챗GPT 생성이미지. [출처=오픈AI]
챗GPT 생성이미지. [출처=오픈AI]

최근 제약업계 오너일가가  ‘장내 매수’ 카드를 잇달아 꺼내 들고 있다. 경영 참여 확대와 주가 방어, 그리고 자연스러운 승계 구도를 동시에 노리는 ‘1타 2피’ 전략이라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7일 업계에 따르면 JW홀딩스의 4세 이기환(1997년생) 씨가 올해 들어 꾸준히 지주사 주식을 장내에서 사들이며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이 씨는 올해 여러 차례 JW홀딩스 주식을 매입해 지분율을 기존 3.94%에서 4.34%로 끌어올렸다. 그는 고(故) 이종호 명예회장의 손자이자, 현 JW홀딩스 이경하 회장의 장남이다.

이기환 씨의 JW홀딩스 지분 확대는 하루아침에 이뤄진 일이 아니다. 그는 2009년 이종호 명예회장으로부터 20만 주를 시간외매매로 넘겨받으며 처음으로 2.25%의 지분을 확보했다. 이후 장내 매수를 이어오며 서서히 영향력을 키워왔다. 

최근 매입 자금은 주식담보대출을 통해 마련했으며, 현재 그는 개인 주주 중 두 번째로 많은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JW그룹의 지배구조를 보면 1대 주주는 이경하 회장(28.43%), 2대는 JW이종호재단(7.48%), 그 다음이 이기환 씨다.

업계에서는 이기환 씨가 본격적인 경영권 승계에 앞서 경영 기반을 다지는 포석으로 본다. 다만 아직 20대 후반이라는 점에서 ‘승계 논의를 언급하기엔 시기상조’라는 신중론도 공존하고 있다. 

삼일제약 오너 일가의 장내매수도 업계의 관심사다. 허승범 삼일제약 회장(1981년생)은 올해 들어 8만 주 이상을 사들이며 지분율을 8.20%로 확대했다. 여기에 동생 허준범 전무(1985년생)도 장내매수에 동참, 현재 1.56%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삼일제약 오너 일가의 매입은 단순한 ‘승계 신호’라기보다 회사 성장에 대한 확신의 표현으로 해석된다. 삼일제약은 의약품 제조 및 판매를 주력으로 하며 최근 5년간 전체 매출의 97% 이상을 해당 부문에서 꾸준히 올렸다. 특히 CNS(중추신경계) 사업 부문이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이 같은 성장 자신감은 신약 개발과 CDMO(위탁개발생산)·CMO(위탁생산) 사업 확대로 인한 것이다. 삼일제약이 국내 독점권을 확보한 골관절염 치료신약 ‘로어시비빈트’는 4분기 미국 허가 절차를 진행할 예정인 데다 베트남에 건설된 CMO 공장은 내년 본격 가동을 앞두고 있다.

메디톡스의 정현호(1962년생) 대표 역시 최근 책임경영 행보를 보이고 있다. 정 대표는 지난 3일 자사주 2500주를 장내에서 매입했다. 이번 매입으로 정 대표의 지분율은 17.16%에서 17.19%로 소폭 상승했다.

정현호 대표는 국내 최초로 ‘보툴리눔 톡신’ 개발에 성공한 1호 박사로, 메디톡스를 세계적 톡신 전문회사로 성장시킨 주역이다. 정 대표는 이번 매입을 통해 회사의 경쟁력과 성장 잠재력에 대한 확신을 보여준 것으로 평가된다.

메디톡스는 올해 세계 최초로 콜산 성분을 활용한 지방분해주사제 ‘뉴비쥬주’의 품목허가를 획득했다.

이는 국내 개발 신약 가운데 40번째 신약이라는 의미 있는 기록이다. 2018년 임상 1상 착수 이후 7년 만에 결실을 맺은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오너 일가의 장내매수는 단순한 주가 부양을 넘어 책임경영이란 이름으로 경영 참여와 주주 신뢰확보, 장기적 승계를 아우리는 전략”이라며 “장내매수는 임경영의 의지를 보이면서 동시에 승계 구도의 정당성을 확보하는 포석”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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