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30일 목요일, 한국 부산 김해국제공항에서 열린 양자회담에 앞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맞이하고 있다. [출처=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30일 목요일, 한국 부산 김해국제공항에서 열린 양자회담에 앞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맞이하고 있다. [출처=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6년 만에 회동하며 세계 양대 경제 강국 간 긴장 완화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두 정상은 한국에서 열린 회담에서 '주요 무역 문제 해결에 대한 합의'라는 데 인식을 같이했으나 공식적인 무역협정에는 이르지 못했다.

30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회담을 '놀라운 회담'이라 표현했고, 중국 외교부는 '상호 이해에 기반한 진전'을 평가하며 "양국이 경제 안정에 도움이 될 결과물을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회담의 가장 구체적인 성과로는 중국의 희토류 수출 통제 완화와 미국산 대두 수입 재개가 꼽힌다. 희토류는 스마트폰, 반도체, 군수 장비 등 첨단 산업의 핵심 소재로, 그동안 중국이 글로벌 공급망을 사실상 지배해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회담 후 "중국이 즉시 엄청난 양의 대두와 농산물을 구매하기로 합의했다"고 말했다. 미 재무장관 스콧 베센트는 폭스비즈니스와의 인터뷰에서 “중국이 올 시즌 1200만 톤의 대두를 구매하고 향후 3년간 매년 최소 2,500만 톤 이상을 구매하기로 했다"고 구체적으로 밝혔다.

대두는 트럼프의 주요 정치 기반인 미국 중서부 농가의 핵심 수출 품목으로 이번 합의는 내년 대선을 앞둔 트럼프에게 정치적 의미도 크다.

미국 정부는 회담 직후 중국산 펜타닐 원료에 부과한 일부 관세를 철회한다고 발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 캐나다, 멕시코를 대상으로 '펜타닐 유입 통제 실패' 책임을 물어 고율 관세를 부과해왔다.

션 스타인 미·중 비즈니스위원회 회장은 "이번 합의로 양국이 새로운 관세 위기 없이 안정적인 관계를 이어갈 기반을 마련했다"며 "기업들이 장기 계획을 세울 시간을 벌었다"고 평가했다.

다만 다른 부문에 대한 관세는 여전히 유효해 미국 수입업자들은 중국산 제품에 대해 평균 40% 수준의 세금을 부담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회담 결과로 “중국이 미국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의 젠슨 황 CEO와 직접 대화할 수 있게 됐다”고 언급했다. 이는 양국 간 AI 반도체 패권 경쟁 속에 상징적인 메시지로 받아들여진다.

반면 틱톡 문제는 진전이 없었다. 미국은 국가안보를 이유로 틱톡의 미국 내 사업을 모회사 바이트댄스와 분리하려 하고 있지만, 중국은 "추가 협상을 통해 문제를 풀 것"이라는 입장을 유지했다.

시진핑 주석은 트럼프 대통령을 내년 4월 베이징으로 초청했으며 이는 양국 관계가 '해빙 국면'에 접어들고 있음을 보여주는 신호로 해석된다.

이번 합의는 수개월간 이어진 관세 전쟁의 긴장을 완화했지만 기술·안보 등 근본적인 경제 경쟁 문제를 해결하는 '포괄적 합의'에는 미치지 못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트럼프와 시진핑이 직접 손을 맞잡고 "관세 전면전의 종식"을 선언함으로써 글로벌 공급망 불확실성은 다소 완화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 뉴욕 증시 선물은 회담 소식 이후 큰 변동 없이 출발했으며, 중국 CSI300 지수는 0.8% 하락으로 장을 마감했다.

이번 회담을 계기로 양국이 '무역 전쟁'의 끝에서 '전략적 경쟁'의 새로운 단계로 이동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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