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슨 황(Jensen Huang) 엔비디아 최고경영자가 지난달 30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소재 ‘깐부치킨’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과 치맥 회동을 하고 있다. [출처=연합뉴스]
젠슨 황(Jensen Huang) 엔비디아 최고경영자가 지난달 30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소재 ‘깐부치킨’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과 치맥 회동을 하고 있다. [출처=연합뉴스]

“백날 스레드(Threads) 기획하고 올리면 뭐하누, 젠슨 황이 안 오는데...”

치킨 프랜차이즈 제너시스BBQ가 공식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계정에 올린 이 한 줄이 폭발적인 반응을 불러일으켰다. 경쟁사 깐부치킨이 젠슨 황(Jensen Huang) 엔비디아 CEO의 ‘치맥 회동’으로 화제를 모은 직후, BBQ가 내놓은 이 자조적 한탄이 오히려 MZ세대의 공감을 자극하며 ‘대박 홍보’로 이어진 것이다.

BBQ가 스레드에 남긴 게시물은 단순한 유머를 넘어 현실감 있는 마케팅팀의 일상을 패러디한 콘텐츠였다.

“월요일 회의 들어갈 생각하니 벌써 힘들다. 주말에나 개인 계정으로 이런 신세 한탄하지, 내일 회사 계정으로 뭐 올려야 할지 또 고민이다”라는 문장에는 MZ세대 직장인들이 느끼는 피로감과 자기 풍자가 절묘하게 담겼다.

누리꾼들은 댓글로 “치킨 이미지가 좋아지면 결국 BBQ도 반사이익 얻는 거 아니냐”며 응원했고, BBQ는 “그렇게 믿고 싶다”는 재치 있는 답변으로 웃음을 더했다.

이 게시물은 하루 만에 좋아요 1500개 이상, 댓글 수백 개를 기록하며 빠르게 확산됐다.

이 ‘하소연’은 사실 BBQ의 정교한 SNS 전략이었다.

BBQ 홍보팀은 ‘막내 마케터가 부장님 눈치를 보며 운영하는 계정’이라는 콘셉트로 스레드를 운영해왔고, 젠슨 황의 ‘깐부치킨 회동’이 알려지자 이를 즉각적으로 소재화했다.

“형들 치맥은 비비큐야. AI는 좀 아는 거 같은데 치킨은 아직 모르나 보네” “다들 봤지? 오늘부터 발골 연습 다시 들어간다. 뼈까지 씹어먹는다는 의지로!”

이 같은 문체는 철저히 계산된 것이었다. 현업 마케터의 고충을 현실적으로 표현하면서도 브랜드의 자존심을 잃지 않는 위트로, 소비자에게 ‘사람 냄새 나는 브랜드’ 이미지를 각인시켰다.

젠슨 황 CEO는 지난달 말 APEC 참석차 방한해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과 함께 서울 강남구 삼성동 깐부치킨 매장에서 치맥을 즐겼다.

그 장면이 공개되자, 깐부치킨은 일명 ‘젠슨 황 테이블’로 불리며 성지순례 명소가 됐다. 매장엔 “해당 좌석은 이용시간 1시간으로 제한됩니다”라는 안내문이 붙었으며, 일부 매장은 주문 폭주로 일시 휴업까지 했다.

BBQ는 이 ‘치킨 이슈’를 경쟁 대신 콘텐츠로 승화했다.

유머와 현실감으로 치킨업계 전반의 주목을 다시 끌어오는 데 성공하며 ‘깐부치킨 독주’ 흐름을 자연스럽게 분산시켰다.

업계 관계자는 “BBQ의 SNS 콘텐츠는 단순한 풍자가 아니라, 현실 공감형 브랜딩의 교과서”라고 평가했다.

젠슨 황의 치맥 회동이라는 예상치 못한 경쟁사의 호재를 위트로 풀어내면서 오히려 브랜드 호감도를 끌어올렸다는 분석이다.

결국 “백날 기획해 뭐하누”라는 한탄은 MZ세대의 마음을 정통으로 저격한 고품질 마케팅 문장으로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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