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J중공업 영도조선소. [제공=HJ중공업]
HJ중공업 영도조선소. [제공=HJ중공업]

부산 영도 앞바다, HJ중공업의 8만평 규모의 야드가 분주히 움직이고 있었다. ‘방산 명가’로 불려온 88년 전통의 기술력은 ‘마스가(MASGA)’라는 새로운 파도를 타고 다시금 세계 무대를 정조준하고 있었다.

지난달 31일 찾은 영도조선소, 바쁘게 돌아가고 있는 특수선 2번 도크 안에서는 군함과 경비함, 상륙정 등 각종 특수선 선체가 단단한 형태를 갖춰가고 있었다.

도크 위에서는 100톤급 지브(Jib) 크레인이 회전하며 블록을 옮기고, 진수를 마친 선박은 부두로 이동해 3000톤급 해양크레인이 대형 장비를 탑재한다. 좁은 부지의 한계를 정밀한 기술력으로 극복한, HJ중공업만의 방식이다.

HJ중공업 영도조선소는 도크 맞은편으로 멀리 해군작전사령부가 자리한다. 유상철 대표는 "미 해군의 항공모함이나 잠수함이 입항하면 가장 먼저 들르는 곳이 이곳"이라며 "지리적 여건과 기술력 측면에서 MRO 수행에 최적의 조선소"라고 강조했다.

HJ중공업은 국내 해군·해경 함정 MRO(정비·개조) 분야에서 압도적인 실적을 보유하고 있다. 독도함과 마라도함, 상륙함, 해경 경비함 등 300척 이상의 함정을 건조·정비해온 경험이 특수선 기술의 근간이 됐다.

해군의 대형수송함 독도함 모습. [제공=HJ중공업]
해군의 대형수송함 독도함 모습. [제공=HJ중공업]

안벽에는 우리 해군의 대형수송함 독도함이 정비를 위해 자리하고 있었다. HJ중공업이 건조한 독도함은 우리 해군이 보유한 최대 규모의 함정으로, 길이 194.6미터, 폭 35미터에 달하는 다목적 대형수송함이다.

지난 2007년 해군에 인도됐으며, 후속함인 마라도함 역시 2019년 HJ중공업이 건조했다. 사실상 ‘경항공모함급’ 전력으로 평가받는 독도함은 HJ중공업의 함정 기술력을 상징하는 대표작이다. 함미의 웰독에는 고속상륙정 2척이 입거돼 상륙작전을 지원한다.

도크 안쪽에는 해군의 '솔개'로 불리는 공기부양식 고속상륙정(LSF·Landing Ship Fast)이 위용을 드러냈다.

LSF는 수면 위 1.5미터가량을 떠서 최대 45노트(시속 약 90㎞)로 이동할 수 있는 전천후 함정이다. 전차와 병력 150명을 동시에 수송할 수 있으며, 갯벌·저수심 지역 등 세계 해안의 80%에서 상륙이 가능하다. HJ중공업만이 100% 국산 기술로 건조할 수 있는 독점 기술을 갖고 있다.

현재 7·8호정이 영도에서 건조 중이며, 2호정은 창정비를 위해 다시 도크에 들어와 있다. 지난 5월 부산 마덱스(MADEX) 전시회에서는 아랍에미리트, 호주, 영국 등 10여 개국 해군 관계자들이 고속상륙정 실물을 확인했고, 일부는 LOI(의향서) 수준까지 협의가 이뤄졌다.

▶ HJ중공업이 해군에 인도한 공기부양 고속상륙정(LSF-II). [제공=HJ중공업]
▶ HJ중공업이 해군에 인도한 공기부양 고속상륙정(LSF-II). [제공=HJ중공업]

HJ중공업은 1974년 방위산업체로 지정된 이래, 국내 특수선 분야에서 독보적인 존재감을 지켜왔다. 안내를 맡은 권재관 특수선사업팀 부장은 "경비함과 함정 건조 실적을 종합하면 HJ중공업이 국내에서 가장 많은 척수를 기록하고 있다"며 "해군 함정만 약 300척을 건조했고, 해경 함정 역시 업계 내에서 압도적인 실적을 보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마스가'는 새로운 기회다. 지난 9월 미 해군 해상체계사령부(NAVSEA) 실사단이 HJ중공업 영도조선소를 방문해 함정 정비 수행 능력을 평가했다. 현재 MSRA(함정정비협약) 발급 절차가 진행 중이며, 이르면 11월 말 미 해군과 공식 협약 체결이 예상된다.

유상철 대표는 "현재 영도조선소 내 노후 설비 보강과 MRO 전용 인프라 투자가 진행 중인데, 공사는 11월 말 완료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어 "미 해군 함정정비협약(MSRA) 라이선스도 한두 달 내 발급이 유력하다"며 "라이선스가 나오면 대형 함 입찰에 본격 참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HJ중공업의 목표는 세계를 향하고 있다. 국내 조선기술의 뿌리인 영도에서 특수선과 MRO를 두 축으로 글로벌 시장을 공략하는 것이다. 88년 전 시작한 한국 조선업 1번지는  지금도 변함없이 조선의 심장을 두드리고 있었다.

닐 코프로스키 주한미해군사령관(준장)이 지난 4월 HJ중공업 영도조선소를 방문했다. (왼쪽부터 네 번째 닐 코프로스키 주한미해군사령관과 다섯 번째 유상철 HJ중공업 대표이사). [출처=HJ중공업 ]
닐 코프로스키 주한미해군사령관(준장)이 지난 4월 HJ중공업 영도조선소를 방문했다. (왼쪽부터 네 번째 닐 코프로스키 주한미해군사령관과 다섯 번째 유상철 HJ중공업 대표이사). [출처=HJ중공업 ]

 

이 기사는 (재)바다의품과 (사)한국해양기자협회의 취재 지원을 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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