 클 것으로 전망된다.
백두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여전채 시장 흐름을 보면 차입금리는 2026년 1분기 고점을 형성한 뒤 2027년 4분기까지 완만히 하락할 것”이라며 “금리 안정세가 이어지면 카드사의 조달 부담도 완화될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