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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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가 4000p를 넘어서는 등 주식시장으로 자금 유입이 지속되며 꾸준한 우상향을 희망하지만 단기간에 높은 수익률을 노리는 ‘한탕주의’가 성행하고 있다.

단타·빚투 증가는 주식시장의 변동성은 높아지고 개인투자자들의 장기투자 문화 정착에도 걸림돌이 된다는 지적이다.

18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선물·옵션 등 장내파생상품 투자를 위한 대기성 자금인 장내파생상품 거래 예수금은 지난 14일 16조7831억원으로 집계됐다.

2021년 3월 코로나 팬데믹 영향으로 증시 호황기일 때 장내파생상품 거래 예수금이 13조원대까지 크게 치솟은 바 있으나 16조원대까지 증가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지난 10월 20일(13조8510억원) 역대 최고치를 경신한 이후 가파르게 상승해 11월 5일 16조8866억원까지 치솟았다. 단 10여 거래일 만에 3조원 이상 불어난 셈이다.

파생상품 투자는 리스크 헤지를 위한 부분도 있지만 소액의 증거금으로도 큰 이익을 거둘 수 있다. 실제로 장내파생상품 거래 예수금이 급증한 시기 코스피 지수는 3800에서 4200까지 가파르게 상승했다. 증시 상승기에 더 큰 수익을 추구하는 수요가 몰린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특히 개인투자자들의 선물·옵션 매수세는 강해지고 있는 추세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5월 월간 개인 매수금액은 선물 합계 87조8287억원, 옵션 합계 2조183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 같은 거래 규모는 7월 선물 163조8012억원, 옵션 3조5050억원으로 늘었고 10월에는 선물 215조3040억원, 옵션 4조2051억원 규모로 급증했다. 11월 들어 지난 14일까지 2주간 거래규모도 벌써 선물 141조2284억원, 옵션 2조6424억원에 달한다.

최근 신용공여 잔고가 역대 최고치를 갱신한 것도 이와 비슷한 맥락이다. 지난 14일 기준 신용거래 잔고는 26조4033억원으로 나타났다. 이는 사상 최대 규모다. 2021년 9월 13일 기록했던 25조6540억원을 지난 5일(25조8225억원) 넘어선 이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빚을 내 레버리지를 일으켜 더 큰 규모의 이익을 얻고자 하는 목적이 파생상품 투자와 유사하다.

신용공여나 파생상품 투자 등을 무조건 문제라고 할 수는 없다. 시장에 유동성이 풍부한 상황에서 다양한 방식의 투자는 자본시장으로 자금 유입과 성장에 기여할 수 있다. 정부가 부동산 시장에서 자본시장으로 생산적 금융의 대전환을 적극 추진하고 있는 상황에서 개인투자자들의 투자 관심 증가와 다양한 투자 전략 활용은 긍정적인 요인이다.

다만 급속도로 과열되는 상황은 우려를 낳고 있다. 파생상품의 경우 향후 미래의 가격을 예상해 거래하는 상품이기 때문에 구조적으로 장기투자보다 단기 투자에 적합하다. 단타 거래의 증가는 자본시장의 변동성을 야기할 수 있다.

또 최근 코스피·코스닥이 급등과 급락을 반복하는 롤러코스터 장세를 보이고 있는데 갑자기 주식시장이 급격하게 하락할 경우 신용거래에 따른 반대매매 매물이 쏟아지면서 하락 충격을 더 증폭시킬 수 있다. 2021년에도 증시 호황기에 새롭게 주식 투자에 나선 개인투자자들이 이 같은 충격을 견디지 못하고 주식시장에서 발을 뺐던 전례가 있다.

현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자본시장 체질 개선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정부는 한국 주식시장의 저평가를 해소하고 장기 우상향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총력을 다 하고 있는데, 개인투자자들의 단타 위주의 투자 전략에는 증시 우상향에 대한 낮은 기대감이 기저에 깔려있기 때문이다.

아직까지 이 같은 투자 행태가 건전성을 직격하는 규모는 아니지만, 급격히 증가하는 빚투(빚내서 투자) 등으로 금융당국도 리스크 관리에 신경을 쓰는 모습이다. 최근 금융위는 “증권사별 총량 규제, 보증금율·담보비율 제한, 고객·종목별 한도 차등 등을 통해 리스크를 면밀히 통제 중”이라며 “시장 변동성 확대 가능성에 대비해 신용대출 리스크 관리를 더욱 강화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증권사의 역할 중요성도 대두되고 있다. 개인투자자들이 편하고 쉽게 투자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도 필요하지만, 건전한 투자 문화를 조성하는데 뒷받침해야 한다는 것이다. 최근 토스증권의 해외주식 옵션 서비스가 논란이 된 바 있다. 옵션 서비스 자체가 문제인 것은 아니지만 토스증권은 옵션 서비스를 게임처럼 A종목의 가격이 현재보다 상승·하락을 선택해 체험해볼 수 있도록 한 점이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고위험의 파생상품 투자를 게임처럼 쉽게 접근하도록 하면서도 손실의 위험보다 단기에 큰 수익을 얻을 수 있다는 점을 부각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자본시장이 질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개별 종목 투자부터 ETF·ETN 같은 증권상품, 채권, 파생상품 등 다양한 거래가 활발하게 이루어지는 것이 중요하다”면서도 “우리 자본시장 체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개인투자자들의 장기투자 문화가 정착돼야하는데, 그동안 투기적인 투자 성향을 바꾸기 쉽지 않지만 개인과 금융투자업계 모두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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