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노정 SK하이닉스 대표이사가 서울 강남구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에서 열린 '제18회 반도체의 날 기념식'에서 금탑산업훈장을 수여받은 뒤 기념촬영하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문신학 산업통상부 제1차관, 곽 대표이사, 곽 대표이사의 아내. [출처=연합]
곽노정 SK하이닉스 대표이사가 서울 강남구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에서 열린 '제18회 반도체의 날 기념식'에서 금탑산업훈장을 수여받은 뒤 기념촬영하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문신학 산업통상부 제1차관, 곽 대표이사, 곽 대표이사의 아내. [출처=연합]

'부회장 승진설'로 재계의 관심을 모았던 곽노정 SK하이닉스 대표이사 사장이 SK그룹 연말 인사를 통해 현 체제를 유지한다. SK는 이번 인사에서 SK하이닉스와 관련, 차선용 미래기술원장을 사장으로 올리는 결정을 내렸다.

SK그룹이 고대역폭메모리(HBM) 혁신을 기반으로 압도적 성과를 올린 곽 사장을 중심으로 안정적 체제를 이어가면서, 차세대 기술 개발의 속도를 차 사장이 주도하도록 했다는 평이 나온다.

31일 재계에 따르면 SK그룹은 전일 부회장 1명, 사장 11명 등 총 12명 규모의 사장단 인사를 발표했다. 지난해 사장 승진자가 2명에 불과했던 것과 비교하면, 올해는 리더십 변화를 폭넓게 반영한 셈이다. 

인사 시기를 기존 11월 말~12월 초에서 한 달가량 앞당겨 APEC 기간에 발표한 점은 경영환경 변화 속도에 선제 대응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당초 일각에선 곽 사장이 HBM 성공을 바탕으로 부회장직에 오를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었으나, SK그룹은 기존 체제를 유지했다. 대신 차선용 미래기술원장을 사장으로 승진시키며 차세대 메모리 기술 역량 강화에 초점을 맞췄다.

곽 사장 체제가 유지된 배경에는 현 구동력과 실적 안정성이 크게 반영된 것으로 평가된다. 재계는 SK하이닉스가 올해뿐 아니라 내년과 내후년에도 최대 실적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이미 검증된 체제를 흔들 이유가 없었다는 해석을 내놓는다. 

실제 SK하이닉스는 올 상반기 자산은 늘리고 부채는 줄이며 재무 건전성을 강화했다. 상반기 말 차입금은 21조841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25조2279억원) 대비 3조3869억원 줄었다.

올 2분기 SK하이닉스는 영업이익 9조원을 기록하며 상반기 누적 영업이익 16조6534억원을 달성, 전년동기 대비 99.3% 증가했다. 3분기에도 매출 24조4489억원, 영업이익 11조3834억원을 기록해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매출 39%, 영업이익은 62% 늘며 '어닝 서프라이즈'를 달성했다. 국내 기업으로는 삼성전자에 이어 두 번째로 분기 영업이익 10조원을 돌파한 것이다.

이 같은 성장세는 HBM 혁신에서 비롯됐다. SK하이닉스는 엔비디아에 AI 반도체용 HBM3를 독점 공급하며, 현재 HBM3E 물량의 약 75%를 담당하고 있다. HBM 공급 확대와 범용 메모리 가격 상승이 맞물리며 실적 호조를 견인, 곽 사장 체제의 연속성을 뒷받침했다.

일각에서는 곽 사장 체제가 유지됨으로써 내부 조직 안정성뿐 아니라, 연구개발(R&D)과 생산 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 곽 사장 지휘 아래 HBM3E 양산 확대와 차세대 D램·낸드플래시 개발에 속도가 붙으면서 SK하이닉스는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 우위를 유지할 수 있는 기반을 확실히 다졌다.

한편 SK그룹은 다음달 6~8일 경기 이천 SKMS연구소에서 CEO 세미나를 연다. CEO 세미나는 6월 경영전략회의, 8월 이천포럼과 함께 SK그룹의 ‘3대 회의’로 꼽힌다.

이번에 승진한 신규 사장단도 함께 자리하며 최태원 회장과 최재원 부회장 등 최고경영진은 내년도 경영 환경을 진단하고 전사적 메시지를 공유한다는 구상이다.

재계 관계자는 "이번 인사와 세미나를 통해 SK그룹은 안정된 핵심 경영진 체제를 유지하면서도, 미래 기술 경쟁력을 강화하는 전략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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