챗GPT 생성이미지. [출처=오픈AI]
챗GPT 생성이미지. [출처=오픈AI]

금융과 산업을 분리하는 '금산분리'에 대한 완화 요구가 확대되는 가운데, 해외 주요국의 경우 우리나라보다 유연한 기준이 적용되면서 경쟁력 확보 등 긍정적인 역할이 이뤄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디지털 전환, 첨단산업 육성, 금융 혁신을 위한 제도 개선이 합리적으로 이뤄진다면 금융-산업 간 협력 구축으로 미래 성장 동력 확보에 기여할 수 있다는 다양한 전망이 오르내리면서 금산분리에 대한 재정비 요구가 이어지는 모습이다.

7일 금융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 소관인 '은행법'과 '금융산업구조개선(금산법)'에 관한 법률에서는 비금융주력자는 은행의 의결권이 있는 발행 주식 총수의 100분의 4(4%)를 초과하여 은행의 주식을 보유할 수 없도록 규정, 금융기관의 비금융계열사 발행 주식의 20% 이상을 보유하지 못하도록 했다.

금융지주회사법, 보험법 등에서도 금산분리에 대한 기준을 설정하고 있으며 공정거래위원회 소관인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공정거래법)'에서는 일반지주회사가 금융업을 영위하는 회사 주식을 소유하는 것을 제한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금산분리 기준이 강하게 적용되면서, 경직된 원칙에 대한 완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점차 커졌다.

지난달 10일 대한상공회의소와 국회입법조사처가 진행한 ‘한-미 혁신생태계 및 AI 미래전략 세미나'에서 강석구 대한상의 조사본부장은 "국내 AI(인공지능) 생태계를 구축하고, 한국형 AI 유니콘 기업을 육성하기 위해서는 금산분리 규제 등 투자를 제약하는 경직적인 규제를 개선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올해 9월 10일 진행된 '국민성장펀드 보고대회'에서 진옥동 신한금융지주 회장은 "CVC(벤처캐피탈)를 금산분리로 묶어 놓은 곳은 한국뿐일 것"이라며 "꼭 예외를 인정해달라"고 이재명 대통령에게 건의했다.

지난달 20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금산분리 규제 완화에 대해 "실용적 방안을 강구하겠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이 위원장은 "기본 원칙은 지키면서 실용적인 방법으로 당장 문제가 있는 부분을, 풀어낼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금산분리 규제가 완화되면 첨단산업 투자 활성화, 금융-산업 융합을 통한 시장 경쟁력 강화 등이 예상되지만 시장지배력 남용, 기업의 은행 사금고화 등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이에 기준 완화에 대한 부작용을 막고 투자 확대를 통한 성장 방향을 위한 금산분리 완화 방향이 이뤄져야 한다는 것에 의견이 모아진다.

해외 주요국의 경우 금산분리에 대한 원칙을 적용하고 있지만, 우리나라와 비교해 유연한 형태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기업법학회가 올해 3월 펴낸 학술지 '금융법학회 제39호'에 실린 '금융회사의 플랫폼 서비스 활성화를 위한 법적 개선 방안에 관한 소고 - 금산분리 규제에 관한 검토를 중심으로'(1저자 노윤영·교신저자 남궁주현)에서는 미국, 유럽, 일본 등 해외 주요국의 금산분리 규제 사항을 다뤄졌다.

엄격한 금산분리 기준을 적용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되는 미국은 감독당국은 사전적·사후적 방법으로 금산분리정책을 시행 중으로 △소유규제와 지배 구조규제의 독립성 △정책수단 간 연관성을 이용한 사전규제와 사후규제 활동 등을 통한 정책효과를 거두고 있는 것으로 풀이됐다.

이를 통해 미국의 금산분리는 기업 경영인이 경영에 관심을 두지 않는 투자자를 구분, 사전규제와 함께 사후규제를 미 감독당국이 적용하면서 포괄적 규제 체계를 정립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유럽의 경우 금산분리 정책을 엄격하게 유지하지 않는데, 유럽의 은행들은 은행업 뿐만 아니라 증권업·보험업을 겸업하는 유니버설뱅킹 구조를 이루고 있어 규제 역시 이에 맞게 구축되어 있다는 평가다.

해당 논문에서는 "유럽의 금산분리는 은행산업을 통일적으로 규율하는 EU(유럽연합)의 ‘은행 설립·업무에 관한 지침서(EU Directive 2006/48/EC)를 도입, (해당 지침은) EU 전 회원국으로 확대됐고 은행의 산업자본 소유규제에 관해 동일 회사 주식에 대한 지분율 규제는 두고 있지 않고, 자기자본 비율을 통한 투자 한도 제한 규정을 뒀다"고 설명했다.

EU 지침서에 따라 은행이 회사별로 자기자본의 15%를 초과하는 비금융회사의 지분 보유를 제한하고 있으며, 전체적인 금액은 은행 자기자본의 60%를 초과할 수 없도록 규정했다.

일본은 2016년부터 추진한 금산분리 완화로 은행과 자회사, 계열사를 대상으로 취급 업무의 범위가 확대됐다.

앞서 일본의 은행과 은행자회사 합산 비금융회사 지분 5% 초과, 은행지주회사와 그 자회사 합산 15% 초과 시 의결권을 보유하는 행위를 금지했으나 금산분리 규제 완화로 정보통신기술을 활용한 은행업 고도화회사에 대한 개념이 도입됨에 비금융회사에 대한 출자 제한을 초과한 출자가 가능해졌다. 다만 은행 자회사로 포함된 회사의 범위가 부적절하게 확대되는 것을 막는 방향으로 내각부 총리대신의 출자 허가를 얻도록 했다.

한국은행 금융안정 조사연구를 통해 작년 3월 발표된 '바람직한 금산분리제도 재정립방안에 대한 이론 고찰'(중앙대 경영학부 여은정·동국대 경제학부 전주용)에서는 금산분리 제도의 유연화는 세계적 추세라고 언급했다. 금산분리가 소유 여부에 초점을 따지는 것보다는, 실효성을 따진 유연성이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이다.

해당 보고서에서는 "핀테크 기술의 발전, 빅테크 금융의 확산과 더불어 금융-비금융 겸업 추세가 세계적으로 진행되는 상황을 고려한다면 우리나라도 현재와 같은 형태의 금산분리 규제를 현재와 같이 강한 형태로 지속하기는 더 이상 쉽지 않으며, 변화하는 세계적 흐름에 맞춘 금산분리의 제도의 유연한 적용이 필요하다고 볼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금융 효율성 개선을 염두에 두고 있다면 금산겸업 규제를 단순히 은행이 비은행 분야를, 혹은 기업이 금융기관을 소유 허용 여부만을 따지는 것으로 국한하는 것은 실효성이 없을 것"이라며 "금산겸업 기업의 상태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시장 및 관계기관이 세부 경제 및 기업 관련 변수들을 보다 정확하게 관찰하고 대응해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과거와 현재의 기준이 다르기 때문에 현실에 맞는 정책 전환이 이뤄져야 한다"며 "사회적 합의 등을 거쳐 현실에 맞는 금산분리 기준이 마련된다면 발전 방향의 다양한 접근이 이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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