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남구에서 발생한 HJ중공업의 보일러 타워 붕괴는 단순한 현장 과실로만 볼 수 없는 사고다. 아파트 하자 통계에서 드러난 품질관리 실패가 산업현장의 안전 부실로 이어졌다는 점에서 이번 사고는 한 기업의 문제가 아니라 한국 건설산업의 구조적 안전불감증을 드러낸 사례로 평가된다. '작은 하자'가 '큰 참사' 로 번지지 않도록 현장의 숫자와 징후들을 경고의 신호로 읽어내야 할 때다. [편집자주]

HJ중공업 건설부문 남영사옥 전경.[출처=HJ중공업]
HJ중공업 건설부문 남영사옥 전경.[출처=HJ중공업]

공공공사 분야 전통 강자로 손꼽히는 HJ중공업이 울산화력발전소 보일러 타워 붕괴 사고로 최대 위기에 직면했다. 일각에서는 이재명 정부가 추진 중인 ‘공공입찰 원스트라이크 아웃’ 제도의 첫 적용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온다. 

11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HJ중공업 건설부문에서 시공 중이던 ‘울산기력 4·5·6호기 해체 공사’ 현장에서 지난 6일 60m 높이의 보일러 타워가 붕괴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작업자 9명 중 7명이 매몰돼 3명이 사망하고, 2명은 사망 추정, 2명은 여전히 실종 상태다.

이번 사고는 정부가 지난 8월 발표한 ‘중대재해 원스트라이크 아웃’ 정책 이후 첫 대형 인명사고로, HJ중공업이 사실상 ‘1호 적용 대상’이 될 가능성이 크다. 정부는 당시 “사망사고 1건만으로도 공공입찰을 제한하겠다”며 강력한 안전책을 예고한 바 있다.

이에 따라 HJ중공업은 최대 2~3년간 공공입찰 제한과 영업이익 5% 수준의 과징금 등 중복 제재를 받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조달청의 건설안전배점제에서도 감점이 불가피해 신규 공공공사 수주에 어려움이 예상된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HJ중공업은 공공시장 수주 비중이 큰 업체로, 입찰 제한이 현실화되면 수천억 원대 매출 손실이 불가피하다”고 봤다.

그러나 실질적인 제재로 이어지기까지는 절차적 제약이 크다. 국가계약법상 공공입찰 제한은 ‘형 확정’이나 ‘행정처분 확정’이 전제돼야 하며, 수사나 기소 단계에서는 즉각 적용이 어렵다. 실제로 2022년 1월 발생한 삼표산업 양주 채석장 붕괴 사고(3명 사망)가 중대재해처벌법 1호 사건으로 기록됐지만, 3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확정 판결이나 행정처분은 나오지 않았다.

검찰에 따르면, 중대재해처벌법 위반으로 기소된 사건은 지난 5월 기준 약 90건에 달하지만, 이 중 공공입찰에서 실제 퇴출된 기업은 극히 일부에 그친다. 한 건설사 임원은 “법적 책임 확정까지 2~3년이 걸리는 만큼, 그 기간 동안 기업은 정상 영업을 이어간다”며 “조달청의 안전배점제도 확정 판결이 있어야 감점이 반영되기 때문에 단기적으로는 입찰 불이익이 크지 않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번 사고는 중처법 시행 이후 최대 규모 사고로, 건설업계 전반의 안전관리 강화 흐름에 불을 붙일 것으로 보인다. HJ중공업은 사고 직후 전국 현장의 공사를 전면 중단하고 긴급 안전점검에 착수했으며, 주요 대형 건설사들도 비상 점검 체제에 들어갔다.

한 대형건설사 임원은 “중대재해는 단순히 벌금이나 입찰 제한 문제가 아니라, 장기적인 기업 이미지와 수주 경쟁력에 직결된다”며 “이제는 안전이 비용이 아닌 ‘투자’라는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이비엔(EBN)뉴스센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