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알만한, 낯익은 브랜드의 보험사가 고객에 정말 좋은 보험사일까. 아니면 브랜드 파워는 약해도 소비자에게 유익한 보험 상품을 판매하는 보험사가 좋을까. 주주(투자자)에게 매력적인 정책으로 쏠쏠한 배당금을 쥐어주는 보험사도 존재한다. 투자처로서, 인생 보호막으로서의 보험사는 각기 다르다. 보험설계사가 권한다고 무작정 가입하는 것은 금물이다. EBN은 '좋은 보험사'에 대한 기준을 가지고 시리즈를 기획해봤다[편집자주]


챗GPT 생성 이미지.[출처=오픈AI]
챗GPT 생성 이미지.[출처=오픈AI]

‘주주 친화’ vs ‘소비자 친화’…좋은 보험사는 어느 쪽?

보험사 재무·건전성 평가 체계인 IFRS17·K-ICS 체계가 정착되면서 보험사를 평가하는 잣대가 달라지고 있다. 재무제표상 수익성과 자본여력은 주주(투자자)에게 중요한 신호이고, 상품 구조·사업비·해지 환급률·민원 수준은 소비자에게 핵심이다.

문제는 이 두 축이 항상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어쩌면 제로섬 관계일 수 있다. 주주에게 좋은 구조가 소비자에게 반드시 유리한 것은 아니다. 소비자에게 인기 있는 상품이 항상 주주에게 좋은 것도 아니다.

이익을 많이 남기는 상품이 보험사 주주에게 좋을 것이고, 소비자에게 적절한 보장을 주는 상품은 결국 보험금을 많이 내주게 되어 보험사 투자자들에게는 '서운한' 일이 된다.

특히 보험소비자라면 보험사 재무 체력과 함께 사업비 구조를 반드시 이해해야 한다. 보험사 사업비는 보험사가 보험 사업을 운영하기 위해 보험료에서 미리 떼어가는 비용이다. 광고비, 설계사 수당, 유지비, 직원 급여 등으로 구성된다. 소비자가 보험료를 내면 수년간 사업비가 일정 비율로 떼어 보험사로 귀속된다.

이는 보험 계약자의 보험료에 포함되어 있으며, 사업비가 많으면 보험료도 높아지기 때문에, 예정 사업비가 적을수록 가입자에게 유리한 것은 단편적으로는 맞다. 다만 보험사가 사업비를 많이 떼더라도 보험소비자에게 적절한 보장의 상품과 친절한 상담 및 빠른 서비스가 제공된다면 소비자가 그에 맞는 비용을 지불하는 것도 맞다. 그렇기 때문에 사업비를 많이 가져가는 게 나쁜 것만은 아니다.

대형 보험사=탄탄한 재무 체력, 주주·소비자 모두 ‘무난한 선택’

삼성·한화·교보생명 등 빅3, 대형 생명보험사는 전통적으로 자본력이 두텁고 브랜드 신뢰도가 높다. 대주주 및 경영진의 경영 철학과 사회적 책임 의식이 강한 편이기 때문에 재무력이 흔들리기 전에 자금조달을 미리 하는 경향도 있다.

이들 대형사는 IFRS17·K-ICS 도입 이후에도 CSM(계약서비스마진)을 꾸준히 쌓으면서 장기적인 수익 기반을 강화하고 있다. IFRS17·K-ICS 도입이란 IFRS4→IFRS17, RBC→K-ICS로 바뀐 ‘이중 전환’이다. 보험 산업의 재무·건전성 평가 체계가 전면적으로 바꾼 제도다.

이들 대형사는 배당성향 자체는 손보 대형사보다 낮은 편이지만, 안정적인 이익과 자본여력을 바탕으로 장기 투자자 입장에서는 '무난하게 들고 갈 수 있는 주식'으로 평가받는다. 은행 이자 보다 나은 배당을 제공한다면 말이다.

소비자 입장에서 대형 생보사는 보장성·연금·저축 등 상품 라인업이 다양하고, 약관·보험금 청구 서비스 인프라가 비교적 잘 갖춰져 있다. 전속 조직인 보험설계사 교육도 체계적으로 한다.

