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일 서울 중구 우리은행 본점 딜링룸 현황판에 코스닥 지수가 표시돼 있다.[출처= 연합]
지난 19일 서울 중구 우리은행 본점 딜링룸 현황판에 코스닥 지수가 표시돼 있다.[출처= 연합]

한국판 나스닥을 목표로 야심차게 출발했던 코스닥 시장이 ‘코스피 2군’이라는 꼬리표를 좀처럼 떼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코스닥 시장에 대한 관심도가 점점 더 하락하면서 이를 개선하기 위한 노력이 다각도로 이루어지고 있으나 효과로 드러나지 못하고 있다.

2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닥 지수는 이재명 정부 들어 지난 19일까지 17.70% 상승했다. 상승률만 두고 보면 같은 기간 미국 나스닥 지수(16.32%) 보다도 더 올랐다.

하지만 코스피 시장과 비교하면 격차가 크게 나타난다. 같은 기간 코스피 지수 상승률은 45.59%로 글로벌 주요 지수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증시가 초호황이었던 2020년 하반기부터 코스피·코스닥 지수가 가파르게 상승하던 때와 비교해도 차이점은 확연하게 드러난다. 2020년 하반기 6개월간 코스피가 36.29% 상승했고 코스닥 역시 31.23% 올라 양대 시장이 비슷한 흐름을 보인 바 있다. 2020년 하반기와 달리 올해는 투자자들의 관심이 코스피 시장으로 집중된 셈이다. 실제로 코스피 지수는 2021년 당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던 3300선을 넘어선데 이어 4000선까지 돌파하며 역사를 다시 썼지만, 코스닥 지수는 2021년 1000선에 근접하지도 못했다.

이러한 관심 차이는 신용공여 잔고에서도 드러난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18일 기준 신용거래융자 잔고 총 규모는 26조7966억원으로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이 중 코스피 시장이 16조9470억원, 코스닥 시장이 9조8496억원이다. 2020년 하반기에는 양 시장의 신용공여 잔고가 비슷한 규모로 상승했고 오히려 코스닥 시장 신용공여 잔고가 코스피 시장을 웃돌기도 했다. 빚투(빚내서 투자) 규모가 크다는 뜻은 그만큼 주가 상승에 대한 투자자들의 기대감이 크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는데, 코스닥 시장이 투자자에게 우샹향 기대감을 심어주지 못한 결과다.

■이유 있는 코스닥 부진?…고질적 문제에 국정과제로 부상

이번 코스피와 코스닥 온도차는 올해 하반기 증시 랠리가 정부의 정책과 반도체 등 특정 종목으로의 쏠림 현상 때문이다. 정부가 주식시장 체질 개선을 위해 상법 개정, 배당소득 분리과세, 자사주 소각 등을 추진하고 있는데 해당 정책들에 코스닥 기업보다 코스피 기업이 더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또 삼성전자, SK하이닉스를 필두로 반도체 업종이 코스피 지수를 밀어올린 것도 코스피와 코스닥 상승률 차이로 이어졌다.

코스피 위주의 강세장이 조성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지만, 코스닥으로 온기가 확산되지 못한 데에는 근본적으로 코스닥 시장의 경쟁력이 낮은 영향도 있다.

코스닥 시장은 코스피 시장 대비 개인투자자들 중심으로 거래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코스피 시장이 상승할 때 외국인과 기관의 매수세가 강하게 나타났다. 외국인의 코스피 시가총액 대비 보유 비율은 35% 오르내리고 있는 반면 코스닥 시장에서는 9~10%에 그치고 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전까지 코스닥 시장에서 외국인 비중이 20%를 넘기도 했으나 이후로는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기관 투자자 역시 시가총액이 낮은 기업에 대해 투자에 제한 등이 있어 코스닥 기업에 대한 투자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결국 개인투자자 위주의 거래 환경이 조성되면서 큰 변동성을 보이고, 큰 변동성이 외국인과 기관의 투자를 망설이게 하는 등 악순환으로 이어지고 있다.

