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내 주요 화장품 기업들이 올 2분기 기대치를 밑도는 실적을 발표하면서 시장 내 현상 해석에 뚜렷한 온도차가 생기고 있다. [출처=오픈AI]
최근 국내 주요 화장품 기업들이 올 2분기 기대치를 밑도는 실적을 발표하면서 시장 내 현상 해석에 뚜렷한 온도차가 생기고 있다. [출처=오픈AI]

최근 국내 주요 화장품 기업들이 올 2분기 기대치를 밑도는 실적을 발표하면서 시장 내 현상 해석에 뚜렷한 온도차가 생기고 있다. 일부에서는 실적 부진으로 인한 주가 하락세가 ‘공매도 타깃’으로 집중되는 우려를 키우는 반면, 증권가는 이를 오히려 우량 종목을 저가에 매수할 수 있는 기회로 해석하는 분위기다.

19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LG생활건강, 한국콜마, 달바글로벌, 코스맥스 등 굵직한 종목들이 이달 들어 연이어 ‘공매도 과열 종목’으로 지정됐다. 일부 종목은 이틀 연속 지정되며 공매도 거래가 전면 제한되기도 했다. 해당 지정 제도는 공매도 거래가 비정상적으로 급증해 주가가 급락하는 상황을 막기 위한 안전장치며 하루 동안 해당 종목의 공매도가 제한된다.

공매도 잔고 역시 빠르게 불어났다. 한국콜마의 경우 지난달 말 54억원 수준이던 공매도 잔고가 이달 초 175억원까지 세 배 이상 급증했으며, 달바글로벌도 같은 기간 27억원에서 39억원으로 40% 넘게 증가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투자자들이 실적에 대한 실망감을 향후 주가 하락에 대한 베팅으로 전환하면서 나타난 결과로 볼 수 있다.

이번 공매도 과열 역시 주요 화장품 기업들의 2분기 실적 발표 직후 시작됐으며, 실제로 국내 화장품 기업들의 성적표는 대체로 기대치를 밑돌았다. LG생활건강은 영업이익이 시장 컨센서스를 59% 하회하며 ‘어닝쇼크’ 수준의 성적표를 받았고, 한국콜마와 코스맥스도 각각 11%, 4% 낮은 실적을 발표했다. 달바글로벌 역시 전년 동기 대비 66% 증가한 292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지만, 시장의 높은 기대를 만족시키지는 못했다.

그간 고조됐던 K뷰티에 대한 기대감은 이번 실적 발표를 계기로 급속히 식었다. 주가는 한 달 새 급락세를 탔고, 코스맥스는 20%, LG생활건강과 아모레퍼시픽은 각각 10% 이상 떨어졌다. 한국화장품, 달바글로벌 등도 두 자릿수 하락률을 보이며 시장 전반에 비관적 분위기가 확산됐다.

이번 실적 부진으로 인한 주가 하락세와 공매도 과열 현상은 단순히 개별 기업의 문제가 아닌, 생산자개발방식(ODM)·주문자상표부착(OEM) 시장의 구조적 변화와도 맞닿아 있다. K뷰티의 위상 강화와 인디 브랜드의 대형화가 맞물리면서 ODM·OEM 시장 전반에 새로운 경쟁 구도가 형성되고 있음을 방증하는 현상 중 하나라서다.

다시 말해 인디 브랜드의 대형화, 글로벌 브랜드와의 협업 증가 등으로 생산 주체가 다변화되고 있으며, 이에 따라 중소형 ODM 업체들은 일종의 ‘낙수효과’를 누리고 있는 반면, 이와 동시에 가격 경쟁과 생산 이원화가 심화되며 업계 전반의 수익성에 부담을 주고 있는 것이다.

이는 장기적으로 카테고리 다양화와 기술 경쟁력 제고라는 긍정적 효과를 낳을 수 있지만, 막대한 마케팅 비용을 감당하기 힘든 영세 인디 브랜드에게는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런 환경에서 제조사 간 수주 경쟁이 과열되면, 실적 압박은 더욱 심화될 수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그럼에도 증권가는 화장품 업종에 대해 낙관적인 시각을 유지한다. 최근의 조정은 실적과 무관하게 우량 종목들까지 투매된 측면이 강하다는 이유에서다. 일부 증권사들은 밸류에이션 부담이 낮아진 현 상황을 중장기 투자자에게는 저가 매수의 기회로 보고 있다.

특히 3분기 이후 유럽과 중동 등 해외 시장을 중심으로 수출 회복세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기대감도 있다. 실제로 브랜드사들은 온라인 채널을 중심으로 마케팅 전략을 강화하고 있고, 제조사들은 생산 속도와 단가 경쟁력을 앞세워 글로벌 파트너로 입지를 확대 중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투매 국면에서 우량주까지 도매금으로 떨어진 만큼 ‘좋은 기업을 싸게 살 기회’가 생겼다고 평가한다. 다만 하반기에는 브랜드사와 제조사 모두에서 경쟁 과열이 심화될 수 있는 만큼, 신규 수주가 뚜렷하거나 실적 부담이 적은 기업을 중심으로 선별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조언이 뒤따른다.

업계 전문가는 “국내 화장품주는 ‘공매도 타깃’이라는 불안과 ‘저가 매수 기회’라는 기대 사이에서 해석이 갈리고 있으며, 이는 다시 말해 화장품주가 조정과 회복 사이에 있다고도 볼 수 있다”며 “당분간은 실적 부진이 주가의 하방 압력으로 작용하겠지만, 장기적으로는 글로벌 시장 확장과 ODM 시장 구조 재편이라는 긍정적 흐름이 뒷받침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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