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케다 [출처= 다케다 홈페이지]
다케다 [출처= 다케다 홈페이지]

일본 제약 대기업 다케다가 중국 바이오기업 이노벤트와 114억 달러 규모의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하며, 아시아 바이오산업 협력의 새 전환점을 맞이했다. 이번 계약은 일본 제약사가 중국 기업과 맺은 최대 규모 거래로 평가된다.

일본 제약사 다케다는 21일 중국 이노벤트 바이오로직스(Innovent Biologics)와 항체-약물 접합체(ADC) 공동개발을 위한 전략적 제휴를 체결했다고 밝혔다. 계약 규모는 최대 114억 달러(한화 약 15조8000억원)에 달하며, 다케다는 선불금 12억 달러와 함께 1억 달러 규모의 지분 투자도 단행할 예정이다.

이번 협약의 핵심은 세 가지 신약 후보물질이다. 비소세포폐암 및 대장암 치료제 IBI363은 PD-1/IL-2 이중특이성 항체 융합 단백질로, 동급 최초(first-in-class) 치료제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또 위암 및 췌장암 치료제 IBI343은 Claudin 18.2 단백질을 표적으로 하는 차세대 ADC이며, 아직 표적이 공개되지 않은 IBI3001에 대한 개발 참여 옵션도 포함됐다.

이 세 약물이 모두 개발 및 상업화 목표를 달성할 경우, 이노벤트는 최대 102억 달러의 마일스톤을 수령하게 된다. 이는 일본 제약사와 중국 기업 간 체결된 역대 최대 규모 바이오 기술협력 사례로 기록될 전망이다.

이번 협력은 단순한 사업 계약을 넘어 아시아 바이오산업의 전략적 재편을 상징한다. 일본은 오츠카, 에자이 등과 함께 이미 2000년대 후반부터 중국 제약사들과 협력하며 현지 시장에 진출해 왔다. 그러나 최근 중국 바이오산업이 모방 중심에서 혁신 중심으로 빠르게 전환하면서, 일본이 기술 파트너로서 중국의 혁신 역량을 흡수하는 흐름이 형성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2018년 중국 HUTCHMED가 개발한 대장암 치료제 ‘프루퀸티닙(Fruquintinib)’을 들 수 있다. 다케다는 이 약물의 글로벌 독점권을 2023년 확보했고, 1년 만에 일본과 미국에서 모두 동급 최초 치료제로 승인받았다.

전문가들은 이번 협력이 단순한 경제적 파트너십을 넘어, 역사적 갈등과 영토 문제로 긴장 관계에 있는 두 나라 간의 ‘조용한 외교’ 역할을 한다고 평가한다. 중국의 제조 및 연구 인프라와 일본의 품질 관리·R&D 노하우가 결합하면서, 양국은 이념을 넘어 실질적 기술 협력의 새로운 기반을 마련했다는 분석이다.

결국 다케다와 이노벤트의 이번 초대형 거래는 바이오제약 산업의 경쟁을 넘어, 동아시아가 공동의 혁신 생태계를 구축해 가는 첫걸음으로 기록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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