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전세사기 예방을 위해 도입한 '인정감정평가 제도'가 오히려 임대차 시장을 위축시키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평가 통지까지 시간이 과도하게 걸리고, 예비감정 단계에서 상당수가 취소되면서 제도의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23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복기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HUG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8월 12일부터 올해 9월 말까지 인정감정평가의 예비감정 취소율은 65.3%, 평가결과 통지까지 걸린 시간은 평균 11.9일로 나타났다.
HUG가 지정한 5개 감정평가기관별 평균 소요 기간은 △A기관 10.33일 △B기관 11.61일 △C기관 11.35일 △D기관 11.37일 △E기관 12.05일로 기관 간 편차가 있었으며, 일부의 경우 최대 45~77일이 소요된 사례도 확인됐다.
특히 예비감정 결과 통보 후 취소 비율이 40.4%, 결과 회신 전 취소도 24.9%로, 전체 신청 건의 3건 중 2건 이상이 본감정 단계에 진입하지 못한 채 중도 취소된 것으로 조사됐다.
HUG는 취소 사유로 △예비감정 수수료 납부기한(7일) 도과 △감정평가 불가 의견 △예비감정 재신청 등을 들었지만, 현장에서는 감정가가 시세보다 20~30% 낮게 산정돼 보증가입을 포기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결국 감정평가가 시세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면서 전세보증보험 가입이 줄고, 신규 임대사업자들의 참여도 위축되는 등 임대차 시장의 선순환 구조가 흔들리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복기왕 의원은 "시세 대비 낮은 감정액과 절차 지연으로 보증보험 가입이 어려워지고 있다"며 "재정건전성만 앞세운 HUG의 경직된 운영이 전세 공급을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세입자 보호를 위한 제도가 오히려 세입자의 불안을 키우고, 정상적인 임대차 거래까지 막고 있다"며 "HUG의 인정감정평가가 주택공급 안정화에 기여할 수 있도록 전면적인 제도 재설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