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SK하이닉스]
[출처=SK하이닉스]

SK하이닉스가 HBM(고대역폭메모리) 시장 장악을 통한 기술력·수익성·재무안정성 등 '삼각 균형'을 완성해 나가고 있다.

고부가제품 공급력·견조한 범용 수익·막강한 현금창출력까지 더해 신용등급 전망을 '긍정적'으로 끌어올리며 AI 반도체 시대의 승자로 부상했다.

3일 산업계에 따르면 NICE신용평가는 보고서를 내고 SK하이닉스의 장기신용등급을 'AA'로 유지하되, 등급전망을 기존 '안정적(Stable)'에서 '긍정적(Positive)'으로 상향 조정했다.

나신평은 그 근거로 △AI메모리 시장에서의 HBM 경쟁력 우위 △범용 D램·낸드 부문의 수익성 회복 △잉여현금확보를 통한 재무건전성 개선 등을 제시했다.

■AI시대, HBM 독주로 시장 주도권 '확고'

SK하이닉스는 AI 반도체 성능을 좌우하는 HBM 분야에서 경쟁사 대비 한발 앞선 행보를 보이고 있다. 엔비디아 차세대 AI가속기에 탑재될 HBM4(6세대 고대역폭메모리)를 비롯해 ASIC(맞춤형 반도체) 채용이 확대되며, HBM 수요는 구조적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출처=NICE신용평가]
[출처=NICE신용평가]

청주 M15X 팹의 조기 가동 계획도 구체화됐다. 나신평에 의하면 회사는 2026년 공급 예정인 HBM 전체 물량과 제품 믹스에 대한 협의를 경쟁사보다 앞서 마쳤으며, 수익성 유지가 가능한 단가 수준으로 납품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파악된다. 핵심 고객사 외에도 추가 시장 수요가 예상을 웃도는 수준으로 나타나고 있으며, HBM 공급 경쟁에서의 주도권을 지속할 것으로 평가됐다.

HBM 비중이 확대되는 가운데서도 범용 D램은 여전히 실적의 중심축이다. 올 상반기 영업이익의 약 절반이 범용 D램에서 발생한 것으로 추정되며, AI 인프라 투자 확대에 따른 서버 수요가 출하량을 견인했다.

실제 올 상반기 D램 매출은 31조1609억 원으로 전체의 78.2%를 차지했다. 낸드 매출은 7조9566억 원으로 감소했으나, eSSD(기업용 SSD) 수요 강세가 이어지며 이익 방어에 성공했다. 올 상반기 연결기준 상각 전 영업이익(EBITDA)는 23조4533억 원, EBITDA 마진율은 58.8%로 나타나 2023년 18.1% 대비 대폭 개선됐다.

나신평은 "범용제품 역시 선단 공정으로 전환하되 보수적 생산기조를 유지해 가격이 안정적으로 형성되고 있다"며 "AI 관련 서버 수요 증가에 따른 출하 호조로 이익기여가 이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3Q 영업익 11조 돌파…"AI 효과 본격화"

SK하이닉스는 올해 3분기 매출 24조4489억 원, 영업이익 11조3834억 원을 올렸다. 매출은 전년동기 대비 39%, 영업이익은 62% 늘어난 수준이다.

HBM과 AI 서버용 고성능 제품 출하 확대 덕분에 분기 영업이익이 사상 처음 10조 원을 넘어섰으며, 영업이익률은 47%에 달했다.

회사 측은 "AI 인프라 투자 확대로 메모리 전반의 수요가 급증했다"며 "HBM3E 12단과 서버용 DDR5 등 고부가가치 제품 판매 확대 덕분에 역대 최고 실적을 다시 경신했다"고 밝혔다.

SK하이닉스의 약진 배경에는 엔비디아와의 긴밀한 협력이 있다. 회사는 2022년부터 HBM3를 엔비디아에 독점 공급해왔으며, 현재 납품 중인 HBM3E의 약 75%를 담당하고 있다. 올해 2분기 기준 글로벌 HBM 출하 점유율은 62%로 1위를 유지했다.

■'현금창출 중심' 재무개선 지속

청주 M15X와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미국 인디애나 공장 등 대규모 투자가 진행 중이지만, 회사는 EBITDA 내에서 설비투자를 관리하며 현금흐름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고 있다.

올해 6월 기준 부채비율은 48.1%로, 2023년 말(87.5%) 대비 대폭 하락했다. 총차입금은 24조3692억 원, 순차입금은 7조4069억 원으로 각각 2024년 대비 감소했다. 총차입금/EBITDA 배수는 0.5배, 순차입금/EBITDA는 0.2배로, 2023년(각각 5.5배·4.0배)에서 크게 개선됐다.

나신평은 "잉여현금창출이 꾸준히 이어지고 있으며, 추가적인 차입금 감축으로 재무안정성은 더욱 강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보고서에 의하면 지난 6월 말 기준 연결기준 EBITDA/CAPEX 배수는 2.1배로 상향검토 기준(2.0배 이상)을 충족했다. 고부가제품 확대에 따른 영업이익 증가세가 이어질 경우 중기적으로 'AA+' 상향 가능성도 제시된다. 다만 미국의 IT관세 정책 변화와 중국 내 팹 기술 업그레이드 제한은 잠재 리스크로 지목된다. 

나신평은 "관세 강화나 경쟁 심화로 수익성이 둔화될 경우 등급전망은 다시 'Stable'로 복귀할 가능성도 있다"면서도 "AI 서버 시장이 팽창하는 한, 메모리 산업의 경쟁축은 HBM 중심으로 재편될 가능성이 높다. SK하이닉스가 글로벌 메모리 산업의 질서를 새롭게 쓰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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