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챗GPT 생성 이미지. [출처=오픈AI]](https://cdn.ebn.co.kr/news/photo/202511/1686375_704387_553.png)
AI 산업 과열 우려가 잇따르지만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에 대한 시장의 시선은 오히려 단단해지고 있다. 핵심은 밸류에이션과 실적이다.
글로벌 반도체 수요의 구조적 반등 조짐에 두 기업의 실적 추정치는 급격히 상향되고 있으며 여전히 낮은 주가 수준은 외국계 기관의 재평가 흐름을 이끌고 있다.
1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목표주가를 최대 17만5000원, 85만원으로 대폭 상향 조정했다.
이는 지난달 제시한 11만원, 48만원에서 불과 한 달 만에 각각 59%, 77% 오른 수치다. 삼성전자의 2026년 영업이익은 116조4480억원으로 제시됐고, SK하이닉스 역시 HBM 독점 공급에 따른 실적 가시성이 높아졌다는 평가다.
이 같은 외국계 증권사의 강세 시각은 국내 증권가의 분석과도 맥을 같이한다. KB증권은 전일 열린 세미나에서 2026년 코스피 상장사 전체 영업이익을 401조원으로 전망하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이 중 74조원을 책임질 것으로 예상했다. 전체 증가분의 약 70%에 해당하는 수치다.
여기에 두 기업의 밸류에이션 매력도 재조명받고 있다. 현재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PBR(주가순자산비율)은 각각 1.4배, 2.5배 수준으로 미국 반도체 기업 마이크론의 3.3배와 비교해 저평가돼 있다. 이는 외국계 기관투자자들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하다는 평가다.
실제로 국내외 증권사의 목표가 상향이 이어지고 있으며 최근 모건스탠리의 보고서도 이 같은 시각을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노무라증권 역시 이달 SK하이닉스 목표가를 기존 54만원에서 84만원으로 55.6% 대폭 상향 조정한 바 있다.
업황 개선의 중심에는 AI 수요 확대와 함께 고성능 메모리 시장의 구조적 변화가 있다. 특히 SK하이닉스는 HBM3 시장을 사실상 독점하고 있으며 내년 하반기 출시 예정인 엔비디아의 루빈 GPU에 탑재될 HBM4도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만이 양산 가능한 것으로 평가된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는 최근 하이닉스를 ‘바이털 메모리 파트너’, 삼성전자를 ‘키 서플라이어’로 언급하며 양사에 대한 전략적 중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생산 측면에서도 공급 제약이 뚜렷하다. D램은 공정 전환을 통해서만 생산능력 확대가 가능하고, 낸드는 오히려 설비 감축이 이어지고 있다. 용인 클러스터의 가동이 2028년으로 예정된 가운데 2~3년간 수급 불균형이 지속될 것이란 분석이다.
실적 측면에서는 이익 모멘텀이 강하게 작용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올해 영업이익 증가율은 각각 47%, 내년에는 89%까지 확대될 전망이다. 이는 지난 반도체 사이클 정점이던 2017~2018년보다도 높은 수준으로 실적 기반의 주가 상승 여력이 충분하다는 판단이다.
여기에 M7으로 불리는 미국 빅테크 7개 기업의 설비투자 확대도 변수다. KB증권에 따르면 이들 기업의 올해 AI 인프라 투자 규모는 업체당 평균 70조~100조원에 달하며 연초 10% 남짓에 불과했던 투자 증가율은 최근 25% 수준까지 상향 조정됐다. 이러한 투자는 AI 수요를 구조적으로 끌어올릴 수 있는 배경으로 작용한다.
일각에서는 AI 산업에 대한 과열 우려도 제기된다. ‘빅쇼트’의 마이클 버리는 AI 관련 종목들의 밸류에이션이 과도하다며 경고했고 일부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1999년 닷컴버블을 연상케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그러나 국내 증권가는 “M7 기업의 PER은 평균 30배로 당시의 절반 수준이며 순이익 증가율은 20% 이상”이라며 현재는 실적 기반의 구조적 성장 국면이라고 선을 긋고 있다.
시장에선 AI가 단순한 테마가 아닌 새로운 산업 플랫폼으로 자리 잡고 있다는 점에서 메모리 반도체의 전략적 가치는 더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는 실적, 수급, 기술력, 밸류에이션 네 가지 축 모두에서 우위를 점하며 재평가 흐름을 이끌고 있다”며 “AI 버블이라는 회의론이 제기되는 사이 두 기업은 조용히 실적을 통해 입증해가는 중”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