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베이징의 한 슈퍼마켓에서 한 남성이 쇼핑을 하고 있다. 중국의 2025년 10월 무역흑자는 900억 7천만 달러(780억 7천만 유로)로, 전년 동기 957억 2천만 달러(829억 6천만 유로)보다 적었으며, 예상치인 956억 달러(828억 6천만 유로)보다 적었다. [출처=연합뉴스]
중국 베이징의 한 슈퍼마켓에서 한 남성이 쇼핑을 하고 있다. 중국의 2025년 10월 무역흑자는 900억 7천만 달러(780억 7천만 유로)로, 전년 동기 957억 2천만 달러(829억 6천만 유로)보다 적었으며, 예상치인 956억 달러(828억 6천만 유로)보다 적었다. [출처=연합뉴스]

중국의 물가 하락세가 공식 통계보다 훨씬 깊고 광범위하다는 분석이 나왔다. 블룸버그가 36개 주요 도시의 70개 품목 가격을 추적한 결과 일상 소비재부터 자동차·부동산까지 전반적인 가격이 큰 폭으로 떨어지며 '디플레이션 스파이럴(Deflationary Spiral)'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블룸버그 통신 분석에 따르면 지난 2023년 이후 중국 내 주요 품목 67개 가운데 51개의 가격이 하락했다. 주택 가격은 27%, BYD 자동차는 27%, 장성(長城) 레드와인은 29% 떨어졌다. 달걀과 쇠고기, 감자 등 식품 가격도 14~17% 하락했으며 전자레인지·가전제품·의류 등 생활 필수품 가격 역시 동반 하락세를 보였다.

공식 소비자물가지수(CPI)가 0% 부근을 유지하고 있는 것과 달리, 실제 현장에서는 훨씬 뚜렷한 가격 하락이 진행되고 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중국 통계당국의 집계 방식이 투명하지 않고, 임대료·서비스 가격 반영이 현실과 괴리돼 있다고 지적한다.

가격 하락은 산업 전반의 수익성을 악화시키고 있다. 블룸버그가 6,000개 상장기업을 분석한 결과, 이자조차 갚지 못하는 '좀비기업' 비율은 5년 전 19%에서 지난해 34%로 급증했다. 민간 기업의 급여 상승률은 통계 작성 이후 최저 수준이며, 제조·IT 산업에서는 임금이 오히려 감소했다.

경기 둔화로 기업들이 설비투자와 연구개발(R&D) 지출을 줄이면서 성장 모멘텀도 약화됐다. 중국 GDP 디플레이터(총체적 물가지수)는 10분기 연속 하락 중으로, 산업 전반의 디플레이션이 고착화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디플레이션의 여파는 가계에도 직접 닿고 있다. 베이징 IT업계에서 연 30만 달러 이상을 벌던 중산층은 잇따른 해고로 소비를 급격히 줄이고 있다. 국제학교 대신 공립학교로 자녀를 전학시키고, 가사도우미를 해고하는 등 생활 전반에 긴축이 확산됐다.

가계저축률은 GDP의 110%에 달해 사상 최고를 기록했다. 중국 소비자들이 "앞으로 물가가 더 떨어질 것"이라고 확신하며 지출을 미루는 '기대 심리의 함정'에 빠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중국 내수 부진은 글로벌 브랜드에도 충격을 주고 있다. 애플, 폭스바겐, 혼다 등 글로벌 제조사의 중국 판매량은 팬데믹 이전 대비 30% 이상 감소했다. 로레알·시세이도·유니클로 등 소비재 기업도 일제히 실적이 악화됐다.

전 네슬레 CEO 로랑 프렉스는 "중국 시장은 경쟁이 지나치게 치열해 가격 인상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중국이 3년 연속 디플레이션을 겪게 되면 일본의 '잃어버린 10년'과 유사한 장기 침체에 빠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상하이 CEIBS의 주톈(朱天) 교수는 "정부가 소비 진작을 위해 최소 5,000억 달러 규모의 바우처를 지급해야 한다"며 "지금처럼 소비 심리가 얼어붙으면 중국 경제는 장기 저성장 국면으로 고착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IMF는 올해 중국의 물가상승률을 '0%'로 전망하며, 이는 조사 대상 200개국 중 두 번째로 낮은 수준이다. 한국은행 역시 "중국발 디플레이션이 수출입 물가를 통해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국가로 전이될 가능성"을 경고했다.

전문가들은 중국의 과잉공급 구조와 소비 심리 위축이 개선되지 않는 한, 이번 물가 하락은 단기 현상이 아니라 '구조적 디플레이션'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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