다만 사업 역사가 오래되었다는 점이 '의외의' 우려점이다. 오래된 상품 구조(고금리 상품과 많은 보장)와 높은 사업비가 겹치면서 회사 측은 이런 혜택을 점점 줄이는 등 현대화하고 있다. 이 때문에 나중에 가입하는 고객들에겐 '보험료 대비 보장이 아주 뛰어나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출처=EBN 구성 ]
[출처=EBN 구성 ]

요약하면 대형 생보사는 주주에게는 안정성, 소비자에게는 신뢰성과 기본적인 품질 면에서 ‘평균 이상’이지만, 최고 가성비 상품을 찾는 소비자에게는 다소 평범한 선택에 가까운 회사들이다. 안정적인 보험사, 기본 이상의 보장의 보험을 찾는다면 대형 생보사가 거기에 가깝다. 대형 생보사는 삼성생명, 한화생명, 교보생명, 신한라이프 등이다.

삼성화재·DB손해보험·현대해상 등 이른바 전통형 대형 손보사는 자동차·일반보험과 장기보험을 균형 있게 운영하며 수익성과 건전성을 함께 관리해 온 회사들이다. 

IFRS17·K-ICS 전환 이후에도 손해율과 자본비율을 안정적으로 유지해 주주 입장에서는 '크게 벌진 않지만 크게 잃지도 않는 종목'에 가깝다. 배당도 꾸준히 지급해 안정적인 배당주 성격이 강하다.

소비자 입장에서 이들 회사의 강점은 네임밸류(브랜드파워)와 민원 대응, 사고 처리 프로세스다. 자동차·화재·배상책임 등에서 축적된 경험이 많아 전체 서비스 품질이 빠르고 고른 편이다.

다만 사람 관련 인보험·장기보장성 상품은 성장형 손보사에 비해 상대적으로 보장이 보수적이거나 보험료가 비싸게 느껴질 수 있다.

소비자가 '제일 싸고 제일 많이 보장해 주는 상품'을 찾는다면 매력이 떨어질 수 있지만, 안정성과 사후 서비스까지 감안할 경우에는 소비자에게도 나쁜 선택은 아니다. 또한 '제일 싸고 제일 많이 보장하는 상품'이란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보험사가 손해를 보면서까지 상품을 판매할 리는 없기 때문이다.

성장형 보험사=주주에게는 최고, 소비자에게는 ‘장기유지’ 전제

보험사 중 가장 성장성이 빨랐던 메리츠화재를 보자. 메리츠화재를 비롯한 성장형 손보사들은 최근 몇 년간 주주들에게 가장 매력적인 회사로 부상했다. 장기 인보험 중심의 공격적 영업을 통해 순이익과 CSM을 크게 늘렸고, 고배당·자사주 매입 등 적극적인 주주환원정책으로 '주주친화 1군'으로 분류된다.

소비자 관점에서 보면 장·단점이 동시에 존재한다. 보장 범위가 넓고 담보 구성이 빠르게 업데이트돼 “상품 경쟁력”은 매우 높다.

문제는 구조적인 사업비 부담과 해지 리스크다. 장기보장성 상품이 많다 보니 초기 사업비가 크고, 중도 해지 시 환급률이 낮은 상품이 많다. 설계사 상담을 제대로 받고, 충분한 기간 유지할 자신이 있는 소비자에게는 좋은 선택이 될 수 있지만, 단기적 니즈나 향후 소득 변동 가능성이 큰 소비자에게는 부담이 될 소지가 크다.

즉 성장형 손보사는 주주에게는 확실히 좋은 회사이고, 소비자에게는 '장기 유지'라는 전제가 있을 때에만 좋은 회사라고 보는 편이 현실에 가깝다.

챗GPT 생성 이미지.[출처=오픈AI]
챗GPT 생성 이미지.[출처=오픈AI]

중소형 보험사=주주에겐 리스크·기회 공존, 소비자에겐 상품별 ‘선택적 접근’ 필요

롯데손해보험, IBK연금보험, 흥국생명, 흥국화재, 한화손해보험, 동양생명, 푸본현대생명, KDB생명 등 중소형 생보사는 IFRS17·K-ICS 도입 이후 체력 차이가 가장 크게 확인된 그룹이다.

일부 회사는 K-ICS 비율이 150%대까지 내려가 자본 확충 압력에 놓여 있고, 일부 회사는 포트폴리오 재편과 자본 확충을 통해 반등에 성공했다. 자본 확충마저도 '빚'으로 해결했기 때문에 완전히 안전하다고는 할 수 없다.

투자자 입장에서 이들 회사는 '성공하면 수익률이 크지만, 실패하면 리스크도 큰 종목'에 가깝다. 유상증자·후순위채 발행·사업구조 조정 등 이벤트 가능성이 상존하기 때문이다.

