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돈 관계 창업주가 공동 설립해 ‘한 지붕 두 가족’이라는 독특한 오너체제로 시작한 한국화장품 그룹이 3세 경영체제로의 전환을 앞두고 있다. [출처=오픈AI]](https://cdn.ebn.co.kr/news/photo/202511/1686796_704911_1814.png)
사돈 관계 창업주가 공동 설립해 ‘한 지붕 두 가족’이라는 독특한 오너체제로 시작한 한국화장품 그룹이 3세 경영체제로의 전환을 앞두고 있다. 그러나 복잡한 지분 구조와 비공개적인 이사회 운영, 불명확한 승계 계획이 얽히면서 향후 경영권 분쟁이나 기업가치 약화라는 사업리스크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14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한국화장품은 1962년 창업주인 임광정·김남용 명예회장이 공동으로 설립한 한국 1세대 화장품 기업이다. 상장은 1978년 이뤄졌으며 2010년 화장품 판매 사업부문을 분할해 신설법인 한국화장품을 설립하고 잔존법인은 한국화장품제조로 사명을 변경했다.
두 창업주는 사돈 관계로, 임광정 명예회장의 장남인 임충헌 회장과 김남용 명예회장의 차녀 김옥자씨가 결혼한 점이 업계에서도 이례적인 구조로 평가된다. 이를 기반으로 한국화장품은 자녀들이 회사를 공동 운영하는 ‘두 가족 경영’ 체제로 계속 유지돼 왔다.
현재 그룹 운영은 오너 2세인 임충헌 회장과 김남용 명예회장의 장녀 김숙자 회장이 나란히 회장직을 맡고 있으나 두 사람 모두 고령으로 경영 전면에서는 사실상 물러난 상태다.
대신 그룹의 실질 경영은 오너 3세이자 김숙자 회장의 아들인 이용준 부회장과 임충헌 회장의 아들 임진서 부사장이 이끌고 있다. 현재 이용준 부회장은 한국화장품제조·한국화장품·더샘인터내셔널 대표이사를 겸직하고 임진서 부사장은 한국화장품제조 부사장과 더샘인터내셔널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문제는 승계가 진행 중임에도 불구하고 지분 정리가 아직 완료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한국화장품제조 지분구조의 경우 최대주주는 임충헌 회장(11.54%)이고 2대주주는 김숙자 회장(11.21%)이다. 이어 이용준 부회장(10.99%), 임진서 부사장(5.62%), 김옥자씨(2.90%) 순이다. 즉, 특수관계인 12인의 합산 지분율이 45.03%에 달한다.
이를 가족별로 나누면 임 회장 일가는 17.51%, 김 회장 일가는 27.52%로 김 회장 측의 지분 우위가 뚜렷하다. 판매 법인인 한국화장품도 상황은 유사하다. 한국화장품제조가 20.00% 지분을 보유한 최대주주며 김숙자 회장이 11.54%, 임충헌 회장이 9.45%를 보유 중이다. 나머지 특수관계인 지분까지 포함하면 김 회장 가족 쪽으로 무게가 기운다.
계열사 지배 구조에서도 김 회장 측의 영향력이 우세하다. 더샘인터내셔널, 힐리브 등 주요 계열사의 지분은 한국화장품이 대부분 보유하고 있으며 이들 회사의 대표이사 역시 이용준 부회장이 맡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같은 실질 지배력 우위에도 불구하고 김 회장 측 3세의 직접 보유 지분은 여전히 미미한 수준에 머물러 있으며 공식적으로 정리조차 되지 않고 있다.
단순 지분구조상 우위만 김 회장 일가가 점하고 있을 뿐, 향후 오너 2세의 별세나 내부 이해관계 변화에 따라 양가 승계 갈등이 수면 위로 부상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이유다. 임충헌·김숙자 회장이 고령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지분 승계가 본격 이뤄져야 할 상황이지만 회사 측도 여전히 이렇다 할 계획을 밝히지 않고 있다.
지배구조 외에 경영 투명성에 대한 지적도 이어진다. 한국화장품제조와 한국화장품 이사회는 사내이사 2명(이용준·임진서)과 사외이사 1명으로 구성돼 있다. 감사위원회는 따로 설치돼 있지 않으며, 감사 1인이 경영지원팀 또는 재무팀의 보조를 받아 감사 기능을 수행하는 구조다.
이 같이 이사회 및 감사 체계 모두 오너 일가 중심으로 운영되면 통상적으로 객관적 견제와 내부통제 장치가 사실상 작동하기 어려운 구조라는 평가를 받는다.
전문경영인 없이 오너가 중심이 된 폐쇄적 운영이 브랜드 부진과 기업가치 저하로 이어졌다는 분석도 있다. 최근 글로벌 K뷰티 열풍에 힘입어 2021년 이후 실적 회복 조짐이 나타난 부분도 있긴 하나, ‘더샘’, ‘산심’ 등 브랜드는 그 이전까지 오랜 기간 경쟁 심화와 소비 트렌드 변화에 대응하지 못하며 부진한 성적을 보인 바 있다.
업계 전문가는 “지분 승계 방향이 모호하고 두 가족 간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 만큼 명확한 경영권 정리 없이는 불확실성이 커질 수밖에 없다”며 “최근 K뷰티에 대한 글로벌 관심이 확대되며 실적이 일부 개선되고 있는 점은 긍정적인 시그널이나, 이 같은 시장 흐름에 지속 편승하기 위해선 승계와 지배구조 혁신이 우선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