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29일 경북 경주 힐튼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대통령 주최 정상 특별만찬에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영접하고 있다. [출처=연합]
이재명 대통령이 29일 경북 경주 힐튼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대통령 주최 정상 특별만찬에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영접하고 있다. [출처=연합]

한국의 우라늄 농축 및 사용후핵연료 재처리에 대한 새로운 국면이 펼쳐질 전망이다.

29일 대통령실과 연합뉴스 등에 따르면 이날 경주에서 열린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한미정상회담에서 한미 원자력협력협정 관련 논의가 의제로 올랐다.

대통령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회담 후 언론 브리핑에서 "원자력협정은 기존 협의를 통해 일정한 방향성에 대한 양해가 이뤄져 있다"며 "오늘 한 것은, 그런 방향성을 구체적으로 진전시켜 나가기 위해선 실무선의 협의가 필요하기 때문에 정상 차원의 관심을 가져주십사 말씀드린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 조현 외교부 장관은 지난 23일 언론 인터뷰에서 "우라늄 농축을 해야 하고, 사용후핵연료를 재처리하는 게 필요하다는 것을 아주 강력하게 요청했고 그게 받아들여졌다"고 말한 바 있다.

한미가 정상회담 합의 내용을 정리해 조만간 발표할 '팩트 시트'에도 한미 원자력협력협정 문제가 담길 예정이다.

현재로선 한미는 협정을 직접 개정하기보다는 현행 협정의 토대 위에서 한국의 농축 및 재처리 권한을 더 폭넓게 확보하는 식으로 방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2015년 개정돼 2035년까지 적용되는 현행 원자력협정의 틀 속에서 한국의 우라늄 농축 및 사용후핵연료 재처리 권한을 확대하는 방향에 대해 양측의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는 의미다.

우라늄은 천연 상태로는 원자력 발전 연료로 쓸 수 없어서 농축 과정이 필요하고, 사용후핵연료는 재처리를 통해 다시 연료로 재활용할 수 있다.

하지만 현행 협정 체제에서 농축과 재처리는 핵무기로의 활용 가능성 때문에 사실상 가로막힌 상태였다.

한국은 현재 협정 하에서는 미국과 서면 합의를 통해서만 우라늄을 20% 미만으로 농축할 수 있다. 재처리는 핵확산 위험이 덜한 '파이로 프로세싱'이라는 신기술을 통해 가능하지만, 이 기술은 실질적 진전이 없는 상태다.

반면 일본은 20% 미만 농축과 재처리를 미국이 이미 동의한 것으로 간주하는 '포괄적 사전동의'를 확보했다.

한국 정부 당국자들은 일본과 유사한 수준의 권한을 확보하는 것을 사실상의 목표로 여러 차례 언급해 왔다.

앞으로 이를 구체적으로 어떻게 실현할지 한미 당국 간에 후속 협의가 뒤따를 것으로 보인다. 위 실장은 "앞으로 구체적 진전을 위해 협의를 해 나가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정상회담에서 정치적 공감대가 마련되기는 했지만, 한국의 농축·재처리 권한을 어느 정도로, 그리고 어떤 방식으로 확대할 것인지가 향후 한미간 중요 외교 현안으로 부상할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현행 협정의 틀을 유지하면서도 한국이 일본 수준 권한을 행사할 수 있도록 제도적 경로를 마련하는 문제가 쟁점이 될 전망이다.

한미의 원자력협정 논의는 이날 이 대통령이 전격적으로 꺼낸 원자력 추진 잠수함에 사용하기 위한 원자력 연료와도 연결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기존 원자력협정은 정식 명칭이 '대한민국 정부와 미합중국 정부 간의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에 관한 협력 협정'이다. 이전의 1956년판 협정에는 '비군사적 사용', 1972년 협정에는 '민간 이용'이라는 표현이 명칭에 있었다.

모두 한국이 원자력을 군사적 목적으로 이용하지 못하게 하는 데 초점이 맞춰진 것으로 볼 수 있다. 실제 현행 협정에 '군사적 적용 금지' 조항이 있다.

원자력 추진 잠수함을 한국이 도입하기 위해서는 원자력의 군사적 적용이 필요해진다고 볼 수 있는 만큼 향후 원자력협정 논의가 군사적 분야로도 뻗어나갈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위 실장은 "기존 협정도 손을 봐야 할 것"이라며 "(잠수함의) 핵연료는 군사적 목적에 쓰기 때문이고, 기존 협정은 군사적 목적에는 적용되지 않아서 뭔가 조정해야 절차가 완결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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