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잇단 부동산 규제로 주택 시장이 급속히 냉각되면서 가을철 이사와 결혼 수요에 맞춰 ‘성수기 특수’를 기대했던 가구업계가 갑작스러운 거래 절벽에 직면했다. [출처=오픈AI]
정부의 잇단 부동산 규제로 주택 시장이 급속히 냉각되면서 가을철 이사와 결혼 수요에 맞춰 ‘성수기 특수’를 기대했던 가구업계가 갑작스러운 거래 절벽에 직면했다. [출처=오픈AI]

정부의 잇단 부동산 규제로 주택 시장이 급속히 냉각되면서 가을철 이사와 결혼 수요에 맞춰 ‘성수기 특수’를 기대했던 가구업계가 갑작스러운 거래 절벽에 직면했다. 정부의 강도 높은 규제에 주택 구매는 물론 입주와 갈아타기 수요까지 동시에 막히면서 업계 전반에 침체의 그늘이 짙게 드리운 상황이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 15일 발표한 ‘10·15 대책’을 통해 서울 전역(25개구)과 강남 3구, 용산구, 경기 과천·분당 등 수도권 12개 지역을 조정대상지역·투기과열지구·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했다.

이로써 총 37개 지역이 이른바 ‘삼중 규제’ 대상에 포함됐으며, 여기에 금융 규제까지 강화되면서 주택담보대출과 전세대출이 모두 제한되고 정비사업도 사실상 제동이 걸렸다.

이번 대책은 앞서 발표된 6·27 금융 규제, 9·7 공급 확대 대책에 이은 세 번째 고강도 조치로, 불과 넉 달 사이 세 차례나 쏟아진 부동산 규제에 시장은 급격히 얼어붙은 상태가 됐다. 주택 거래는 실수요층이 얇은 수도권 외곽을 중심으로 빠르게 위축됐고 관망세가 확산되면서 건설 경기도 전반적으로 둔화됐기 때문이다.

문제는 부동산과 밀접하게 연동되는 가구·인테리어 산업이 직접적인 타격을 받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이사와 결혼 수요가 몰리는 가을철 성수기를 앞두고 기대감을 키웠던 업체들은 수요 자체가 증발하며 사실상 ‘성수기 실종’ 위기에 놓였다.

한 가구업계 관계자는 “이사를 해야 바닥재나 벽지, 주방가구 교체 수요가 생기는데 거래 자체가 끊기면서 직접적인 악영향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B2C 중심의 가구업계는 물론, B2B 비중이 큰 건자재 업계는 더 깊은 타격을 호소하고 있다. 정비사업과 신축이 멈추면 창호·마루·도어 같은 자재 수요는 사실상 동결되기 때문이다. 한 건자재업체 관계자는 “올해 초부터 이미 방어적 경영 기조를 택했지만 이 정도로 빠른 추가 규제가 나올 줄은 몰랐다”고 전했다.

상반기부터 줄곧 하향 곡선을 그려온 업계 실적은 당분간 계속 어두울 예정이다. 한샘의 올해 상반기 매출은 9029억원, 영업이익은 87억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6.3%, 56.7% 급감했다. 현대리바트는 매출 8476억원, 영업이익 146억원으로 각각 15.4%, 2.5% 감소했다. 신세계까사는 16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적자 전환했다.

이에 일부 업체는 급감한 거래량을 상쇄하기 위해 리모델링 시장과 프리미엄 소비층 공략에 나서고 있다. 현대리바트는 맞춤형 인테리어 패키지 ‘더 룸’을 선보이며 수요 세분화 전략을 펼치고 있고, LX하우시스는 ‘지인페스타’ 같은 할인 행사로 막판 수요 잡기에 나섰다.

이밖에도 한샘은 고급 수입가구 브랜드 ‘도무스’, 신세계까사는 프리미엄 침대 라인 ‘마테라소’와 1000만원대 초고가 제품 ‘에보니’를 앞세워 틈새시장을 공략 중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소비심리와 건설경기라는 양대 축이 모두 위축된 상황에서 근본적인 수요 부진 앞에서는 ‘미봉책’에 불과하다며 리모델링 시장만으로는 매출 반등이 쉽지 않을 것으로 내다본다.

특히 부동산 정책의 효과가 본격적으로 반영되는 데는 통상 2~3개월이 걸리는 만큼, 올 연말부터 내년 상반기까지는 가구·인테리어 시장 전반이 본격적인 한파에 직면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업계 관계자도 “일반적으로 규제 발표 이후 시장 반영까지 2~3개월 걸리지만 이번엔 한 달 만에 추가 대책이 나왔다. 이 같은 흐름이 내년 상반기까지는 이어질 것”이라며 “계속되는 규제와 소비 위축 속에서 올해 가을 성수기는 사실상 실종됐다. 당분간 할인·판촉 강화와 포트폴리오 다변화로 버티기에 들어갈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저작권자 © 이비엔(EBN)뉴스센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