챗GPT 생성 이미지.[출처=오픈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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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출근길마다 금융감독원 앞에 걸린 보험계약자의 민원 (호소가 담긴) 현수막을 봅니다. 보험사 최고경영자들이 민원을 해결하는 데 신경 써주길 바랍니다."(이찬진 금감원장)

보험업계가 금감원의 강도 높은 압박에 긴장하고 있다. 이찬진 금감원장이 지난 19일 주요 보험사 최고경영자(CEO) 세미나에서 CEO들에 직접 “민원을 즉각 줄여라”는 직설적인 메시지를 던지면서다. 표면적으로는 소비자 보호 강화지만, 업계는 이를 사실상 검사 강화·제재 확대 신호로 해석하며 긴장 수위를 높이고 있다.

26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이찬진 원장은 “출근길마다 금감원 앞에서 열리는 민원 시위를 매일 목격하고 있다”며, 보험 민원 감소를 경영진의 최우선 과제로 제시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원장은 취임 이후 벨기에 펀드, 실손보험 등 고질적 분쟁 사안을 직접 챙기며 현장 중심의 소비자 보호 드라이브를 강화해왔다.

보험업은 금융권 내에서 매년 민원 1위 업권으로 꼽히는 만큼, 금감원장의 이번 발언은 이재명정부의 '경고성 신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 원장은 또 지난 18일 금감원 본원에서 열린 '제2차 금융소비자보호 토론회'에서도 실손보험 개선 방안을 논의하면서 "(실손보험 구조적 문제는) 민간 보험 측면에서는 보험회사와 소비자 간 분쟁을 유발하고, 공영보험 측면에서는 건강보험 재정 누수 및 수익성이 떨어지는 필수 의료 기피 현상 등 수많은 부작용을 초래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금감원 앞에 걸린 보험 민원 실제 현수막 이미지 재구성. 챗GPT 생성 이미지.[출처=오픈AI]
금감원 앞에 걸린 보험 민원 실제 현수막 이미지 재구성. 챗GPT 생성 이미지.[출처=오픈AI]

이날 토론회에서는 최근 3년간 연평균 7500건 이상의 실손 분쟁이 발생하고, 도수치료·백내장·무릎 주사 등 3대 진료가 전체의 53%를 차지했다는 내용 등이 다뤄지면서 구조적으로 보험 상품이 과잉 진료와 분쟁의 씨앗을 갖고 있다는 문제가 거론됐다.

이에 보험사 CEO들은 조심스럽게 항변하고 있다. 생보업계 한 CEO는 “선량한 고객에 대한 민원은 반드시 줄여나가야겠지만 부당·과도한 요구를 반복하는 블랙컨슈머 문제도 심각하다”며 “모든 민원을 기계적으로 줄이는 방식은 현실적이지 않다”고 불만을 내비쳤다.

특히 실손의료보험은 일부 가입자의 과잉·중복·보험사기성 진료가 적지 않아, 지급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 보험금을 거절할 경우 곧바로 민원으로 이어지는 악순환 구조가 고착돼 있다.

업계는 또 민원 증가의 배경에 의료계의 과잉 진료 행태, 건강보험과 맞물린 실손보험 체계, 의료수가 왜곡, 비급여 항목 남용을 꼽는다. 이는 '제3자 리스크'로 불리기도 하는데 특히 손해보험의 실손보험 민원이 금융업권에서 가장 민원이 많은 이유이기도 하다.

구조적 요인이 얽혀 있는 상황에서 악성 민원인이 부당한 요구를 지속적으로 제기하고 있는 점도 존재한다.

이 때문에 보험업계는 금감원장의 일방적인 민원 감축 주문에 대해 조심스럽게 보험 상품이 민원으로 이어지는 전체적인 '맥락'을 봐달라고 털어놓고 있다.

그럼에도 이 원장은 재차 실손보험 문제를 두고 “보험사 상품 설계 실패와 정책 실패가 맞물린 복합 구조”라고 꼬집은 바 있다. 단순히 ‘민원 건수’ 감축만을 요구할 것이 아니라 제도·시장 구조 개선이 병행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또 상품 설계 단계에서 민원이 촉발되지 않도록 고객 중심의 사고방식(Human-centred design)을 바탕으로 명확성, 투명성, 그리고 고객의 합리적인 기대를 충족시키는 데 주력해야 달라고 보험업계에 주문하고 있다.

