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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알만한, 낯익은 브랜드의 보험사가 고객에 정말 좋은 보험사일까. 아니면 브랜드 파워는 약해도 소비자에게 유익한 보험 상품을 판매하는 보험사가 좋을까. 주주(투자자)에게 매력적인 정책으로 쏠쏠한 배당금을 쥐어주는 보험사도 존재한다. 투자처로서, 인생 보호막으로서의 보험사는 각기 다르다. 보험설계사가 권한다고 무작정 가입하는 것은 금물이다. EBN은 '좋은 보험사'에 대한 기준을 가지고 시리즈를 기획해봤다. [편집자주]
보험시장에서 ‘좋은 보험사’의 기준이 소비자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최전선에서 고객과 마주하는 보험설계사들의 역할이 핵심 변수로 부상하고 있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이 강조한 정직한 영업·자율적 개선·지속가능한 판매구조 설계는 결국 보험설계사의 역량과 행동에서 실질적 결과가 드러나기 때문이다.
24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실손보험 개편과 소비자보호 실태평가 강화 등 금융감독정책 변화로, 보험사는 영업 관행 전반을 재정비하는 작업을 논의하고 있다.
특히 상품 구조나 지급기준 설명을 설계사가 잘못 전달할 경우 민원·분쟁으로 직결되기 때문에 '설계사 교육이 곧 소비자보호 정책의 성패'라는 지적이 계속되고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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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설계사의 역할, 정확한 설명과 투명한 판매
보험설계사에게 요구되는 첫 번째 역할은 정확한 설명과 투명한 판매다. 과장된 혜택 강조나 불완전판매로 소비자의 기대와 실제 보장 간 간극이 발생하면, 향후 보험금 분쟁으로 이어진다.
이찬진 금감원장이 “보험금 부지급엔 무관용 원칙을 적용하겠다”고 못 박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보험사가 지급을 회피하는 문제가 아니라, 초기 안내부터 명확하지 않은 영업 관행을 뿌리부터 개선해야 한다는 취지다.
두 번째는 고객이 보장하고자 하는 위험을 정확히 진단해 보험의 적합성을 판단하는 능력이다. 고령층·질병 이력 보유자 등 취약계층에 대한 맞춤형 설명, 자기부담률·보장 범위 등 핵심 정보를 이해시킬 의무는 보험설계사의 전문성이 뒷받침돼야 한다. 이는 판매 단계부터의 소비자보호로서 금융당국이 예방적 보호를 우선시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유다.
금융당국이 특히 문제삼는 실손보험 ‘비급여 과다 청구 유도’ 역시 일부 설계사 영업 패턴에서 비롯되는 만큼, 현장의 자정 능력도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해당 설계사는 실손보험의 크고 작은 보장을 강조하며 고객이 마치 '실손보험이 만능'이라는 인식을 하게끔 과장 판매하는 경향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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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금융당국은 이같은 판매 방식이 '실손 보험은 국민보험'이라는 착시현상을 소비자들에 심어줄 수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이는 보험사가 설계사 역할을 상품 판매에만 두고 있기 때문이라고 당국은 비판하기도 했다.
보험설계사 전문성과 윤리성, 시장의 새 표준으로 세워야
세 번째는 사후관리 역할 강화다. 보험 계약 체결 이후 보험금 청구, 약관 변경, 갱신 절차 등 고객의 이해 수준이 낮은 영역을 보험설계사가 책임 있게 안내해야 한다. 감독당국은 이 부분을 평가 지표에 포함시키는 방안을 검토 중이며, 보험사의 관리·교육 체계 정비가 요구된다.
이 같은 변화 속에서 보험사들은 설계사 교육을 대폭 강화하고 있다. 상품 교육 외에도 △윤리·준법 교육 △실제 분쟁 사례 중심의 예방 교육 △고객 응대 기준 매뉴얼화 △AI 기반 사기징후 탐지(FDS) 활용 교육 등이 도입되고 있다.
일부 보험사는 우수 설계사를 ‘고객보호 리더’로 선발해 내부 코칭 체계를 구축하는 등 소비자보호 문화 확산에 나선 상태다.
업계 관계자는 “설계사가 바뀌면 보험 시장이 바뀐다. 소비자의 신뢰는 접점에서 만들어진다”며 “감독당국이 명확한 기준을 제시한 만큼 보험사들이 설계사 교육을 의무적·정례적으로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손보업계는 다층적인 면에서 모범적인 우수인증설계사는 올해 1만5960명 배출했고, 이 중 5년연속 수상한 블루리본 컨설턴트는 1814명 선정됐다. 생보업계는 올해 우수인증설계사 1만4843명을 배출했고, 5회 이상 연속 인증자는 4008명(27.0%)이며, 제도도입 이후 18회 연속으로 인증을 유지한 설계사는 78명(0.5%)으로 확인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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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와 전문가들의 의견을 종합하면 '소비자 중심 보험시장 전환'의 성패는 결국 현장 영업의 변화에 달려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좋은 보험사가 되기 위한 첫 단계는 전속설계사와 보험대리점 보험설계사의 전문성과 윤리성을 시장의 새로운 표준으로 세우는 것이라는 데 업계 의견이 모아지고 있다.
한국 보험설계사 진입장벽 '낮아도 너무 낮아'
한국 보험시장과 독일 보험시장의 가장 극단적인 차이는 ‘설계사 진입장벽’이다. 한국은 온라인 교육 후 단일 시험만 통과하면 누구나 설계사가 될 수 있지만, 독일은 90시간 이상의 사전교육·국가시험(IHK)·윤리의무·연간 CE 이수까지 요구하는 유럽 최고 수준의 전문직 체계를 갖고 있다.
