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3500억달러 '전략적 투자 MOU' 서명…투자 회수·외환시장 안정 명문화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14일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과 함께 총 3500억달러(약 511조원) 규모의 전략적 투자 운용에 대한 세부 합의를 담은 '한미 전략적 투자에 관한 양해각서(MOU)'에 최종 서명했다. 이는 지난 7월 30일 관세 협상에서 큰 틀의 합의가 이루어진 지 약 3개월 반 만이다.

이번 MOU는 한국의 대미 투자를 통해 관세 혜택을 유지하고 양국 간 경제 및 안보 동맹을 강화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총 3500억 달러 규모는 2000억달러의 '투자(Investment)'와 1500억달러의 '조선 협력 투자'로 구성된다.

■2000억달러 투자, '상업적 합리성' 기반 운용

2000억달러 규모의 투자 사업은 미국 상무장관이 위원장인 '투자위원회'의 추천을 거쳐 미국 대통령이 최종 선정한다. 이때 투자위원회는 한국 산업통상부 장관이 위원장인 '협의위원회'와 사전에 협의해 '상업적으로 합리적'인 투자만을 추천하도록 했다. 상업적 합리성은 '충분한 투자금 회수가 보장되는 투자'를 의미하며, 한국의 투자금 보호를 위한 안전장치로 풀이된다.

투자 분야는 조선, 에너지, 반도체, 의약품, 핵심 광물, 인공지능(AI)·양자 컴퓨팅 등 양국의 경제 및 국가안보 이익을 증진하는 전략적 산업들로 정해졌다. 사업 선정은 트럼프 대통령 임기가 끝나는 2029년 1월까지 진행된다.

자금 집행은 외환시장 부담을 줄이기 위해 연간 200억달러 한도 내에서 사업 진척도에 따른 '자금 요청(capital call)' 방식으로 지출된다. MOU는 외환시장 불안이 우려될 경우 한국이 납입 시기나 규모 조정을 요구할 수 있도록 명문화했으며, 미국은 사업 추진을 위해 연방 토지 임대, 용수·전력 공급, 규제 절차 가속화 등에 노력하기로 했다.

만약 한국이 투자금 납입 요청을 이행하지 못할 경우, 미국은 한국이 미납한 금액을 채울 때까지 이자를 대신 수취하게 되며 관세가 인상될 수 있는 조항도 포함됐다.

■'우산형 SPV'로 리스크 통합 관리

특히 눈에 띄는 것은 투자금의 효율적인 관리와 위험 분산을 위한 구조이다. 미국은 전체 프로젝트 관리를 위해 '투자 SPV(특수목적법인)'를 설립하고, 개별 프로젝트별로 '프로젝트 SPV'를 설립한다.

투자 SPV는 다수의 개별 프로젝트 SPV를 관리하는 우산형(Umbrella) SPV 성격으로, 특정 프로젝트에서 손실이 발생해도 다른 성공 프로젝트를 통해 수익을 보전할 수 있는 '리스크 풀링(risk-pooling)' 구조를 갖춘다.

투자 수익 배분은 원리금 상환 전까지는 한국과 미국이 5대 5의 비율로, 원리금 상환 이후부터는 한국과 미국이 1대 9의 비율로 배분받는다. 상환 이자율은 미국 국채 20년물 고정 금리에 스프레드(가산금리)를 합해 결정되며, 스프레드 상한은 미-일 합의보다 30bp만큼 더한 값을 적용하기로 했다.

또한 미국은 프로젝트에 상품·서비스를 제공할 공급업체 선정 시 한국 업체를 우선해야 하며, 개별 프로젝트별로 한국이 추천하는 프로젝트 매니저를 선정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1500억달러 조선 협력 투자는 수익 전액 한국 귀속

총 3500억달러 중 1500억달러를 차지하는 조선 협력 투자의 경우, 2000억 달러 투자와 달리 수익 배분 방식이 적용되지 않고 발생하는 모든 수익이 우리 기업에게 귀속되는 구조이다. 한국 정부는 투자위원회가 승인한 사업에 대해 민간 투자, 보증, 선박 금융 등을 지원할 예정이다.

정부는 이러한 대규모 투자를 안정적으로 이행하기 위해 특별법을 마련하여 '대미 투자 전담 특별기금'을 설립할 계획이다. 기금은 외환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외화자산 운용수익을 활용하거나 외화채권을 발행하는 등 시장 직접 매입이 아닌 다른 조달 수단을 최우선으로 고려할 방침이다. 특별법에는 특별기금 설치, 자금 조달 및 운용 방식, 거버넌스 등에 관한 내용이 포함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