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상그룹의 자체 AI 플랫폼 ‘대상 AI’ 예시 화면. [출처=대상그룹]](https://cdn.ebn.co.kr/news/photo/202510/1683403_701082_524.png)
“AI(인공지능)는 이제 식품업계의 ‘보이지 않는 셰프’입니다.”
한 식품업계 관계자의 이 말은 과장이 아니다. 원재료 가격을 예측하고, 신제품의 조합을 실험하며 보고서를 대신 쓰는 AI가 공장과 연구소, 심지어 마케팅 부서까지 깊숙이 들어왔다.
24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국내 주요 식품기업들은 ‘AI 중심 경영 전환(AX·AI Transformation)’을 선언하며 산업의 주방을 새롭게 설계하고 있다.
대상그룹은 최근 자체 플랫폼 ‘대상 AI’를 전사 도입했다. 보고서 자동 작성, 자료 요약, 번역, 웹 검색 등 반복 업무를 자동화해 임직원이 창의적 기획에 집중하도록 했다.
내년에는 특정 업무를 AI가 전담하는 ‘AI 에이전트’를 구축해 연구개발(R&D)과 영업현장의 자동화를 본격 추진한다.
지난 2022년 전사적 디지털 전환(DT)을 선언한 대상은 생산 공정에서 시작된 자동화를 이제 ‘사람의 사고 체계’로 확장 중이다.
롯데웰푸드는 지난달 ‘AI 구매 어시스턴트’를 도입했다. 팜유 시세, 환율, 날씨, 선물시장 지표 등 복합 데이터를 분석해 원자재 가격을 예측하고, 예측 정확도는 90%에 달한다.
변동성이 큰 식품 원가를 기술이 관리하는 구조로, AI가 수요·공급 변수를 학습하면서 구매 리스크를 최소화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CJ제일제당은 자사몰 ‘CJ더마켓’에 AI 검색 서비스 ‘파이(Fai)’를 적용했다. 소비자가 ‘고단백이면서 저칼로리 간편식’ 같은 문장형 질문을 던지면, AI가 맞춤형 상품을 추천한다.
동원그룹은 자체 ‘동원GPT’를 도입해 직원 AI 경진대회를 열었으며, SPC그룹은 청담 배스킨라빈스 매장에서 AI가 제안한 레시피로 만든 신제품을 판매 중이다. AI가 설계한 ‘시크릿’ ‘오미자 오렌지 소르베’는 데이터가 창조한 맛의 상징으로 떠올랐다.
AI는 이제 식품회사의 연구소와 공장 그리고 소비자 데이터센터를 잇는 ‘디지털 주방장’이다. 인간의 감각이 만든 맛을 수치로 번역하고, 경험의 직관을 알고리즘으로 구현하며 식품산업의 새로운 레시피가 지금 이 순간에도 쓰이고 있다.
AI는 식품업계의 새로운 주방장이지만, 동시에 ‘표준화의 위험’을 키운다.
AI는 평균값을 계산해 ‘안정적인 맛’을 만들지만 인간의 미묘한 감각, 실수에서 태어나는 창의성, 예측 불가능한 풍미 등은 반영하지 못한다.
또 다른 식품업계 관계자는 “AI가 만든 맛은 완벽하지만 무난하다”며 “결국 브랜드의 개성, 지역성, 감성의 다양성이 사라질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기술의 효율이 감각의 실험을 대체할 때 식품은 더 이상 ‘맛의 문화’가 아니라 ‘데이터의 결과물’로 전락할 수 있다는 경고다.
식품기업의 AI 도입은 더 이상 일시적 트렌드가 아니다. 데이터 기반 맛의 시뮬레이션, 소비자 감성 분석, 레시피 자동화 등 ‘디지털 미각 산업’으로 진화하고 있다.
하지만 기술이 아무리 정교해져도 ‘맛의 진정성’은 결국 사람의 기억과 경험에서 완성된다는 점에서 기업들은 기술과 감성의 균형점을 찾아야 한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AI의 학습 속도보다 중요한 것은 ‘감각의 속도’”라며 “기술은 도구일 뿐 결국 음식을 완성하는 것은 사람”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