이 극명한 대비는 단순 제도 차이가 아니라, 불완전판매·민원 폭증·소비자 신뢰 하락 같은 한국 보험시장의 구조적 병폐를 설명하는 핵심 요소로 불린다.
한국, “누구나 설계사가 되는 나라”… 낮은 진입장벽 구조는 어떻게 고착됐나
국내 주요 보험사는 삼성생명, 삼성화재, 한화생명, 교보생명, 미래에셋생명, 메리츠화재, 현대해상, DB손해보험, KB손해보험, 라이나생명, 처브라이프, 메트라이프, 신한라이프, KB라이프 등이 있다. 이들 보험사는 보험협회를 통해 설계사 자격시험을 실시한다. 보험연수원은 설계사 기타보수 교육을 한다.
한국의 보험설계사 진입장벽은 세계 최저 수준이다. 보험업계는 그 배경으로 판매 인력 중심의 성장 전략을 꼽는다.
① 설계사 수 = 매출이었던 산업 구조
1990~2000년대 국내 국내 보험사는 ‘전국 단위 영업조직’을 확대해 점유율을 확보했다. 설계사를 많이 확보할수록 신규 계약이 늘어나는 구조에서, 자격 기준을 높일 유인이 거의 없었다.
② 온라인 교육 후 시험만 치면 누구나 설계사
현재 한국의 사전교육은 20~30시간 안팎, 온라인 수강 위주다. 시험 역시 법령·약관 기본 규정 암기 수준으로 구성된다.
독일의 보험설계사 시험은 '국가자격(IHK)시험'
반면 독일은 △사전교육 90시간 이상 △실무+윤리 교육 필수 △국가자격(IHK) 시험 합격 △연간 15시간 CE 의무 라는 ‘4단계 통과 구조’를 갖춘다.
한국은 진입장벽이 낮아 이직률이 30~40%에 달하며, 보험사들이 장기 교육투자를 꺼리는 악순환이 이어진다.
독일, “설계사는 금융전문직”…국가가 자격·윤리 직접 통제
독일은 설계사를 단순 판매자가 아닌 금융전문가(Finanzanlagenvermittler) 로 규정한다. 한국과 대비되는 핵심은 두 가지다. 보험사가 교육을 책임지고, 설계사는 금융법 전문가 수준의 지식을 갖춘다는 점이다.
① 교육 실패 = 회사 책임
독일은 설계사 개인뿐 아니라 보험사가 설계사 교육·윤리 점검에 실패해 소비자 피해가 발생하면 회사도 처벌된다. 이 구조는 보험사로 하여금 고비용 교육이라도 지속할 유인을 제공한다.
② 윤리·계리·계약법을 포함한 ‘전문직 커리큘럼’
교육과정에는 △보험계약법 △민법 △보험계리 기본 △소비자 권리 △분쟁 사례 분석이 포함된다. 한국의 ‘상품 중심 교육’과 달리, 독일은 '설계사가 고객의 위험을 분석하는 직업인'이라는 관점을 갖고 있다.
낮은 진입장벽이 가져온 한국의 고비용… “불완전판매는 구조적 문제”
한국의 낮은 진입장벽은 다음 세 가지 문제로 이어졌다.
① 불완전판매 반복
설계사 전문성이 낮을수록 설명 누락·과장 판매가 반복된다. 이는 실손보험·암보험·변액보험 등 대규모 분쟁으로 직결된다.
② 민원·분쟁 비용 증가 → 보험료 상승 압력
보험사의 원가 구조에서 민원·분쟁 대응비용은 고스란히 보험료에 반영된다. 진입장벽이 낮으면 소비자 피해 → 분쟁 증가 → 비용 증가 → 보험료 상승의 악순환이 고착된다.
③ 신뢰도 OECD 최하위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소비자 신뢰도 조사에서 한국의 보험 산업 신뢰도는 하위권이다. 설계사 중심 영업 문화가 신뢰를 잠식했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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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식’이 답이라는 의미는 아니다…문제는 한국만의 구조적 저관여 시장
전문가들은 한국에 독일식 고강도 규제를 그대로 이식하기 어렵다고 판단한다. 다만 한국만큼 낮은 진입장벽을 방치할 수는 없다는 데 공감한다.
한국의 낮은 설계사 진입장벽은 △설계사 높은 이직률(퇴사률) △방문판매와 지인대상 중심 문화 △단기 실적 중심 영업조직 △상품 복잡성 증가(과잉 특약)가 맞물리며 ‘저관여 고위험 시장’을 만들었다.
저관여란 소비자가 상품을 구매할 때 덜 신중하고, 고민을 적게 한다는 뜻이다. 한국의 보험 가입 저관여 구조가 소비자보호 정책의 효과를 절반 이하로 떨어뜨리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결론: 진입장벽을 높이는 것이 아니라 ‘전문성 기준’을 재설계해야
진입장벽 자체를 높이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한국이 필요한 것은 “전문성 검증”, 즉 기준의 재설계다.
한국이 당장 도입 가능한 3대 개선안은 △설계사 사전교육 50~60시간 이상 확대 △윤리·취약계층 보호·보험사기 예방 중심 설계사 교육 커리큘럼 △독일·일본처럼 ‘설계사 교육 실패 시 보험사 책임 강화’ 등이 업계에서 거론된다.
설계사 전문성은 소비자보호의 출발점이자 보험 산업 신뢰 회복의 최소 요건이다.
독일과 한국의 대비는 결국 하나의 메시지를 제시한다. “좋은 보험사는 설계사가 만드는 것이고, 설계사의 수준은 보험사의 철저한 교육이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