소비자 관점에서는 더 복잡하다. 특정 회사는 공격적인 보장·보험료로 매력적인 상품을 내놓기도 하지만, 재무건전성·장기 유지 가능성 측면에서 불안 요인이 뒤따를 수 있다. 특히 고령층·장기 계약자는 회사의 체력(K-ICS 추세, 자본확충 계획 등)을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다.

아무리 많은 보장을 제공한다고 해도, 회사 자체가 튼튼해야 '보장 약속'을 고객이 원할 때 지킬 수 있기 때문이다. 싼 게 비지떡일 수 있다는 얘기다. 회사가 무력하다면 옛 MG손해보험처럼 부실금융사가 되어 정부에서 관리되는 처지가 될 수 있다.

외국계 보험사=특정마켓 강점, 주주·소비자 모두 ‘케이스 바이 케이스’

라이나생명·메트라이프·BNP파리바카디프생명·AIA생명·에이스생명 등 외국계 생보사와 연금·신용보험(대출안심보험)·변액보험을 특화 전문사들은 특정 영역에서 강한 상품력을 갖고 있다.

치매·간병·치과·저축형 등 틈새 상품에서 소비자 만족도가 높은 경우가 많고, IFRS17 도입 이후에도 특정 상품군의 CSM이 안정적으로 쌓이며 수익성을 유지하고 있다.

다만 영업 채널이 제한적이고, 상품군이 좁은 만큼 주주 입장에선 성장 파워가 다소 약할 수 있다. 소비자에게는 '목적형 보험을 찾을 때 좋은 회사'이고, 주주에게는 '니치마켓 안정성은 있으나 대형 성장주는 아닌 회사'로 요약할 수 있다.

이들 외국계 보험사는 아시아 시장 진출 목적으로 한국에 설립된 경우가 많아 드라마틱한 성장성과 고객에 아주 유리한 상품을 찾기는 어렵다고 볼 수 있다.

챗GPT 생성 이미지.[출처=오픈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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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 어느 한쪽만 좋은 회사는 드물다

결론적으로, 주주에게만 좋은 회사는 성장성과 배당은 뛰어나지만, 사업비 구조가 무겁고 해지·유지 리스크가 큰 회사들이다. 장기 유지 전제를 충족하지 못하는 소비자에게는 부담이 될 수 있다. 일찍 보험을 해약한다면 소비자에게 매우 불리한 조건이 될 것이다. 주주에게 좋은 회사는 ROE(자기자본이익률)·순이익 증가율·CSM증가율(IFRS17)·배당성향·자사주 소각 여부·신계약가치(NBV) 증가율 등 돈 버는 내용이 중요한 가치다.

소비자에게 좋은 회사는 보장·가격·서비스가 우수하지만 수익성과 자본여력이 약해 주주에게 매력이 떨어지는 회사들이다. 현실에서는 드물고, 있어도 장기간 독자 생존 여부가 변수다. 수익성과 자본력이 있어야 오랫동안 존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소비자들이 뜯어 봐야할 기준은 보험금 지급건전성·지급여력(K-ICS)·보험금 지급지연율·부지급 비율·민원 건수(조정 민원 포함)·해지율(특히 13회차 유지율)·보장구조·손해율·불완전판매 비율, 소비자보호지표(금감원 평가 결과) 등이다. 이같은 내용을 보험설계사들이 안내해야만 한다. 

실제 시장에서는 △주주에게 매우 좋은 동시에, 소비자에게도 나쁘지 않은 회사 △주주에겐 안정적이고, 소비자에겐 무난한 회사 △주주에겐 모험, 소비자에겐 위험할 수도 있는 회사, 이렇게 세 가지 유형으로 나뉘는 편에 가깝다.

결국 보험사를 평가할 때는 종합적으로 ROE·배당·CSM·K-ICS 추세와 보장 내용·사업비 구조·해지 환급률·회사 체력을 골고루 봐야 한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주주에게 좋은 회사냐, 소비자에게 좋은 회사냐’라는 질문보다는, 이 회사는 어떤 이해관계자에게 무엇을 우선시하고 있는가를 읽어내는 것이 더 중요한 시점이다. 보험사별 지향점이 달라서다"라고 말했다. 

당신이 투자자라면 선택할 보험사, 소비자라면 선호할 보험사가 분명히 다른 길을 가고 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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