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필라델피아 조폐국의 쟁반에 니켈을 주조하는 데 사용되는 금형이 놓여 있다. [출처=블룸버그]
미국 필라델피아 조폐국의 쟁반에 니켈을 주조하는 데 사용되는 금형이 놓여 있다. [출처=블룸버그]

미국이 1센트 동전(페니) 생산을 공식 중단하면서, 5센트 동전(니켈) 역시 폐지 논의에 불이 붙고 있다. 제작 단가가 액면가를 넘어서는 데다, 현금 사용 자체가 줄어들면서 존속 필요성이 약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CNN에 따르면 지난 12일(현지시간) 필라델피아 조폐국에서 마지막 페니가 주조됐다. 정부는 제작비가 가치보다 비싸고 실생활에서 쓰임이 거의 없다는 이유로 생산을 멈췄다. 페니는 여전히 법정통화지만, 이미 일부 은행과 상점에서는 동전 부족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페니 한 개를 만드는 데 약 5센트가 들면서 4센트의 손실이 발생했다면,니켈은 이보다 더 심각하다. 니켈 한 개의 제작비는 액면가보다 약 9센트 비싸다.

현재 니켈은 구리 75%, 니켈 25%의 합금으로 만들어진다. 반면 페니는 겉만 구리빛일 뿐, 실제로는 97.5%가 아연, 2.5%만 구리로 구성된 '구리 도금 아연 동전'이다.

금속 가격 상승도 부담 요인이다. 2016년 이후 아연 가격은 거의 변하지 않았지만 구리와 니켈 가격은 두 배 가까이 뛰었다.

미국 조폐국과 납품업체 아르타즌(Artazn)은 니켈의 제작비를 5센트 이하로 낮추는 방안을 연구 중이다.

'커먼 센츠 협회(Americans for Common Cents)'의 마크 웰러 전무는 "구리와 니켈은 사용할 수 있는 금속 중에서도 가장 비싼 축에 속한다"며 "1년 안에 새로운 금속 조합으로 기존과 동일한 외관의 니켈을 제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아르타즌은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아연 제품 제조업체 중 하나로, 미국 조폐국에 동전 원판을 공급하고 있다.

니켈의 또 다른 문제는 '활용도'다. 미국인들이 동전을 사용할 일이 줄어들면서, 소액 주화의 실질적 수요도 급감하고 있다.

과거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전쟁 물자 확보를 위해 조폐국이 니켈 대신 다른 금속을 사용했던 것처럼, 최근에도 조폐국은 비용 절감을 위해 금속 조성을 바꾸는 실험을 진행 중이다.

뉴질랜드와 호주 등은 이미 2000년대 초반부터 소액 동전 생산을 중단했으며, 이는 페니가 사라진 시점으로부터 약 20년 내에 이뤄졌다.

페퍼다인대 경제학자 데이비드 스미스 교수는 "현금 사용이 줄면 폐지 압력은 줄어들겠지만, 동전에 대한 향수가 여전히 남아 있어 완전 폐지는 15~20년은 걸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면 웰러 전무는 "현금 없는 사회로의 전환은 저소득층에 불리하다"며 "현금 거래를 없애면 카드사와 은행이 수수료를 통해 이익을 보고 그 부담이 소비자에게 전가된다"고 지적했다.

페니가 사라지면서 상점들은 결제 금액을 5센트 단위로 반올림할 수 있는지 혼란스러워하고 있다. 의회에선 이를 명문화하는 법안도 검토 중이다.

리치먼드 연방준비은행(FRB)에 따르면, 5센트 단위로 반올림할 경우 소비자 부담은 연간 약 600만 달러지만, 10센트 단위로 올리면 5,600만 달러로 10배 가까이 늘어난다.

이는 미국 1억 3,300만 가구당 평균 42센트 수준으로 계산된다.

니켈의 금속 구성을 바꿔도 문제는 남는다. 행정·유통비만 해도 동전 1개당 2.8센트에 달하기 때문이다.

웰러 전무는 "2006년 이후 조폐국은 페니와 니켈 모두에서 손실을 보고 있지만, 생산 중단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렸다"며 "페니 폐지 논의는 30년 넘게 이어졌고, 니켈 역시 단기간에 사라지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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