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크셔 해서웨이 회장 워런 버핏이 2024년 5월 3일 미국 네브래스카주 오마하에서 열린 버크셔 해서웨이 연례 주주총회에 참석하고 있다. [출처=연합뉴스]](https://cdn.ebn.co.kr/news/photo/202511/1686137_704123_2459.jpg)
워런 버핏(95)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이 자신의 버크셔 지분을 당분간 계속 보유하겠다고 밝혔다. 후계자인 그렉 에이블(63) 부회장에 대한 신뢰가 주주 사이에 충분히 자리 잡을 때까지 지분을 유지하겠다는 뜻을 밝히며, 시장 불안을 잠재우려는 메시지를 던졌다.
버핏 회장은 10일(현지시간) 공개된 추수감사절 주주서한에서 "버크셔 주주들이 찰리(멍거)와 내가 오랫동안 누려온 신뢰감을 그렉에게도 느낄 때까지 상당량의 A주를 보유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그 신뢰가 쌓이는 데 오래 걸리지 않을 것"이라며 "내 자녀들과 버크셔 이사 모두가 이미 그렉를 100% 지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번 서한은 버핏이 CEO로서 남기는 마지막 주주 서한으로 내년 초부터는 그렉 에이블 부회장이 CEO직을 이어받는다. 버핏은 이사회 의장직을 유지하며 경영 전반에 대한 조언자 역할을 맡을 예정이다.
버핏은 후계자인 에이블 부회장에 대해 "내가 처음 그를 CEO로 고려했을 때의 기대를 훨씬 뛰어넘는 인물"이라며 "그는 나보다도 버크셔의 사업과 인력을 깊이 이해하고, 많은 CEO들이 간과하는 문제를 빠르게 파악한다"고 평가했다.
또한 "여러분의 저축과 나의 저축을 관리할 사람으로 그렉보다 더 나은 이는 없다"며 후임에 대한 전폭적인 지지를 보냈다.
버핏은 "버크셔의 사업들은 전체적으로 평균보다 나은 전망을 갖고 있으며, 내가 아는 어떤 기업보다 치명적인 재앙을 맞을 가능성이 작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 주가는 변덕스럽게 움직일 것이며, 지난 60년 동안 세 차례 경험했듯 50% 가까이 하락할 수도 있다"며 "그러나 절망하지 말라. 미국은 다시 회복할 것이고 버크셔도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버크셔는 올해 9월 말 기준 3816억 달러의 현금을 보유하며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3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34% 급증했고, 주가는 올해 들어 약 10% 상승했다.
버핏은 이번 서한에서 자녀 재단에 대한 생전 기부 속도를 높이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그는 "세 자녀 모두 일반적인 은퇴 연령을 넘어섰고, 신탁 관리인이 그들을 대신하기 전에 내 재산 대부분을 정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버핏은 A주 1800주를 B주 270만 주로 전환해 약 13억 달러(약 1조9000억 원) 상당의 주식을 자녀들이 관리하는 네 개 재단에 기부했다.
A주는 버핏의 경영권 통제 수단으로, 주당 약 75만 달러에 달하며 의결권이 막강하다. 반면 B주는 주당 500달러 수준으로 거래가 자유롭고 의결권은 A주의 1만분의 1에 불과하다.
이번 전환은 "경영권은 유지하면서 자산을 사회에 환원하는 구조"라는 버핏의 철학을 그대로 반영한 것이다.
버핏은 서한 말미에서 "놀랍게도 나는 여전히 건강하다. 움직임은 느려졌고 글씨를 읽기 어려워졌지만, 주 5일 사무실에 출근해 훌륭한 사람들과 일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늦게 늙기 시작했지만, 일단 노화가 시작되면 부정할 수 없는 현실임을 배운다"며 특유의 담담한 유머로 글을 맺었다.
이번 서한은 버핏이 CEO로서 남긴 마지막 주주 메시지로, 투자 철학과 리더십의 세대 교체, 그리고 자산의 사회적 환원이라는 세 가지 키워드를 남겼다.
그는 "버크셔의 미래는 안정적이며, 미국 경제는 반드시 회복한다"고 확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