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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이 취임 두 달이 조금 넘었다. 비금융 민변 출신인 그가 생물처럼 움직이는 금융시장 상황을 잘 이해하고 있을까. 금융감독원 내부에선 이미 ‘이찬진 원장 보고’가 너무 길어지고 있다는 볼멘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보고 자리가 단순한 업무 전달이 아닌 ‘토론’으로 바뀌면서, 원장실 앞엔 보고 순서를 기다리는 직원들이 길게 줄을 서는 진풍경까지 벌어진다. 직원들 사이에서 원장님 출근하자 마자 뛰어가 "오픈런(매장이 오픈하면 바로 달려간다)하고 싶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앞사람 보고 언제 끝나나”…보고자 대기 행렬
금감원 내부에선 “오늘도 보고 대기 중”이라는 말이 일상처럼 오간다. 한 부서 직원은 “앞 보고가 너무 길어져 한참을 기다리다 결국 다음 날로 밀린 적도 있다”며 “급한 업무가 쌓여도 자리를 비울 수 없어 답답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직원은 “보고 대기만 두 시간 넘게 서 있었던 날도 있다”며 “언제 끝날지 몰라 화장실도 못 가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보고를 기다리는 국장·팀장들 사이에서는 ‘보고 순번표라도 만들어야 한다’는 자조 섞인 농담까지 나온다. 일부에서는 "전임 원장인 이복현식의 빠르고 명쾌한 의사결정이 생각난다"는 말까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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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변식 토론’ 선호하는 원장 스타일…"국장님 의견은 어때요?"
이찬진 원장은 왜 보고를 길게 받을까. 물론 첫 금융업 커리어라 궁금한 것이 많을 수도 있다. 일단 그의 커리어와 성향 전반을 살펴보자. 이찬진 원장은 민변(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출신으로, 참여와 토론을 중시하는 ‘민주주의식 대화’를 선호한다. 보고 자리에서도 결론보다 판단 근거와 논리를 중점적으로 묻는다.
한 간부는 “원장님은 일방적인 보고를 선호하지 않는다”며 “모든 사안에 대해 '국장님 의견은 어때요' 하고 질문하고 의견을 주고받다 보니 보고가 토론으로 변모 한다”고 말했다.
민주주의식 대화의 장점은 무엇일까. 다양성과 창의성을 고려한다는 점이다. 여러 구성원의 의견을 듣고 다양한 관점을 공유하면서, 더 창의적이고 폭넓은 해결책을 도출할 수 있다. 단점도 존재한다. 장시간과 비효율성이다. 모든 참여자의 의견을 수렴하고 합의에 이르는 과정은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므로, 신속한 결정이 요구될 때 비효율적일 수 있다.
특히 금감원처럼 시장 상황에 신속히 대응하고, 문제를 일으킨 금융사에 대한 제재가 필요할 경우 항상 '골든타임(어떤 일의 성패를 결정지을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시간대)'을 고려해야 한다. 금감원은 아카데미식 강의 공간이 아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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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 들고 효율은 떨어져도 의도는 긍정적”
현장에서는 업무 효율 저하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지만, 내부에선 “초기 적응기라 불가피하다”는 반론도 있다.
한 관계자는 “원장님이 조직 리듬을 파악하는 단계라 시간이 걸리는 건 당연하다”며 “조만간 효율적인 보고 체계가 자리 잡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직원 성향을 파악하시려는 마음이 아닐까"라고 언급했다.
또 다른 직원은 “토론식 보고가 부담스럽긴 해도 논리 중심의 보고 문화를 정착시키는 계기가 될 수 있다”며 “시간은 걸려도 방향은 나쁘지 않다”고 했다.
이 원장은 취임 초기부터 “금감원의 모든 판단은 국민과 시장의 신뢰 위에서 이뤄져야 한다”며 소통을 강조해왔다. 효율과 업무 파악 밀도를 중시해 외부 헬스클럽도 마다한 이 원장은 금감원 내부 체육관을 이용한다. 일에 대한 집중력이 그만큼 중요하다는 얘기다.
다만 내부에서는 “깊이 있는 토론도 좋지만, 보고가 제때 끝나야 실무자의 일도 제대로 진행 된다”는 실무진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 원장도 '쾌도난마'처럼 날이 잘 든 칼로 어지럽게 뒤얽힌 상황을 명쾌하게 '신속히' 처리할 날이 오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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