코스닥 시장에서 코스피 시장으로 이전상장도 지속적으로 이어지고 있다. 2023년과 2024년에는 △비에이치 △SK오션플랜트 △앨엔에프 △포스코DX 등 코스닥 상위 기업들이 코스닥 시장을 떠났고 셀트리온헬스케어도 셀트리온과 합병으로 코스닥 시장에서 제외됐다. 코스닥 대장주인 알테오젠도 코스피 이전상장을 위한 절차에 돌입했다. 코스닥 핵심 기업들이 코스피 시장으로 이전하게 되면서 코스닥 시장 자체에 투자하려는 수요도 위축될 가능성이 높다.

그동안 코스닥 체질을 개선하기 위한 노력은 꾸준히 이루어졌다. 코스닥 상장사들 중 견조한 성과를 거두면서 외국인 투자자를 유치하기 위해 코스닥글로벌 지수를 개발하기도 하고 ‘한국판 나스닥’ 특성을 살리기 위해 기술특례상장으로 기술기업들의 상장 유치에도 힘을 쏟았다. 하지만 이렇다 할 효과는 거두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내년부터는 본격적으로 코스닥 좀비기업의 퇴출에 나서면서 투자자금이 부실기업에 묶여있는 상황은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시가총액과 매출액 기준에 미달할 경우 코스닥 상장 유지가 어려워진다. 상장적격성 실질심사도 3심제에서 2심제로 축소하고 개선기간도 단축에 나서면서 한국거래소는 코스닥 시장 신뢰도를 끌어올리는데 주력하고 있다.

정부는 코스닥 체질 개선을 국정 과제로 삼을 정도로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정부가 강조하고 있는 생산적 금융으로의 대전환에 코스닥 시장의 역할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생산적 금융 전환의 핵심은 부동산에 집중돼 있던 자금을 자본시장 등으로 끌어오는 것인데, 코스닥 시장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앞서 이재명 대통령은 국민성장펀드 보고대회에서 “코스닥 시장의 신뢰가 떨어지고 있는데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정부는 생산적 금융 전환 활성화를 위해 최근 자기자본 8조원, 4조원 종합금융투자사업자를 추가로 지정했다. 한국투자증권과 미래에셋증권은 종합투자계좌(IMA) 업무를 영위할 수 있게 됐고 키움증권은 단기금융업(발행어음) 인가를 받았다. 이 과정에서 금융당국은 종투사가 2028년까지 전체 운용자산에서 발행어음·IMA 조달액의 25%에 상응하는 모험자본을 공급하도록 의무화했다. 모험자본에는 코스닥벤처펀드 등이 해당되며 국민성장펀드의 첨단전략산업기금 및 BDC에 대한 투자도 포함된다. 결국 코스닥 시장의 개선이 뒷받침 돼야 정부의 핵심 과제인 생산적 금융 전환도 효과로 이어질 수 있는 셈이다.

금융당국이 종투사 지정을 의결하면서 한국투자증권·미래에셋증권·키움증권의 코스닥 시장에 대한 리서치 리포트를 확대해 코스닥 시장 인프라 역할을 주문한 것도 이 때문이다.

정부·거래소·증권사 등 민관이 코스닥 체질 개선에 힘을 모으고 있지만 성과가 나타나기까지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코스닥 경쟁력을 제고하기 위한 개편과 관련한 연구용역을 진행하고 있지만 언제 윤곽이 나올지도 미지수다.

업계 관계자는 “코스닥 체질 개선 노력이 어제 오늘 일이 아니고 오랜 기간 노력해왔지만 정말 쉽지 않았던 문제”라며 “결국 코스닥 시장의 성격을 명확히 하고 자금이 안정적으로 유입되고 투자와 성장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져야 하는데 기관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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