챗GPT 생성 이미지.[출처=오픈AI]
챗GPT 생성 이미지.[출처=오픈AI]

보험연구원 보험사 최고경영자(CEO)설문에서 CEO들이 꼽은 최우선 과제로 단연 ‘판매채널 경쟁력 확보’(26%)를 꼽았다. 디지털 전환으로 소비자 접점이 급변하면서 기존 대면 영업의 효율이 급격히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보험사들은 GA(법인보험대리점) 의존도를 줄이고, 자체 채널의 질적 개선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한 CEO는 설문에서 “내부 설계사 조직의 전문성과 윤리를 강화하지 않으면, 아무리 좋은 상품도 시장에서 설 자리가 없다”고 토로했다.

금융당국의 ‘유지관리수수료 제도 도입’, ‘GA 내부통제 강화’ 정책은 대체로 환영받았다. 그러나 업계는 “판매자격 요건 강화와 약관 요약서 개편이 병행돼야 실질적 소비자 신뢰를 확보할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즉 단순한 영업 경쟁이 아니라 ‘윤리와 신뢰의 경쟁’이 보험산업의 새 생존 공식으로 떠오르고 있다.

[출처=보험연구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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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 하락, 제도 압박…자본건전성의 시험대

금리 변동과 규제 리스크는 여전히 업계의 가장 큰 불안요인이다.

응답자 27.6%가 ‘할인율 현실화 방안의 연착륙’, 19.2%가 ‘지급여력비율(RBC) 감독기준 완화’를 시급한 과제로 꼽았다. IFRS17 제도 시행 이후 보험부채의 평가 기준이 시가로 바뀌면서, 자본적정성 관리가 경영의 핵심 변수로 떠올랐다.

이에 따라 보험사들은 보장성보험 확대(건강보험 44%, 종신보험 30%)로 수익 포트폴리오를 재편 중이다. 이는 금리 위험을 줄이고 장기 안정 수익을 확보하려는 시도지만, 단기 수익 중심의 구조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면 오히려 경쟁력이 약화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수익보다 리스크 관리 역량이 기업의 존속을 결정짓는 시대가 됐다”며 “건전성 제도 대응이 미흡한 기업은 장기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거시 리스크 대응, ‘안정 속 혁신’이 해법

[출처= 보험연구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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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들은 2026년 경제 전망에 대해 “올해와 유사하거나 소폭 개선될 것”이라 답했다. 응답자의 절반 이상이 **‘경기 정체 혹은 침체 지속’**을 예상했으며, 무역갈등·금리하락·시장 변동성을 주요 리스크로 지목했다. 60% 이상은 “금리 리스크를 축소하겠다”고 답해, 경기 둔화 국면에서도 보수적 자산운용 기조를 유지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이와 동시에, ESG·디지털 전환은 새로운 성장 축으로 떠오르고 있다. 보험연구원은 보고서에서 “디지털 혁신과 리스크 관리 고도화가 향후 보험사의 지속가능성을 결정할 것”이라 분석했다.

업계는 인공지능(AI) 기반 언더라이팅, 데이터 기반 상품 설계 등 기술 혁신을 가속화하며 효율성을 끌어올리는 중이다. 하지만 기술 투자에 따른 비용 부담도 만만치 않아, 대형사와 중소형사 간 양극화가 심화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속도가 아닌 방향의 경쟁”… 보험업의 다음 10년

이번 설문이 보여준 메시지는 명확하다. 보험산업은 외형보다 내실, 속도보다 방향이 중요한 시대로 접어들었다. 판매채널·상품 경쟁력·자본건전성이라는 세 축이 동시에 강화되지 않으면, 산업의 지속성은 담보되지 않는다. 보험사는 단순한 금융회사가 아니라 사회의 ‘위험 관리자’이자 ‘장기 투자자’다. 따라서 시장 변화에 대한 대응은 단기 실적보다 사회적 신뢰 회복과 산업 생태계의 지속가능성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출처= 보험연구원 ]
[출처= 보험연구원 ]

결국 이번 CEO 설문은 ‘위기 속 기회’라는 오래된 진리를 다시 확인시켰다. 급변하는 환경 속에서도 보험업계가 묻고 있는 질문은 하나다. “우리는 무엇을 지키며, 어디로 가고 있는가.”

전문가들은 "그 답을 찾는 과정이 바로 한국 보험 산업의 다음 10년을 결정할 것"이라고 단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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