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메리츠증권]](https://cdn.ebn.co.kr/news/photo/202511/1685798_703756_5547.jpeg)
부동산금융 강자인 메리츠증권이 발행어음(단기금융업) 인가를 통해 전통 기업금융(IB) 시장에서 존재감 확대를 모색하고 있다. 그동안 메리츠증권이 ‘하이리스크·하이리턴’ 투자 운용 기조로 성장을 해왔던 만큼 모험자본 공급과 이를 통한 이익 성장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메리츠증권은 올해 상반기 연결기준 영업이익 4485억원, 당기순이익 4435억원으로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10.6% 감소했으나, 당기순이익은 19.9% 증가했다.
수수료 제로 정책을 시행 중인 만큼 리테일 사업에서 총 수익은 전년(887억원) 대비 증가한 972억원을 기록했으나 비용의 증가로 순이익은 187억원에서 32억원으로 감소했다. 반면 기업금융 및 IB사업에서는 지난해 상반기 순이익 1505억원에서 올해 상반기 1818억원으로 증가했다.
메리츠증권은 리테일보다 기업금융 부문의 강점이 두드러진 증권사로 꼽힌다. 특히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 위주로 성장하면서 업계 최대 규모의 이익을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고금리 장기화로 부동산 시장이 경색되면서 부동산 PF 시장이 흔들리고 부실 위험이 대두되면서 부동산 금융 사업을 통한 성장이 어려워지면서 사업 포트폴리오 다각화가 절실해졌다.
이에 따라 메리츠증권은 다소 약했던 리테일 부문의 기반을 다지기 위해 2026년까지 수수료 전면 무료 정책을 내세워 고객 자산 규모를 늘리고 있다. 전통 IB 사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도 ECM(주식발행시장)·DCM(채권발행시장) 등 관련 인력들을 적극 영입하고 기업금융본부, ECM솔루션본부, 종합금융본부 등을 신설했다. 그동안 나서지 않았던 기업공개(IPO) 사업도 스팩(SPAC) 상장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시작을 알렸다.
발행어음 사업은 부동산금융 중심 이익 구조가 사업별로 고르게 성장할 수 있는 데에 시너지 역할을 할 수 있을 전망이다.
발행어음은 자기자본 4조원 이상 초대형 IB가 투자자에게 자기자본의 200% 내에서 1년 이내 단기 어음을 발행해 자금을 조달하고 이를 기업대출, 프로젝트파이낸싱(PF), 벤처투자 등에 활용할 수 있다.
상반기 말 기준 메리츠증권의 별도 자기자본(자본총계) 규모는 7조609억원으로, 발행어음을 통해 최대 14조원의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 안정적으로 대규모 자금을 활용할 수 있다면 IB 딜 성사 과정에서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
특히 메리츠증권은 리스크 자산에 대한 적극적인 위험관리와 투자로 높은 수익률을 이끌어내는 데에 장점을 갖고 있다. 정부가 발행어음 인가를 통해 모험자본 공급 확대를 모색하고 있는 만큼 메리츠증권의 하이리스크·하이리턴 투자 역량이 빛을 발할 수 있다.
실제로 김종민 메리츠증권 대표이사 사장은 지난 8월 2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발행어음 인가와 관련해 “부동산 비중은 최소화하고 대부분의 비중을 기업금융 및 모험자본 범주에 해당하는 자산으로 운용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메리츠증권은 발행어음 사업에서 조달금리 3% 내외, 운용금리 4.5% 내외로 마진 약 1.5%p를 예상하고 있는데, 메리츠증권이 자기자본의 100%만 발행어음으로 자금을 조달해 안정적으로 운용한다면 1000억원대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셈이다.
메리츠증권이 리테일 기반이 다소 약하지만 메리츠금융지주의 보험과 시너지를 활용해 유동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메리츠증권이 향후 발행어음 사업에서 안정적인 이익을 꾸준히 낼 수 있다면 경쟁사보다 높은 금리를 제공하는 상품을 통해 리테일 기반을 강화하는 시너지 효과도 예상된다.
다만 변수는 이화전기 신주인수권부사채(BW) 불공정거래 의혹에 대한 수사 결과다. 메리츠증권이 이화전기 거래정지 전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2021년 투자한 400억원 규모의 BW를 2023년 경영진의 횡령·배임 혐의로 구속되기 전 전량 매도했다는 의혹에 2년 가까이 검찰의 수사를 받고 있다.
발행어음 사업은 증권사의 신용도가 중요한 만큼 금융당국은 재무적 요건 외에도 내부통제·대주주 적격성 요건 등을 면밀하게 살펴보고 있다. 검찰의 수사 결과가 메리츠증권 발행어음 인가 여부에 영향을 크게 미칠 수밖에 없다.
실제로 메리츠증권의 외부평가위원회 심사는 가장 늦게 진행되고 있다. 금융당국은 올해 발행어음 인가 절차를 마치겠다는 입장이지만, 늦어지고 있는 절차에 올해 안에 인가 여부가 결정날 수 있을지도 미지수라는 평가가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메리츠증권 발행어음 인가의 가장 큰 불확실성은 이화전기 관련”이라며 “발행어음 사업이 가능하다면 IB 관련 인력을 대거 충원해온 만큼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운용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