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정우 대통령실 AI미래기획수석 [출처=서울신문]](https://cdn.ebn.co.kr/news/photo/202511/1685467_703381_1123.jpeg)
인공지능(AI) 경쟁이 단순한 기술 개발의 차원을 넘어 국가 전략과 기업 생존의 핵심 축으로 자리 잡으면서, ‘AI 대전환’(AI Transformation·AX)의 필요성이 그 어느 때보다 강조되고 있다. 정부가 한국을 세계 ‘AI 글로벌 3강(G3)’으로 도약시키겠다는 비전을 내놓은 가운데, 산업계는 AI를 실제 공장·물류·에너지·도시 등 물리적 산업 현장에 접목하며 AI 기반 산업 생태계를 가속화하는 모습이다.
5일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열린 ‘2025 서울미래컨퍼런스’ 특별 세션 ‘AI 국가의 지능, 기술사회 정책의 뉴프레임’에서는 정부와 산업계, 학계가 함께 AI 대전환의 방향성과 실행 전략을 논의했다.
하정우 대통령실 AI미래기획수석은 연설에서 “AI 경쟁은 단순한 기술 개발 경쟁이 아니라 미래 성장과 국가 생존이 걸린 문제”라고 강조하며 “정부는 직접 플레이어로 뛰기보다 기업, 학교, 스타트업, 연구자들이 마음껏 도전할 수 있도록 경기장을 넓히고 규칙을 정비하는 조정자 역할에 집중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 수석은 특히 한국이 로봇, 에너지, 건설, 제조 등 ‘피지컬 AI(Physical AI)’ 분야에서 높은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한국은 다양한 산업군과 세계 최고 수준의 제조 역량을 바탕으로 물리적 산업에 AI를 접목하는 데 강점을 가지고 있다”며 “AI G3의 일원으로서 글로벌 연합의 중심 역할을 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엔비디아로부터 확보한 26만 장 이상의 GPU(그래픽처리장치)는 대한민국의 AI 고속도로를 지탱하는 핵심 인프라가 될 것”이라며 AI 연산력 확충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날 산업계를 대표해 연단에 오른 전기정 LG AI연구원 부문장은 “AI는 단순한 자동화 도구를 넘어 스스로 판단하고 목표를 달성하는 ‘에이전틱(Agentic) AI’ 단계로 진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LG화학의 납사 크래킹 공정은 AI가 제시한 최적 알고리즘에 따라 100% 운영되고 있다”며 “AI가 보조 수준을 넘어 산업 현장의 복잡하고 위험한 의사결정을 대신할 수 있는 단계에 도달했다”고 말했다.
전 부문장은 AX가 성공하기 위한 핵심 요건으로 ‘문제를 정의하는 능력’과 ‘데이터 전략’을 꼽았다. 그는 “기업이 축적해 온 데이터, 즉 기업 고유의 DNA를 어떻게 AI 모델과 연결하느냐가 핵심”이라며 “AI 학습에 적합한 형태로 데이터를 정제하고 튜닝할 수 있는 ‘엑사원 데이터 파운드리(Exaone Data Foundry)’ 같은 플랫폼이 그 해법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AI 도입 자체보다 더 중요한 것은 비즈니스 구조를 AI 중심으로 변환시키는 일”이라며 “단순 효율화를 넘어 산업의 본질을 바꾸는 대전환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패널 토론에서는 산업 생태계 구축과 자본 조달 방안이 논의됐다. 이원찬 한국인공지능기술산업협회장은 “AI 공급 기업과 수요 기업을 연결하는 생태계가 마련돼야 시장이 성장할 수 있다”며 “정책 자본, 특히 국민성장펀드 같은 투자 플랫폼이 산업 전반에 활력을 불어넣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토론을 주재한 임혜숙 이화여대 전자전기공학전공 교수(전 과기정통부 장관)는 “AI는 이제 인간의 명령을 수행하는 단순 도구의 단계를 넘어 상황을 이해하고 스스로 판단하는 ‘지능적 행위자’로 진화했다”며 “향후 국가 정책과 사회적 의사결정 구조에도 새로운 층위를 형성하는 존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컨퍼런스는 기술 패권 경쟁이 본격화된 글로벌 AI 환경 속에서, 한국이 AI 산업의 주도권을 확보하고 공공·민간이 함께 참여하는 ‘AI 대전환 국가’로 나아가기 위한 청사진을 공유하는 자리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