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SK하이닉스]](https://cdn.ebn.co.kr/news/photo/202510/1683560_701262_2256.jpg)
내년 국내 산업이 경제 불확실성 속 뚜렷한 '양극화' 흐름을 보일 전망이다. AI 확산에 따른 반도체 업황 회복이 두드러지는 반면, 정유와 석유화학은 유가 약세와 중국발 공급 과잉에 발목이 잡혔다.
27일 산업계 및 NICE신용평가가 발표한 '주요산업 12개월 전망'에 따르면 국내 경기는 소폭 회복세를 보이고 있으나 내수 부진과 통상환경 악화로 산업 전반의 불확실성은 여전히 높은 상태다.
미국의 산업·통상정책 변화가 각 업종별로 다른 영향을 미치면서 산업별 '체력 격차'가 더 벌어지는 양상이다.
■AI가 살린 반도체…HBM 중심 '질적 회복'
메모리 반도체 업계는 AI 서버 시장의 폭발적 수요에 힘입어 확실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HBM(고대역폭 메모리)과 고용량 D램이 판매 호조를 보이며 주요 기업의 실적 개선을 이끌고 있다.
엔비디아 등 글로벌 AI 고객사들의 투자 여력이 커지면서, HBM 증설도 본격화됐다. 업계는 후방 네트워킹용 서버 증설이 이어지며 범용 제품 시장까지 수혜가 확산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재무적으로도 안정적이다. 업계의 공정 전환과 HBM 생산능력 확대에 따른 투자 규모는 늘고 있으나, 재고회전율 개선으로 잉여현금이 확보되면서 차입금 감축 기조가 유지되고 있다. 특히 2023년 이후 재고부담이 완화되고, 고수요 제품 위주의 포트폴리오 전환이 빠르게 이뤄지고 있다.
HBM 비중을 높인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은 분기별 영업이익이 꾸준히 늘었지만, 엔비디아향(向) 공급이 지연된 삼성전자는 올해 반도체 부문 2분기 영업이익이 전 분기 대비 68% 급감한 바 있다.
여전히 통상환경 악화가 불확실성으로 남아 있다. 지난 8월부터 시행된 국가별 상호관세는 미국 내 내구재 소비를 위축시키며 IT 제품 전반에 영향을 줄 전망이다. 이로 인해 주요 고객사의 단가 인하 요구가 거세질 경우, 메모리 제조사의 수익성이 압박받을 가능성이 크다는 게 보고서 설명이다.
HBM 시장 내 경쟁이 심화되는 점도 변수다. 삼성전자가 본격적으로 엔비디아 공급망에 편입되거나 HBM4 공급망에 복수의 벤더가 참여할 경우, 가격 프리미엄이 약화될 수 있다. 반면, 중국의 반도체 장비 도입 제한이 지속되면서 현지 Fab(웨이퍼 공장)의 경쟁력은 점차 떨어질 것으로 관측된다.
![[출처=HD현대오일뱅크]](https://cdn.ebn.co.kr/news/photo/202510/1683560_701263_2345.jpg)
■정유, 유가 하락·EV 확산에 '이중고'
정유업계는 유가 및 환율 하락 여파로 실적 부진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올 2분기에는 정제마진 약세와 재고 손실(역래깅 효과)로 일부 정유사에서 영업적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글로벌 경기 둔화와 연료유 수요 감소가 겹친 가운데, EV(전기차) 확산과 건설업 둔화가 운송유 소비를 줄이면서 산업 구조 자체가 빠르게 변하고 있다.
그럼에도 업계 일각에서는 일부 '회복 시그널'을 주목하고 있다. 유럽과 미국, 중국을 중심으로 노후 정제설비의 영구 폐쇄가 본격화되며 역내 공급 부담이 완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NICE신용평가는 "정제설비 구조조정이 국내 정유사의 정제마진 회복에 긍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비정유 부문 투자 부담은 큰 걸림돌로 작용할 전망이다. SK이노베이션은 배터리 부문에서 적자를 지속하고 있고, GS칼텍스와 HD현대오일뱅크 역시 석유화학 설비 투자에도 불구하고 중국 자급률 상승으로 실적이 부진하다.
업계 관계자는 "정유사들이 에너지 전환 대응 차원에서 비정유 사업 비중을 확대하고 있지만, 단기 수익성 악화로 재무개선 속도는 더뎌질 것"이라고 말했다.
![[출처=롯데케미칼]](https://cdn.ebn.co.kr/news/photo/202510/1683560_701264_2442.jpg)
■석유화학 中發 과잉공급 '덫'…희망 변수는
석유화학 산업은 구조적인 공급 과잉과 장기 불황에 직면했다. 중국을 중심으로 한 대규모 설비 증설과 자급률 상승으로 수급 불균형이 고착화되면서, 업계는 2022년 이후 지속적인 영업손실에 시달리고 있다.
향후에도 공급 과잉은 쉽게 해소되지 않을 전망이다. 2025년 이후에도 중국의 주요 기초유분 증설이 예정돼 있어, 중단기적으로 업황 개선은 제한적이다.
보고서는 "국내 석유화학산업이 과거의 원가 경쟁력과 기술 우위를 대부분 상실했다"며 "수익성 회복은 중기적으로도 제한적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OPEC+의 적극적인 원유 생산량 확대로, 국제유가는 배럴당 60 ~ 70$로 안정화되기 시작했으며 여기에 몇몇 경쟁력을 가진 석화업체는 하반기 부터 흑자로 돌아서기 시작한 상황이다.
특히 2026년은 국내 석유화학업계가 반등의 기회를 잡을 수 있는 해가 될 것으로 관측된다. 구체적 배경으로는 △글로벌 공급과잉 구조조정 △유가 하락 △미국발 통상정책 변화라는 세 가지 긍정 변수가 꼽힌다.
이러한 전망 속 업계는 비핵심 사업부 매각, 투자 취소·이연 등으로 유동성 확보에 나서고 있다. 370만톤 규모의 감산을 목표로 구조조정이 진행 중이나, 장기 불황으로 인한 협상 지연 탓에 가시적 성과는 아직 제한적이다.
보고서는 또 "결국 산업 구조 개편은 불가피할 것"이라며 "분할·합병이나 자산 매각을 통한 재편이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되며 기업별 신용도는 구조조정 결과에 따라 달라질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통상환경 악화, 글로벌 수요 둔화, 유가 하락, 중국발 공급 과잉 등은 여전히 한국 산업 전반의 불안요인으로 작용한다"며 "AI와 친환경이라는 새로운 흐름이 산업 구조를 재편하는 가운데 반도체는 성장 국면 진입으로, 정유·화학은 구조조정 국면으로 이동 중"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