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링크플레이션 근절을 위한 외식업체 간담회 [출처=농림축산식품부]](https://cdn.ebn.co.kr/news/photo/202511/1685125_702995_592.jpg)
정부가 외식업계를 상대로 ‘슈링크플레이션(제품량은 줄이고 가격은 그대로 유지하는 행위)’ 자제와 외식물가 안정을 강하게 주문했다. 외식 물가 상승률이 전체 물가 상승률을 웃돌자 민생 안정 명분으로 기업 압박에 돌입한 것이다. 업계에선 원가와 인건비 인상 등을 고려하지 않은 무리한 요구라며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4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농림축산식품부는 외식 브랜드가 참석한 가운데 ‘슈링크플레이션 근절 및 외식물가 안정 간담회’를 열었다. 간담회에는 BBQ, BHC, 교촌치킨, 스타벅스, 투썸플레이스, 맘스터치, 노브랜드버거, 얌샘김밥, 청년다방, 동대문엽기떡볶이, 신전떡볶이 등 주요 프랜차이즈와 외식 관련 단체가 참석했다.
이날 회의를 주재한 김정욱 농식품부 농업혁신정책실장은 “식자재 가격과 인건비, 배달앱 수수료 등 업계의 어려움은 충분히 이해하지만, 내수 회복과 민생 안정을 위해 물가 안정 노력이 절실하다”며 “기업들이 가격 정책에 신중을 기하고 소비자에게 투명한 정보를 제공해 달라”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최근 한·미 관세 협상 타결로 환율 등 대외 불확실성이 완화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외식업계도 물가 안정에 적극 동참해 달라”고 말했다.
정부가 가장 민감하게 대응하는 부분은 ‘슈링크플레이션’이다. 최근 논란이 된 ‘치킨 슈링크플레이션’과 관련해 공정거래위원회와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업계 전반의 제품 용량 축소, 단가 인상 등을 점검 중이다. 특히 소비자 오인 가능성이 있는 포장 표시, 메뉴 구성 변경 등을 집중 점검한다. 양 기관은 이달 말까지 관련 대책을 마련해 시행할 계획이다.
이번 ‘슈링크플레이션 근절’ 논의는 물가 안정이라는 대의를 앞세워 시장에 개입하려는 정부와 ‘가격 결정은 시장 자율에 맡겨야 한다’는 업계가 팽팽히 맞서는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우선 외식업계는 원가 부담이 큰 현 상황에서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현재 정부는 양배추·무·배추 등 13개 농산물과 설탕·커피생두·과일주스 등 21개 식품 원재료에 할당관세를 적용 중이다. 이에 업계는 할당관세를 적용하는 농산물과 원재료 품목 확대를 요구하고 있다. 특히 커피·코코아 등 수입품에 대한 부가가치세 10% 면세 기한이 올해 말 종료되는 만큼, 기한 연장과 추가 감면을 통해 실질적인 원가 절감 효과를 이어가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정부가 강조한 공공배달앱 소비쿠폰(650억원) 사업과 관련해선 실효성에 의문부호가 붙고 있다. 지난 6월 10일부터 공공배달앱을 이용해 2만원 이상 주문시 5000원 할인 혜택을 제공하고 있지만, 공공앱 이용률이 낮고 민간 플랫폼 독과점 구조가 유지돼 효과가 제한적이란 지적이다.
정부의 외식업체 육성 자금이나 저금리 융자 제도는 자금력이 있는 중대형 프랜차이즈 기업이나 본사 중심으로 혜택이 집중되는 구조다. 반면 영세 자영업자나 개인 식당은 신용등급이 낮거나 담보 여력이 부족해 제도권 금융에 접근하기 어렵다.
김삼희 한국외식산업연구원 연구위원(본부장)은 “정부의 금융 지원 정책은 대출 만기 연장, 상환 유예, 일부 금리 감면 등 단기 처방에 국한돼 실질적 지급 능력 회복을 위한 구조적 접근은 여전히 부족한 실정”이라며 “정부와 정치권이 앞장서서 외식업을 살리기 위한 근본적이고 실효성 있는 대책을 마련해야 할 때”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