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증권가 전경. [출처=EBN]](https://cdn.ebn.co.kr/news/photo/202511/1687063_705217_3030.jpg)
미국 기술주가 조정을 받고 코스피도 금리와 환율 상승 부담에 약세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시장을 지탱하는 실적과 자금 흐름이 안정된 만큼 이번 하락은 하락장 진입이 아니라 강세장 속 일시적 조정이라는 평가가 우세하다.
1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미국 증시의 상승세를 이끌던 기술주들이 일제히 주춤하고 있다. S&P500지수가 이달 들어 1.55% 하락한 가운데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같은 기간 3.47% 급락했다. 엔비디아, 마이크로소프트, 테슬라 등도 고점 대비 5~10% 가량 주가가 떨어진 상태다.
하지만 주요 기업의 수익성과 투자 여력은 여전히 견조하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이재만 하나증권 연구원은 “S&P500 기술 섹터는 과거 대비 높은 투하자본 대비 수익률(ROIC)을 기록하고 있다”며 AI 버블논란에 선을 그었다. 또한 “M7기업들 중 메타를 제외하면 보유 현금과 잉여현금흐름(FCF) 내에서 설비투자를 진행하고 있어 과잉투자 우려는 크지 않다”고도 했다.
미국 신용시장의 불안 신호가 뚜렷하지 않다는 점도 이를 뒷받침 한다. 하이일드 스프레드는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으며 S&P500 할인율도 완만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이는 실적이 받쳐주는 강세장에서 나타나는 전형적인 조정 구간이라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국내 증시도 흐름은 비슷하다. 원·달러 환율이 1470원대를 돌파하고 국채 3년물 금리가 2.9%를 넘어섰지만 신용 위험 지표는 안정적이다. 국내 CDS프리미엄은 20bp 안팎으로 역대 최저 수준을 유지하고 회사채 신용스프레드(BBB+)도 380bp대에서 움직이고 있다.
외국인 자금의 대규모 이탈 조짐도 없다. 최근 증시에서 외국인 매도세가 커지긴 했으나 오히려 미국의 설비투자 확대로 수출이 회복세를 보이고 해외 직접투자 유입도 최근 두 분기 연속 증가했기 때문에 추세적인 외국인 자금이탈로 보기는 어렵다는 판단이다.
유동성 확대는 부담 요인이지만 경기 회복 신호로도 해석할 수 있다. 국내 M2(광의통화)는 GDP 대비 174%로 전년 대비 23%포인트 상승했다. 미국(73%)보다 높지만 수출과 기업 투자 확대 국면에서 나타나는 정상적 흐름이라는 평가다.
올해 코스피 주도업종의 조정 폭 또한 과거 강세장 패턴과 유사하다. 반도체·조선·기계 업종의 하락률은 -11~-13%로, 과거 평균 조정폭(-15~-16%)에 근접했다. 조정 기간도 평균 2주 내외로 짧다. 통계적으로는 단기 조정의 마무리 국면에 들어섰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기업 실적은 여전히 상승세다. 삼성전자의 내년 순이익 증가율은 76%, SK하이닉스의 영업이익률은 54%로 전망된다. 두 기업 모두 글로벌 경쟁사 대비 수익성 회복 속도가 빠르다. 조선·기계 업종도 글로벌 설비투자 확대의 수혜가 예상된다.
다음 변수는 금리다. 오는 12월 10일 예정된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 인하 여부가 결정되면 달러 강세와 원화 약세 흐름이 완화될 가능성이 크다. 인하 확률은 한 달 전 90%대에서 50%대로 낮아졌지만, 경기 둔화 조짐이 이어질 경우 다시 높아질 여지도 있다.
시장에는 여전히 단기 불안 요인이 존재한다. 환율과 금리, 정책 불확실성은 변동성을 키우는 요소다. 그러나 실적이 뒷받침되고 자금 흐름이 안정된 상황에서 나타나는 조정은 방향 전환이라기보다 상승세 속의 일시적인 조정에 가깝다는 게 증권가의 평가다.
이 연구원은 “현재는 강세장 내에서의 기술적 조정 단계로, 실적이 유지되는 한 추세적 하락으로 보기는 어렵다”며 “조정이 오히려 실적 대비 밸류에이션을 재정비하는 구간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