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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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교통부 산하 공공기관인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신임 사장 선임 절차를 진행하고 있는 가운데, 후보군에 정치권 출신 인사가 포함된 사실이 알려지며 공공기관 전문성 논란이 다시 불거지고 있다. HUG가 대규모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보증을 담당하는 핵심 금융기관인 데다 재무 구조 악화로 경영정상화가 시급한 상황이라는 점에서 “정치색보다 금융 전문성이 우선돼야 한다”는 지적이 힘을 얻는다.

14일 관계 기관에 따르면 HUG 임원추천위원회는 지난달 30일부터 이달 7일까지 사장 공모를 실시했으며, 총 10여명이 지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중에는 부산 사하갑에서 20·21대 국회의원을 지낸 최인호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포함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 밖에도 권대철 건설기술교육원장, 송종욱 전 광주은행장, 오동훈 서울시립대 교수 등이 후보군에 이름을 올린 상태다.

이런 가운데 2023년 9월 취임해 임기를 1년 가까이 남겨둔 권대철 원장이 HUG 사장직을 위해 사직을 고려하고 있다는 점이 “공공기관장 역할의 연속성과 책임성을 저해한다”는 비판을 낳고 있다. 권 원장은 서울대 농경제학과와 도시계획학 박사 과정을 거쳐 1993년 국토부에 입부한 뒤 토지정책관, 주중대사관 공사참사관, 혁신도시발전추진단 부단장, 중앙토지수용위원회 상임위원 등을 역임한 정통 관료 출신이다.

일각에서는 윤석열 정부 시절 원희룡 전 국토부 장관 등과 함께 주요 정책 라인에 있던 인사가 정권 교체 직후 다시 공공기관 핵심 요직으로 이동하려 한다는 점에서 “정치적 배경이 깔린 자리 이동 아니냐”는 의혹도 나온다.

업계에서는 권 원장이 원 전 장관과의 인맥을 기반으로 국토연구원장에 임명됐다는 소문까지 돌며 특정 관료 네트워크 중심의 ‘신(新) 국토마피아’ 형성 가능성을 우려하는 분위기다.

특히 정치권 출신 인사가 공모에 대거 포함된 것에 대한 비판이 거세다. 그동안 HUG 수장은 정권을 가리지 않고 금융권 실무 경험을 갖춘 전문가가 맡아 왔다. 실제로 유병태 전 사장은 코람코자산신탁 출신이며, 권형택 전 사장(우리은행·HSBC), 이재광 전 사장 역시 금융투자업계에서 경력을 쌓은 인물들이다.

HUG의 업무 특성상 금융시장 이해도와 위험관리 역량은 필수다. HUG는 주택 건설 사업의 자금 조달을 지원하는 PF 보증과 분양 안정성 확보를 위한 분양보증 등 부동산 금융의 핵심 기능을 수행한다.

그러나 최근 HUG는 3년 연속 대규모 적자를 기록하며 공공기관 경영평가에서 ‘D등급’을 받았다. 영업이익은 2022년 –2428억원, 2023년 –3조9962억원, 2024년 –2조1924억원으로 악화 일로를 걷고 있다.

여기에 현 정부가 공공기관의 주택공급 역할을 확대하면서 HUG의 부담은 더욱 커졌다. 9·7 주택 안정화 대책에 따라 향후 5년간 공적 보증 규모는 연 86조원에서 100조원으로 확대되고, PF대출 보증 한도도 총사업비의 50%에서 70%로 상향된다. HUG는 최대 47만6000호의 정비사업 자금 조달을 지원해야 하는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이처럼 업무 범위와 재정 리스크가 확대되는 시점에 금융 실무 경험이 부족한 정치권 인사가 수장으로 임명되면 “정책의 일관성과 재정 건전성이 심각하게 흔들릴 수 있다”고 우려한다.

한 업계 관계자는 “HUG는 시장 신뢰가 생명인데, 정치적 고려가 앞설 경우 리스크 관리가 제대로 작동하기 어렵다”며 “민간 협력과 위험 통제 역량을 동시에 갖춘 전문성이 최우선 기준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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