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연합]](https://cdn.ebn.co.kr/news/photo/202511/1685936_703898_4512.jpg)
한국경제인협회는 '경제법률 형벌 조항 전수 조사' 결과, 기업 활동과 관련된 21개 부처 소관 346개 경제법률에서 총 8403개의 법 위반행위가 형사처벌(징역·벌금 등) 대상인 것으로 나타났다고 10일 밝혔다.
이 가운데 7698개(91.6%) 조항은 ‘양벌규정’이 적용돼, 법 위반자뿐 아니라 해당 법인도 동시에 처벌받을 수 있는 구조였다.
또 징역이나 벌금 등 두 개 이상의 처벌·제재가 중복되는 항목은 2850개(33.9%)에 달했다. 구체적으로 △2중 제재 1933개(23.0%) △3중 제재 759개(9.0%) △4중 제재 94개(1.1%) △5중 제재 64개(0.8%)로 분석됐다.
공정거래법의 경우, 단순히 사업자 간 가격·생산량 등의 정보를 교환한 행위만으로도 ‘담합 합의’로 추정될 수 있다. 이 경우 징역과 벌금이 병과될 수 있으며, 과징금과 징벌적 손해배상까지 부과되면 최대 4중 제재가 가능하다.
건축법도 규정이 엄격하다. 도시지역에서 허가 없이 신축·증축·개축하거나 건폐율·용적률 기준을 위반하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억 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을 수 있다. 점포 앞 테라스 설치나 외부 계단 가림막용 새시, 아크릴판 등 영업 편의 목적의 경미한 구조물 변경도 '증축'으로 간주돼 처벌 대상이 된다.
임시 가설건축물을 허가나 신고 없이 세운 경우에도 2년 이하 징역 또는 1억 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된다. 안전과 무관한 경미한 사안이라도 허가·신고 의무를 이행하지 않으면 즉시 형사처벌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화장품법도 마찬가지다. 판매자가 직접 라벨을 제거하지 않았더라도 표시 사항이 훼손된 제품을 판매하거나 진열만 해도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한경협은 "K-뷰티 산업이 중소기업 중심으로 성장하고 있음에도, 현행 처벌 규정은 법무 인력이 부족한 중소기업과 창업 초기 기업에 과도한 부담으로 작용한다"고 지적했다.
공정거래법상 기업집단 지정자료 미제출 시에도 최대 징역 2년 또는 벌금 1억5000만 원이 부과된다. 매년 제출해야 하는 특수관계인 현황·주식 소유 현황 등을 누락하거나 허위 제출하는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 현장에서는 단순 행정 착오나 개인정보 제공 거부 등 비고의적 사유로 인한 누락까지 형사처벌로 이어지는 것은 과도하다는 의견이 많다.
OECD 주요국들은 담합,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 등 중대 위반에 한정해 형사처벌을 운용한다. 이에 비해 한국은 경미한 행정의무 위반까지 형사처벌하는 구조로, 글로벌 스탠다드와 괴리가 크다는 분석이다.
한경협은 "기업집단 지정자료 미제출 등 단순 행정 위반은 행정질서벌로 전환하는 등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이상호 한경협 경제산업본부장은 "중복제재와 단순 행정의무 위반까지 형사처벌로 이어지는 제도는 기업의 예측 가능성을 떨어뜨리고 경영 리스크를 높인다"며 "정부가 추진 중인 경제형벌 합리화가 현장에서도 체감될 수 있도록 획기적인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