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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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달러 환율이 이달 들어 1450원 안팎을 지속하면서 고환율이 새로운 기준으로 자리잡고 있다는 분석이 우세해지고 있다. 관세 불확실성이 줄어들면 안정될 것이란 기대가 있었지만, 외환시장은 구조적 달러 수요 앞에서 요지부동이다. 장중 1470원대까지 치솟는 등 변동성이 커지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내년에도 1400원대 고착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한다.

18일 오후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 주간 거래 종가 보다 0.22% 오른 1465.46원을 기록하고 있다. 미국 기준금리 인하가 지연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달러 강세 등의 영향으로 장 초반 상승했다. 최근 열흘 째 1450원대가 지속되고 있다. 

올해 원·달러 평균 환율은 1415.5원으로, 외환위기 당시 1998년 평균 1394.97원 보다 높다.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평균 1276.35원과 비교하면 격차는 더 커지는 등 환율은 역사적 고점 부근에서 좀처럼 내려오지 않고 있다.

시장에서는 관세 영향 등 단기 충격 요인보다 구조적 흐름에 주목하고 있다. 내국인의 해외 투자 확대가 대표적이다. 국민연금의 해외 운용액은 580조원을 넘어섰고, 개인 해외주식 투자 규모는 2020년 152억달러에서 지난해 1161억달러로 급증했다. 기업의 해외 직접투자 역시 2022년 817억달러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문다운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급격한 원달러 환율 상승에는 거주자 해외 투자에 따른 달러 수요 확대가 기여한 부분이 크다"며 "지금은 달러 환전 수요가 환율을 결정하는 힘이 일방향적으로 더 큰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달러 유입보다 유출이 압도적으로 많은 구조 속에서, 미국 금리 인하 기대가 약화되며 달러 강세 흐름까지 겹쳤다. 12월 미국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은 한 달 전 90%대에서 최근 42.9%까지 떨어졌다. 달러지수는 99대에서 강보합권을 유지하고 있다.

당국 개입에도…구조적 달러 수급 불균형이 고환율 자극

국내 금융시장에서도 외국인의 매도세가 강해지면 환율은 즉각 반응한다. 지난 14일 코스피 약세 속에 환율은 1474원90전까지 치솟았다가 당국의 강도 높은 구두개입 직후 20원 가까이 떨어지는 등 변동폭이 커졌다. 기획재정부·한국은행·금융위·금감원은 시장상황점검회의를 열고 "가용 수단을 모두 활용하겠다"고 밝히며 안정 의지를 드러냈다.

다만 당국의 대응이 환율 상단은 제한할 수 있지만 구조적 수급 불균형이 해소되지 않는 한 고환율 흐름이 꺾이기 어렵다는 견해가 우세하다. 올해 1월부터 9월까지 국내 거주자의 해외 증권 투자액은 998억5000만달러로 같은 기간 경상수지 흑자 규모보다 크다.

서학개미의 환전 수요, 대미 직접투자의 꾸준한 증가, 엔화 약세, 국내 경제 펀더멘털 둔화 등이 달러 수요를 지속적으로 자극하고 있다. 특히 국내 투자자의 해외증시 투자 수요는 지속적으로 늘 것으로 점쳐진다.

시장은 내년에도 환율이 1300원대로 내려가기 어렵다고 내다봤다. 권아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2026년 원화 연평균 환율을 1400원 수준으로 제시했다. 

권  연구원은 "원화 약세가 일부 되돌림을 거치더라도 금융계정의 구조적 달러 유출이 지속돼 환율 하방 경직성이 높아졌다"고 진단했다.

생산성 제고와 투자 기반 확충 없이는 '고환율의 뉴노멀'이 장기화할 것이란 우려가 금융시장 전반에 퍼진 상태다. 생산성 둔화와 잠재성장률 하락이 지속되는 가운데 자본 유출이 고착되면 고환율 역시 쉽게 꺾이지 않을 것이란 진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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