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의 HBM4와 HBM3E 제품 이미지. [출처=SK하이닉스]
SK하이닉스의 HBM4와 HBM3E 제품 이미지. [출처=SK하이닉스]

SK하이닉스가 차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 베이스 다이에 선단 파운드리 공정을 적용함에 따라 원가 압박이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비(非)엔비디아 고객사의 비중이 변수로 지목된다.

HBM 원가에서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베이스 다이를 성숙 공정에서 선단 공정으로 전환하면서 수익성에 부담이 커지지만, 급격한 수요 증가에 AMD·브로드컴 등 엔비디아 이외 고객에게 비용 증가를 전가시킬 수 있을 것이란 설명이다.

HBM은 여러 개의 D램을 수직 적층한 반도체다. 베이스 다이는 그중 맨 아래에 위치한 다이로, 데이터 전송 및 신호 제어 역할을 한다.

■면적 모자른 베이스 다이, 스피드 높여야

SK하이닉스는 HBM3E까지 베이스 다이를 자체 제작했으나 HBM4부턴 TSMC의 12나노 공정을 사용해 만들고 있다. 이 때문에 HBM4의 가격이 이전 세대 대비 큰 폭으로 올랐으나 수익성은 이전 세대와 비슷한 것으로 추정된다.  

11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엔비디아와 HBM4 1차 초도 물량 가격을 약 580달러로 계약했다. 이는 현재 거래되고 있는 HBM3E 12단 제품보다 약 40% 정도 높은 가격이다. 그러나 올초 대비 HBM3E 12단 제품 가격이 하락하고 있어 실질 가격 인상 폭은 이보다 낮을 것으로 보이며, 여기에 TSMC 파운드리 사용을 감안하면 마진엔 큰 변함이 없을 것으로 분석된다.

문제는 향후에 다가올 커스텀 HBM 시대다. HBM4E부터 SK하이닉스는 고객사별로 베이스 다이를 맞춤 제작할 계획이다. 이 괴정에서 베이스 다이의 물리적 한계를 극복하고, 고객사의 요구사항을 충족하기 위해 선단 공정 채택이 필요하다. 

HBM 개념도. HBM은 여러 개의 D램을 수직 적층하고 맨 아래 베이스 다이를 놓아 만든다. [출처=SK하이닉스]
HBM 개념도. HBM은 여러 개의 D램을 수직 적층하고 맨 아래 베이스 다이를 놓아 만든다. [출처=SK하이닉스]

SK하이닉스 고위임원은 선단 공정 도입의 구체적 계획에 대해선 밝히지 않았으나 “상당 수준의 파운드리 선단 공정 사용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베이스다이의 정말 큰 문제는 사용할 수 있는 면적이 작다는 것”이라며 “TSV가 한 가운데에 있고, 어마어마한 와이어가 TSV를 타고 내려온다. 여기에 테스트 로직, 그래픽처리장치(GPU)와 연결된 인터페이스 등을 감안하면 사용할 수 있는 땅이 굉장히 조각조각 남게 된다”고 설명했다. TSV는 칩과 칩을 위아래로 전기적으로 이어주는 초미세 구리 배선 기둥이다.

이어 “면적도 문제지만 스피드도 필요하기 때문에 미세 공정으로 안 갈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삼성전자는 HBM4 베이스 다이를 자사 파운드리 4나노 공정을 사용하고 있는데, 향후 SK하이닉스도 이와 비슷한 수준의 선단 공정을 TSMC에게 맡길 것으로 보인다. 이로 인해 원가 압박이 커질 전망이다.

■내년 HBM 매출, 엔비디아 비중 절반으로 떨어지나

다만 변수가 있다. 바로 AMD와 브로드컴 등 엔비디아 이외의 고객이다. 내년부터 전체 AI 가속기 중에서 AMD와 맞춤형 반도체(ASIC)의 비중이 높아짐에 따라 SK하이닉스의 HBM 매출에서도 이들의 비중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브로드컴은 빅테크들에게 맞춤형칩 솔루션을 공급하는 업체다.

SK하이닉스가 이들에게 엔비디아보다 높은 가격에 HBM을 판매하면서 전체 수익성을 보호할 수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공급보다 수요가 많음에 따라 메인 고객사인 엔비디아를 제외한 고객사에겐 더 비싼 가격에 HBM을 팔 수 있다는 설명이다.

AMD는 최근 오픈AI와 총 6기가와트(GW) 규모의 AI 가속기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당장 내년에 HBM4가 탑재되는 차세대 칩 MI450이 오픈AI에 제공될 예정이다. 또한 구글,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등 빅테크들이 자체 칩 비중을 높이고 있어 이로 인해 AMD와 ASIC의 HBM 수요가 큰 폭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반도체 소자 업계 관계자는 “SK하이닉스가 내부적으로 내년도 HBM 매출 중 최대 절반까지도 AMD와 브로드컴에서 나올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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