실제로 이 원장은 벨기에 펀드, 실손의료보험 등 주요 민원 현안에 대해 직접 민원인을 만나 상담하는 등, 현장 중심의 소비자 보호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금융권에서 보험업권은 늘 민원 발생 1위를 차지하는 권역인 만큼, 금감원장의 직접적인 민원 감축 요구는 업계에 상당한 압박으로 작용하고 있는 모양새다.

이같은 상황에서 금감원은 민원감축 실적을 경영평가에 반영할 계획을 밝히며 한층 기조를 강화하고 있다. 당국의 가압(加壓)에 보험업계는 △경기 위축 △보험시장 포화 △제판분리 심화 △불완전판매 리스크 △제재 강화 가능성 등 삼중의 압박 속에서 ‘민원 관리’와 ‘리스크 관리’의 균형을 찾아야 하는 과제를 떠안게 된 분위기다.

업계는 또 금감원의 이 같은 강경한 기조가 강도 높은 검사 및 제재로 이어질까 우려하고 있다. 민원 건수 줄이기와 건전한 리스크 관리 사이에서 균형점을 찾는 것이 보험사 CEO들에게 가장 시급한 과제가 될 전망이다.

금감원의 '보험 민원과의 전쟁' 기조는 2013년 취임한 최수현 원장 재임 당시 뚜렷해지기 시작했다. 당시 최수현 원장은 "보험 민원을 대폭 줄이겠다"고 선언하며 '보험 민원과의 전쟁'을 시작했다.   챗GPT 생성 이미지.[출처=오픈AI]
금감원의 '보험 민원과의 전쟁' 기조는 2013년 취임한 최수현 원장 재임 당시 뚜렷해지기 시작했다. 당시 최수현 원장은 "보험 민원을 대폭 줄이겠다"고 선언하며 '보험 민원과의 전쟁'을 시작했다. 챗GPT 생성 이미지.[출처=오픈AI]

결국 보험사에게 남은 과제는 ‘민원 줄이기’가 아니라 ‘민원이 발생하지 않게 만드는 구조’를 구축하는 일로 풀이된다. △설명의무 강화 △보장구조 단순화 △청구 절차의 투명화 △판매채널(설계사) 관리 등 근본적 영역에서의 개선 노력 없이는 금감원의 요구를 충족하기 어려울 것으로 관측된다.

단기적인 민원 수습보다 장기적인 상품·지급 프로세스 개혁이 필요하다는 이 원장의 지적이 일정부분 힘을 얻는 이유다.

이 원장의 메시지는 단순히 “민원 줄여라”가 아니라, “소비자 중심으로 시스템을 다시 짜라”로 해석된다. 보험업계는 지금 구조적 변곡점에 서 있다. 금감원의 강공 기조 속에서 어떤 회사가 먼저 체질 개선에 나서 보험 민원 규모를 줄이고 소비자 신뢰 회복에 성공할지, 업계의 향후 전략이 주목된다.

한편 금감원의 '보험 민원과의 전쟁' 기조는 2013년 취임한 최수현 원장 재임 당시 뚜렷해지기 시작했다. 당시 최수현 원장은 "보험 민원을 대폭 줄이겠다"고 선언하며 '보험 민원과의 전쟁'을 시작했다. 당시 금융감독원에 접수되는 전체 민원 중 절반 이상이 보험 관련 민원이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금감원은 매년 보험사들의 민원 발생 건수, 처리 노력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하여 등급을 매기고, 그 결과를 공개했다. 이 평가에서 낮은 등급(특히 미흡 등급)을 받은 보험사에 사실상 '빨간 딱지'가 붙는 효과가 발생했다. 심지어 금감원은 민원 감축 목표 달성을 위해 민원 발생이 지속적으로 증가할 경우 해당 보험사 CEO에 책임을 묻고 징계할 수 있다는 강력한 경고를 제기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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